모노폴리할아버지 [951232]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1-01-15 00: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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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반성일기 - Ch.0 서론 <수능공부를 시작한 모노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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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21 수능을 응시한 현역 정시파이터였습니다.

현재는 예비 재수생 신분이죠. 


지금 수능 공부를 시작할 엄두는 전혀 안 나서 그냥 미루기로 하고 남들 시작할 때 하려고 합니다.

(벌써부터 재수를 결심하고 수능 공부에 들어가신 분들.. 존경합니다.)


지난 1년간 저는 수능을 공부하는 데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가끔 푸념같은 반성글을 오르비에 쓰곤 했지만, 막상 제가 작년 수능을 제대로 복기하지도 않았고,

제대로 된 반성 또한 하지 않았더라구요.


이 글의 취지는 제가 1년간 재수 공부를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정리하고, 

해야 할 공부의 방향성을 잡기 위한 것입니다.


저처럼 수능을 다시 보는 n수생 분들도,

수능을 처음 접하는 분들도 이 글을 보시고 수능 공부에 대한 방향성을 잡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제가 이 글을 전부 다 쓰고 나면, 저는 얼마 안 있어 재수를 시작하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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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 고등학교 3년간의 정시파이터 시절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야 너 내신 망해서 니 맘에도 없는 정시파이터 된 거 아니냐?

뭐.. 취소선 글도 어느 정도 사실이긴 합니다만.. 이야기를 좀 더 해보도록 하죠.


고1 11월 모의고사 날이었습니다. 9월 모의고사를 망쳐서 기분이 별로 안 좋았던 저는,

11월 모의고사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임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수학은 살면서 한 번도 받지 못 했던 100점이라는 점수도 받아보고,

이전까지는 전혀 받아보지 못 했던 점수를 찍어버렸습니다.


자사고에 다니면서 공부 잘 하는 애들한테 치이느라 우울했던 저에게 나름 내려온 한 줄기 빛이었죠.

이미 1학년 내신은 망쳤고, 가고 싶었던 대학들이 이미 멀어지기 시작한 저로서는

정시라는 길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습니다.


고2 때도 모의고사에서는 항상 올 1등급, 심심치 않게 전과목 백분위 99.5 이내를 찍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의 정시에 대한 자신감은 갈수록 하늘을 찔렀죠.


이때 저는, 모고 성적을 믿고 잘 나오지도 않던 과목들의 내신은 포기하고 

잘 나오는 과목만 내신을 열심히 챙기기 시작합니다.

놀랍게도, 내신 등급은 그대로였습니다. (!)


물론, 저랑 친한 선생님들께서는 복장이 터지셨죠. 열심히 하면 될 놈이 안 한다고..


그리고 그 해 연말 즈음에 담임선생님과 정시 상담을 했습니다.

(정시 상담이라 하기도 민망한 게, 그냥 너가 수능 때 지금 모의고사 성적이랑 똑같이 받으면 어디 간다.. 이 정도..)


그때 담임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이,

"지금 성적 보니까 네 자신감이 자만으로만 바뀌지 않는다면, 너가 원하는 대학 어디든 갈 수 있어."


그렇습니다. 자만으로만 바뀌지 않는다면..  


고3이 되고, 수능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던 저는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를 시작합니다. 이미 내신은 반쯤 놨죠.

그때를 돌이켜보면 정말로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항상 하루 9시간, 많으면 11~12시간씩은 공부를 했으니까요.


그 때가 살면서 가장 힘들면서도 행복했던 기간인 거 같습니다.

공부를 하는 건 당연히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오늘 할 일을 다 끝낸 후 얻는 성취감 또한 엄청났죠.


그렇지만, 그 성취감이 자만으로 바뀌면서 제 성적에 슬슬 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과목별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는 그 이후 챕터에서 쓰겠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고3 6월, 저는 모의고사 성적의 절정을 찍습니다.

전과목에서 틀린 게 국어 2개뿐이었으니까요. 엥 연고대? 거기 뒷구르기로도 그냥 들어가는 곳 아닌가요?


지금 돌이켜보면 저 쉬운 시험 잘 봤다고 기분 좋아하던 게 민망합니다만.. 친구들에게도 제 성적이 알려지고

저는 반에서 '당연히 연고대는 갈 놈'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아앙 기분 좋아 연고 고연 모두 맞습니다 여러분


그렇게 저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고, 

'이대로만 공부하면 연고대는 그냥 가겠지' 하면서 공부를 조금 놓게 됩니다.

고2 담임쌤께서 말씀하신, 제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바뀐 순간이었죠.


그렇게 정신줄 놓고 공부 안 하던 기간 중에, 저의 멘탈을 산산조각내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8월 중순에 저희 학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거든요.

이게 별 문제가 아니면 모르겠는데, 그 확진자가 다름 아닌 제 친한 친구였습니다.


사실 친구가 확진된 것만 보면 '엥? 이걸로 멘탈이 부서져? 님 멘탈 재질 쿠크다스임?' 싶으시겠죠?

그때 제가 슬슬 문제가 안 풀리는 걸 직감하고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거기다가 저는 학교에서 검사받으러 가라 해서 검사받아야 하는데,

아직도 보건소에서 대기할 때 제 바로 뒤에 계시던 할머니가 사랑제일교회 다니시는 할머니였던 것을 떠올리면

그때의 공포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할머니는 아마 확진자였던 것 같습니다.. 기침을.. 어우..)


그렇게 저는 검사 받고 그 하루를 코로나에 확진되지는 않았을까 벌벌 떨며 지내게 됩니다.

다행히 음성 판정이 나와서 일상생활은 할 수 있었지만, 진작에 부서진 멘탈은 회복되지 않았죠.

여러 일들(스트레스, 코로나 검사 등등)이 겹치며 저는 스트레스를 핑계로 2주 동안 공부를 쉬게 됩니다.


그 때도 저는 별 걱정이 없었습니다. 저는 6평을 잘 봤으니까요.

9평이라고 뭐 다르겠어요? 네, 달랐습니다.


저는 9평을 개폭망했습니다.

국어랑 영어에서 고1 3월 이후로 받지도 않았던 2등급이 나오고

가장 잘한다고 믿었던 수학에서는 84점, 겨우 1등급 턱걸이를 했습니다.


누군가는 '아 댕잘봤네;; ㄱㅁㄱㅁ' 하시겠지만.. 저때 제가 받았던 충격은 꽤 컸습니다.

한순간에 갈 수 있는 대학들의 수가 확 줄었으니까요.

자만심에 빠져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대학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가야하는 대학이 돼버렸습니다.


그렇게 일단 급한 불은 꺼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2등급이 나온 국어와 영어에 공부 비중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효과는 영어에선 좋았고, 국어에선 미미했습니다.


수능 전 마지막 모고인 10월 모의고사에서 국어는 또 2등급이 나왔고, 별로 안 건드린 수학이 100이 나왔으며, 

영어는 다시 1로 올라갔습니다.


수능 당일 국어 시험의 부담감, 그리고 잘 나오지 않는 국어 성적에 걱정이 되기 시작한 저는

하루 공부의 6~70% 정도를 국어 공부에 투자하기로 결심하고 이를 실행합니다.

별로 안 했는데도 점수가 잘 나오고, 마지막에 해봐야 별로 안 오를 수학은 비중을 확 줄였죠.


그 결과가 그대로 나왔습니다. 수능날 국어를 89점을 받고 무사히 1등급을 받았으니까요. 11, 14 야발

그리고 수학 나형 88점을 받고 2등급으로 장렬히 전사합니다. 여기도 14번 틀렸네 엌ㅋ

영어는 쓸데없이 다 맞았네요. 션티 사랑해요♥


탐구라도 운이 좋았으면 괜찮았을텐데, 하필 제가 고른 과목은 세지 사문이었고,

세지 만점자 비율 13.64%로 2차 전사합니다... 그래도 만점 받아서 다행이지..


제 수능 성적표를 요약하자면

생각보다 선전한 국어, 방심하다 망한 수학, 연계빨 영어, 똥손픽 사탐..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처음부터 제가 쌩재수를 결심한 건 아닙니다.

일단 논술 최저도 맞춰서 논술도 다 보러 다녔죠.

결과적으로 전부 광탈해서 의미가 없어졌지만요.


그런데 친구한테 수시 합격발표날 연락이 왔습니다.

저보다도 한참 못 하던 친구였는데, 논술로 성대 사회과학계열을 뚫었다는 소식이더라구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럴 때는 도저히 쿨해질 수가 없습니다. 배알 꼴려서 죽고 싶어지죠.

일단 축하한다하고 넘어갔지만, 저는 속에서 열불이 나더라구요.


그때 저는 중대 사과정도 걸어놓고 반수를 할 계획이었는데, 친구 말을 듣고 급 마음이 변해서 쌩재수를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가족들도 지지해줘서 올해 정시원서는 214라는 미친 칸 수 조합으로 지원하고 쌩재수를 시작하게 됐네요.


올해 제가 어떤 일을 겪을지, 어떤 결과를 받을지 수능이 10달 남은 지금은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현역 때 겪은 교훈이 있으니 앞으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300일동안 천지개벽하고 와야죠!


서론이 엄청 길었죠? 본론은 과목 별로 한 편씩, 총 4편을 쓸 생각입니다. (국어, 수학, 영어, 사탐)

그냥 이번 글은 제 수능 일대기라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쓰다 보니 정성들인 뻘글이 된 것 같네요


다음 편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악플은.. 안 받아요..

선플.. 웰컴..

노잼이더라도.. 그냥 아무 말하지 말고 지나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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