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국에 온지 4개월 [1026749] · MS 2020 · 쪽지

2021-01-09 01:07:14
조회수 3,749

노베 정도도 못한 초5 수준, 흙수저 재수 독학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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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외국에서 온지 4개월, 아니 이제 5개월 되가네요

(초6부터 고3 졸업까지 필리핀에서 있어서 한국말이 살짝 어눌할 수도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제목 보고 많이 의아하시겠지만 외국고 출신인데 정말 흙수저 of 흙수저입니다... 아버지가 필리핀 같이 조금 어려운 나라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직업이고 소득은 말 그대로 제로입니다. (의식주는 후원해주시는 곳에서 받는 일정 금액에서 모든 도움 활동 후 남는 찌꺼기 돈으로 해결합니다) 어머니는 안 좋은 일로 계시지 않고, 전혀 도움 받는 곳도 없고 간신히 필리핀에서 하루 세끼 먹을 정도입니다. 아마 이해가 안 가시겠지만 직업 특성상 남 도와주면서도 본인은 처절하게 가난한 그런 직업으로 이해해주시면 될거 같습니다.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어려움이라기보단 아픔이라 해야되겠죠? 그리고 외국에서 살면서 처절한 따돌림과 차별 속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중 기억나는 것을 몇가지 뽑는다면... (1) 중2때 괴롭힘 받다가 반 애한테 볼펜으로 등 찍혀서 상처가 되게 길게 난 적도 있습니다. 교복도 일자로 쭉 찢어졌고 등에서 피도 나기도 했는데 다행히 깊게 파이지 않아서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2) 중3때는 하교길에 중2 패거리들한테 시비 걸려서 싸움 났을때 악 쓰고 대장 같이 생긴 애한테만 달려들어서 빨리 제압하고 주먹질해서 다른 애들이 말리고 그렇게 멈춘적도 있고요. (3) 고1때는 3명한테 다구리 당한적도 있구요... 뭐 이리저리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 외 여러 잡다한 차별도 있었고 그렇게 살았습니다.


예비 고1즘부터 독하게 마음 먹고 모든걸 개선해 나가기로 결심했었습니다. 물론 이미 처한 상황에선 많이 어려웠구요. 제일 기억에 남는 소리는 "너는 한국인인데 돈도 없냐?" 라는 말 들었을때 정말 순간 오열하게 되더라구요. 차별 당하는것도 많이 힘들고 어려운데 돈도 없으니 참 내 삶은 노답이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찌질하게 가난한데 왜 괜히 외국에 있는지도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때부터 너무 신세가 한탄스러워서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결심하고 정말 수험생 같이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먹고 자고 공부만 한 결과, 고2 첫학기부터 졸업할때까지 전교 1등을 찍고 고3때는 전교학생회장으로 뽑히기까지 했습니다.

(성공한 고등 끝부분 과정은 본 질문과 별로 상관없고 긴 이야기니 그냥 스킵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회장이 된 후에 시 전체 규모의 행사를 사상 최초로 이루어서 지역사회에 이슈화 된적도 있었고, 그 결과로 도지사 상장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고2~고3때는 정말 학교생활이 너무 행복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공부로는 공부, 위치로는 위치, 모든걸 다 평정한것 같은 기분이라 표현할 정도로 정말 완벽한 학교생활이었습니다. (물론 필리핀 학교라 제 수준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수 없지만 다른 학생들에 비해 "영어 공부, 필리핀어 공부, 교과 공부" 등 공부량이 세배임에도 고2 첫학기부터 졸업까지 계속 전교1등 찍을만큼 나름대로 열심히 했었습니다.


대학은 정말 한국으로 오고 싶어서 수시 준비를 했습니다. 이해 못하시겠지만 돈없어서 6개 지원도 못하고 3군데 밖에 못했습니다. 그 중 제일 높게 잡은데가 연세대인데 이리저리 코로나로 인해 서류 준비도 어려웠고 많이 부족했는데도 엉겹결에 1차 합격을 했었어요. 당연히 너무 기분 좋았죠... 그런데 면접날에 학교로 가는길에서 차사고가 났어요... (정말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입니다 ㅠㅠ) 저는 하루 전에 서울로 올라가서 하룻밤 숙박하고 여유롭게 면접 보규 싶었는데 한국에 나와있는 고모가 "숙박시설 이용비"가 아깝다고 당일 아침에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만큼 정말 가난합니다 ㅠㅠ) 그런데 가는길에 그렇게 사고가 나니 많이 난감하더라구요. 서울 다와서 톨게이트 나오는 곳에서 사고가 난거예요 ㅠㅠ 소형 트럭이 옆을 스치듯 조수석 쪽을 박아서 다행히 창문만 완전히 깨지고 문은 고철 짝 된 정도? 어쨌든 그런 상태에서 제가 오른쪽 창문 밖 쳐다보면서 사이드 미러 대신 차선변경할때 봐주면서 가까스로 연대 캠퍼스까지 시간 딱 맞춰서 도착했습니다.


정신없이 도착해서 대기실(교육과학관이었던걸로 기억해요)에 앉으니까 정말 허리가 너무 아프고 머리가 어지러운거예요... 아마 사고 후유증인지 속도 메스끄럽고 제정신이 아니였습니다. (하필 새벽에 아침밥으로 휴게소 라면을 먹은터라-- 메뉴가 그거밖에 없었어요 새벽이라...) 이런 상황에서 면접실까지 오니까 정말 제시문을 받았을때까지 아무 생각도 안나고 그저 멘붕인거예요. 녹화 면접이었는데 제대로 답도 못하고 뛰어나오듯 나왔어요. 학교 캠퍼스에서 나와서 길가를 걷고 있는데 정말 눈물이 나오는거예요. 삶이 꼬여도 왜 이리 꼬였는지... 그냥 모든게 원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이 모든것도 근본적으로는 예방을 못한 제 잘못이고 다 제탓이겠죠) 이래서 면접을 완전히 망치고, 두번째 학교 면접이 그 날 오후 "온라인" 화상면접이라 근처에서 봤는데 당연히 정신이 나간 상태로 완전히 망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학교는 원치 않았지만 고모의 강요로 지원한 신학교였고, 면접일이 비교적 빨랐던 그곳만 붙었습니다. 옆에서 "봐바 너는 신학교 수준 밖에 안되 ㅋㅋ" 라면서 약올리는 고모도 정말 싫고 하루 하루가 힘듭니다. 어떻게 보면 당일 서울로 올라가서 사고낸 고모의 잘못이 있기도 한데 이러니... 아버지랑 동생은 코로나 상황에도 현재 필리핀에 계셔서 고모랑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데 매일 이런 소리 듣는게 싫고 괴롭습니다.


돈이 조금만 더 있어서 6개 대학 다 지원할 수 있었더라면... 돈이 조금만 더 있어서 하루만 여관에서 지낼수 있었다면...과연 이런일이 있었을까 생각도 되고 많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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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물어보고 싶은건 재수를 하고 싶은데 정시로 보고 싶습니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들이 뭔 개소리냐 말씀하실 수 있겠지만 정말 진지하고 확고합니다 ㅠㅠ 수시 재수하기에는 학교 서류 떼는게 불가능하구요 *이것도 이해 못하시겠지만 필리핀은 일부 상위 대학을 제외한 모든 대학에서 그저 Form137(성적증명서인데 통상적으로 카드라 불림)만 반영하기 때문에 카드 외에는 데이터베이스가 전혀 없어서 그렇습니다. 더욱 그런 이유는 필리핀에선 재수가 없어서 성적증명서 외에는 보관하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배경과 사유로 노베 정도가 아니라 그냥 백지 수준인 상황에서 수능을 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너무 높게 잡은건가 싶지만 서울권 대학 중상위권까지 찍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체념하고 최소 2년은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건 영어뿐이고, 그 외에는 그냥 초5라고 생각하시면 편할것 같습니다. 초5까지 밖에 한국에서 공부했으니 뭐 말 다했죠... 저도 제 상황 자체가 막막하고 노답인거 압니다. 제발 방법 없다고 걍 나가뒤지라는 식의 답변은 삼가해주시고 물론 위에 있는 모든 스토리가 소설 같겠지만 소신있게 솔직히 쓴거구요. 정 못 믿으신다면 뭐 저야 인증할 방법이 없지만 진심이니 안 믿겨지면 속는셈 치고라도 믿어주시고 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수학 공부는 50일 수학부터 이미 시작했습니다. 다음은 어떻게 해야할지 최대한 흙수저 입장 고려해주셔서 답해주세요 ㅠㅠ

2. 국어는 비문학, 문학, 문법,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막 여러가지 있던데 수능 국어 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파악을 못 하겠습니다. 자세히 가르쳐주세요 ㅠㅠ 또 나비효과로 국어 공부 시작하라는 글을 여러군데 봤는데 그렇게 시작해야 되는건지, 그 후는 어떻게 공부 커리큘럼을 따라서 기출문제까지 마스터하는지 상세하게 가르쳐주세요...

4. 인강패스 사고 싶어도 교재 값까지 생각하면 정말 막막합니다. EBS로는 혹시 커버가 다 안 되는지, 만약 불가능하다면 사설 인강 중 하나를 고른다면 무엇을 골라야하는지 알려주세요 (이것도 최대한 자금이 안들어가는 선에서 추천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당연히 문과입니다-- 필리핀에서 공부해서 한국 수학 따라잡는다는거는 말이 안되니까...)

5. 9가지 사탐 과목 중 2택이라는데 선택을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맞는게 있겠지만 저 같이 백지로 시작하는 입장에서 최적화인 과목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6. 3평, 6평, 9평이라고 모의평가가 있던데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또 저 같은 입장에선 어디서 지원하고 모평을 볼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7. 위에 제가 알아보면서 궁금했던 부분 외에 제가 알면 정말 좋은 팁들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한국어가 서툴어서 많이 문체가 이상해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외에도 많이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드신 수험생 분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시는 모든 분들,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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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리링 · 946307 · 21/01/09 01:12 · MS 2020

    쪽지 드려도 될까요?

  • 벌써 한국에 온지 4개월 · 1026749 · 21/01/09 01:14 · MS 2020

    네 괜찮습니다

  • 둠칫뿅 · 983775 · 21/01/09 01:13 · MS 2020

    전 수학 문제집 마플 교과서 추천 드리고 싶어요!! 중등수학은 쎈수학 정도면 충분하고 더 어려운 문제는 굳이 필요 없어요. 고등수학에선 마플이 문제 양도 진짜 많고 유형별로 정리도 잘 되어있어서 혼자서 개념잡기 좋더라고요! 마플 쓰세오ㄱ ㄱㅣ

  • 벌써 한국에 온지 4개월 · 1026749 · 21/01/09 01:16 · MS 2020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수학 공부를 어디로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었는데 교과서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둠칫뿅 · 983775 · 21/01/09 01:18 · MS 2020

    앗 문제집 이름이 '마플 교과서'예요!!! 마플 문제집이 개념 많은 버전/ 문제 많은 버전 일케 있는데 전자가 마플 교과서 예욥

  • 벌써 한국에 온지 4개월 · 1026749 · 21/01/09 01:19 · MS 2020

    아 그렇군요 친절하게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할게용

  • 서울공대 송우기 · 971617 · 21/01/09 01:16 · MS 2020

    쪽지드려도 될까요?

  • 벌써 한국에 온지 4개월 · 1026749 · 21/01/09 01:17 · MS 2020

    네 괜찮습니다!

  • 벌써 한국에 온지 4개월 · 1026749 · 21/01/09 01:17 · MS 2020

    특히 각 과목 개념 공부 관련해서 가르쳐주시면 모두 감사드리겠습니다

  • 공부는노력이다 · 1020715 · 21/01/09 01:21 · MS 2020

    안녕하세요 간절함이 느껴집니다.저도 어렸을 때 필리핀으로 어학년수를 자주 다녀왔어요 (공부는 하나도 안 했지만) 그래서 좀 많이 공감 됩니다.다행히도 필리핀이 따갈로거랑 영어를 쓰는 나라라서 영어는 공부를 따로 시간을 별로 투자를 안 하셔도 되니 국 수 탐구만 해결 하면 되니,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제가 질문자님처럼 공부를 못 하는 학생이여서 이런 조언 남기는게 부끄럽지만 그만큼 저도 많이 찾아봐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어 같은 경우는 윤혜정 선생님 나비효과가 좋긴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강의수가 엄청 많아서 시간을 많이 투자 해야 하기 때문에 차라리 자이스토리 수능 개념어 총정리 한권을 사셔서 거기에 있는 개념을 공부하시고 이 책을 끝내시고,본인한테 맞는 인강 선생님을 찾아서 기초 강의부터 들으면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매일 아침 기출 분석을 하시는게 일단 좋을 거 같습니다

    수학 같은 경우는 질문자님은 문과셔서 확통을 하실텐데 50일 수학을 끝내셨다고 하니 정승제 선생님의 수꼭필을 들으신후에 본인한테 맞는 선생님의 개념강의부터 따라가시는게 좋을 거 같습니다 저는 정승제 선생님 수꼭필 들으시고 현우진 선생님의 시발점 수1 수2 확통 강의를 추천드립니다 우선 개념강의부터 하시고 그 다음 그 다음에 생각 해도 좋을 거 같습니다

    영어는 문제만 조금씩 푸시면 완벽하겠네요 부럽습니다

    사탐은 선택하신 탐구에 따라 그에 맞는 탐구 선생님 인강 커리를 따라가고 본인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는게 크게 봤을 때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응원합니다 같이 힘냅시다

  • 공부는노력이다 · 1020715 · 21/01/09 01:22 · MS 2020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벌써 한국에 온지 4개월 · 1026749 · 21/01/09 01:28 · MS 2020

    너무 친절하게 큰글로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씩 감을 잡는것 같아요. 님도 언제나 힘내시고 모든일에 좋은 결과 얻기를 기원합니다!

  • 공부는노력이다 · 1020715 · 21/01/09 01:28 · MS 2020

    쪽지 보낼게요 인강 프리패스 같은거 없이 공부하는걸 못봤어요 ㅠㅠ

  • snuph24 · 973013 · 21/02/25 14:54 · MS 2020

    서치하다가 보게 됐는데 눈물나네요 저는 별로 아는 게 없어서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 힘내세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