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ust. [800230]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1-01-04 18: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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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과 진학을 고민하는 수험생들에게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4729847

0.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기억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겠지만 종종 오르비를 눈팅하며 건축학과 입학을 고민하는 수험생들을 상담해주던 1rust입니다. 현재 저는 건축학과 학부생이고 취업을 준비하는 고학년입니다. 사실 정보글을 쓰는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2018년에 제가 처음 건축학과에 대한 정보글을 쓰면서 몇몇분들은 학부생이 쓴 글이라며 취업 부분에 대해 태클이 종종 들어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글들은 제가 직접 취업을 고민하며 최대한 제가 알아본 내용들을 위주로 다루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글이 틀릴수도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건축학과 진학을 앞둔 수험생들이 참고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아직 학부생이고 인턴이나 아르바이트를 제외하곤 정규직으로 일을 직접 필드에서 경험해본 적은 없습니다. 너무 이 글을 그대로 맹신하지는 마세요. 부탁드립니다.




1. 비전공자 눈에 비친 건축가



건축가는 대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요? 많은 영화나 TV 프로그램에서 건축가들의 모습을 다룹니다. MBC 느낌표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 홈데렐라와 같은 프로그램에서의 건축가들은 건축물을 설계, 디자인하고 인테리어, 시공까지 도맡아 금세(?) 근사한 건축물을 뚝딱 보여줍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건축가의 모습은 또 어떻습니까? 하얀 와이셔츠에 근사한 사무실, 알아볼 수는 없지만 멋져 보이는 도면과 모형... 한가인에게 도면과 모형을 보여주며 심각하게 회의하는 엄태웅...노트에 즉석으로 스케치를 슥슥 그려가며 도면을 수정하고 공사 현장을 전반적으로 감독합니다. 멋져요, 건축학도인 제가 봐도 아직 멋있습니다. 영화에서의 건축가는 전문적인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예술가의 면모도 보여줍니다. 알쓸신잡이나 세바퀴에 출현하는 건축가들은 또 어떻습니까. 각종 사회과학 이론에도 빠삭합니다. 대중 앞에서 멋있게 강연하고 책도 씁니다. 전문가이자 예술가, 지식인 포지션까지 갖춘 만능 직업이 따로 없습니다. 창의적이고 손재주가 좋은 학생들은 한 번씩 꿈꿔봅니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자신의 사무실에서 건축주와 상의하며 자신의 작품을 디자인하는 미래를...



수지는 음대다 여기서 찾지말자

홈데렐라 - 경희대 김조윤 교수






2. 극악의 학부 이수 과정



건축학과는 왜 5년제일까요? 1990년대에 들어서 국제사회는 세계건축사연맹(UIA)을 중심으로, 건축사 자격의 질과 내용의 동등성을 기반으로 하는 건축사자격 상호인정을 위한 협의를 시작하였습니다. 건축사자격 상호인정을 위한 검증수단으로 국가별로 다양하게 운영되는 건축사자격 시험제도에 의한 건축사자격증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양질의 건축교육에 있음을 인지하고, 건축사자격 취득 최소 조건으로 고등교육기관에 의한 최소 총 5년 이상 전일제 교육을 필한 사람의 수준에 부여되는 건축학 전문학위와 2년 이상의 건축실무수련 이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출처 - 대학내일


이미 미국이나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건축사자격제도와 연계된 건축교육과정을 최소 5년 이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러한 국제사회의 변화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하여 2002년부터 최소 5년제 학부 학위 또는 2년제 이상 대학원 건축학 전문학위 교육과정으로 개편하여 시행하고 있으며, 건축사자격 취득 조건으로 인증 받은 교육과정 이수 및 실무수련 기간은 최소 3년을 적용하는 건축사법을 개정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KAAB 인증을 통과해야 비로소 5년제 교육과정을 운영, 유지할 수 있으며 졸업 후 3년의 실무수련을 거쳐 비로소 건축사자격시험응시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2020년 이후로 건축사예비시험이 폐지되어 이제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5년제 학과를 졸업하여 3년의 실무수련을 거치거나 미인증 5년제 또는 대학원 과정을 거쳐 2023년까지 8학기 이상을 이수한 사람에 한하여 실무수련자격이 부여되고 건축사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지만, 실무수련기간은 4년으로 늘어납니다. 한 마디로, 정식 건축사가 되려면 인증 5년제 졸업 – 실무수련 3년이 제일 빠른 길입니다.(제가 수험생들을 상담할 때 KAAB 인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입니다.)




문제는 이 5년의 교육과정에 있습니다. 각 대학의 건축학과는 공대, 예대, 건축대 등등 다양한 단과대학에 속해 있지만 보통 KAAB 인증을 받은 5년제 건축학과 커리큘럼은 거의 유사합니다. 어마어마한 과제량, 주 2회 8-10시간 크리틱, 매일매일 설계에 시달려야 하는 고통에 도면을 치고 모델을 만들다 보면 밤샘을 밥 먹듯이 하게 됩니다. 크리틱이란 교수와 학생의 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뜻합니다. 1대1일 수도 있고 학생 여럿이 동시에 진행할 때도 있습니다. 설계 수업이란 한 학기에 정해진 테마의 건축물에 대한 설계를 진행하여 최종적으로 컨셉과 그에 따른 판넬, 설계도면, 모형,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는 것을 말합니다. 보통 한 학기에 6학점, 8-10시간이 할당 되며 건축학도들의 한 학기 라이프 스타일, 평점이 이 설계 수업으로 결정됩니다. 1학년 때는 기초설계 1,2(용어는 대학별로 상이합니다.) 2학년 – 4학년을 거치며 건축설계1,2,3,4,5,6을 진행하고(주택, 학교, 공공시설, 오피스건물, 단지, 리노베이션 등등 각각의 테마는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복합화되고 어려워집니다), 최종적으로 5학년 때 졸업설계를 진행하며 졸업전시에 제출할 작품을 설계하게 됩니다.



     최종마감판넬 (출처- beta-architecture.com)




작년에 제가 건축설계, 디자인계열에서의 ‘공부’란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https://orbi.kr/00025967264) 그 글에서도 다룬바 있지만 설계수업이 극악이라 불리는 이유는 정해진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해도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한 경우는 부지기수입니다. 이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은 건축에 재능이 없다며 건축설계 대신 다른 길을 택하게 되는 원인이 됩니다.(이제부터 이를 ‘탈건’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교수님들 입장도 틀린 점은 없습니다. 건축 설계는 애초에 디자인의 영역으로써 절대적 평가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무 설계를 배우지 않는 이상 학부생 때 설계 교육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논리입니다. 학생은 자신이 만든 건물의 디자인에 대해 정의하고 그에 따른 이론적 근거를 덧붙여 논리를 만듭니다. 예를 들어 주민센터를 디자인할 때 주민을 위한 광장을 계획한다고 합시다. 이 때, 교수님들은 질문합니다. “이 땅에 광장이 왜 필요하지?” 그렇다면 이 질문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합니다. “주변에 녹지나 공원이 없어 주민들이 모여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렇지만 우리의 교수님들은 만만치 않습니다. “주민들이 꼭 광장에서 쉬어야 할까?” “실내에 그런 공간을 만들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주민들이 꼭 모여야 할까?” 이쯤 되면 눈치 채셨겠지만 디자인에 대해 완벽한 논리적 근거를 댄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실제 거장들의 작품들도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홍수에 의해 침수된 판스워스 하우스 - 나름 홍수를 고려한다고 슬라브를 지면에서 띄웠으나 결과는...







학부때의 설계는 어느정도의 논리를 만드냐의 차이일뿐 얼마든지 교수님에 의해 반박당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 건축학도들이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입니다. 컨셉을 구성하고 이 컨셉을 토대로 디자인의 비논리성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배우는 단계가 학부때의 설계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논리성을 무시하려면 비논리성에서 생기는 단점을 뛰어넘을만한 확실한 장점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머리가 쪼개질듯한 설계수업이 끝나도 쉴 수가 없습니다. 경희대학교 건축학과의 경우 5년동안 총 165학점을 이수하여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그 중 전공학점은 126학점입니다. 설계 학점이 5년동안 총 54학점이니 72학점이나 남네요. 아니, 설계만 하면 그만이지 뭘 더 배워야할까요?


수학, 역학을 이용하여 구조를 계산하는 건축구조,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환경, 시설계획,

건축물이 어떻게 공사되는지, 어떤 재료를 사용해야 효과적인지를 배우는 시공, 재료 ,

건축물 안에 어떤 설비가 있고 그 설비 계통도는 어떻게 작성해야하는지 배우는 설비, 시스템 ,

역사적으로 건축이 어떻게 발전해왔고 현대 거장들의 이론과 작품을 배우는 건축학개론, 건축사,

건축법에 대해 배우고 건축물의 시공, 유지, 관리절차에 대해 배우는 법규, 건설관리,

캐드, 3d프로그램을 통해 건물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배우는 디지털디자인, bim...


대다수 이론과목들의 시험과 과제는 설계 과제와 마감에 겹쳐 건축학도들을 더욱 고통과 밤샘의 지옥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수학, 물리를 주로 다루지는 않지만 구조를 익히려면 필수로 배워야하고, 기계설비도를 작성하고 있으면 이과적 소양이 뛰어나야 건축을 잘 한다고 말 할수도 있지만, 건축사(서양미술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와 각종 사회이론들을 배우는 것을 보면 건축가에게는 문과적 소양 역시 중요합니다. 몇몇 학교들은 건축학과에 문과와 이과 모두 모집하기도 합니다. 이 모든 전공과목들을 이수해야 비로소 졸업 자격이 주어집니다.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육과정



다수의 건축학도들이 바쁜 스케줄과 과제량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나 대외활동을 포기합니다. 물론 할 거 다 하고 잘 거 다 자면서 학교를 다니는 건축학도들도 있습니다만, 99%는 전자입니다. 거기에 3D 프로그램과 캐드를 돌리려면 좋은 사양의 노트북과 데스크탑은 필수이며(보통 저학년때는 게이밍 노트북을 쓰고 고학년때부터 데스크탑을 맞춰서 사용합니다.)  모형을 만들 때 소모되는 재료값은 건축학도들의 지갑사정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재료값을 지원해주는 학교도 있습니다만 학년이 올라가며 레이저 커팅, 3D 프린터 사용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졸업작품에 적게는 몇십 만원에서 많게는 몇 백만원을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한 많은 시간을 설계실이나 학교에서 보내기 때문에 자취를 하거나 동기들과 밥, 야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많아 다른 학과 학생들에 비해 건축학도들이 학교를 다니며 쓰는 비용은 어마어마합니다. 




이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건축 설계를 업으로 삼게 되면 대다수의 건축학도들이 설계사무소에 취직하게 됩니다.





3. 개인 사무소 개업까지의 극악의 노동 강도




     건축학도가 말하는 건축 이야기 - https://brunch.co.kr/@a-platform/26




설계 사무소는 크게 소형 사무소인 아뜰리에와 대형 사무소인 메이저로 구분됩니다. 소형 사무소는 직원 수가 20인 이내로 보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소형 아뜰리에는 도제식 작업실 정도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제식이라 함은 사제/도제, 즉 스승과 제자 개념으로 사무소에서 노동이 아닌 배움을 통해 일을 알아간다는 개념입니다. 도제식 교육은 유서깊은 바우하우스 시절부터 건축을 비롯한 많은 예술업계에서 지행되어 왔으며, 한국의 윗세대 건축가들은 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다는 개념이 아닌 일을 배운다는 개념으로 사무소에서 몇십년간 수련과정을 거쳐 사무소를 개업하였습니다. 특히, 소규모 사무소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어 야근, 주말수당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뜰리에에 취업할 경우 보수나 워라벨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참여 지분을 높일 수 있고 건축물의 계획부터 완공까지 모든 업무를 곁에서 지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종종 빠른 사무소 개업을 원하시는 분들은 유명한 아뜰리에에 취직하여 경력을 쌓기도 합니다. 메이저라 불리는 대형 사무소들은 아뜰리에에 비해 복지나 워라벨, 보수가 훨씬 더 좋습니다. 물론 다른 업계의 대기업에 비하면 낮은 편이긴합니다. 그렇지만 아뜰리에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신입사원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대형 사무소에서 신입사원들을 많이 뽑지는 않기때문에 경쟁은 소규모 사무소보다 더욱 치열합니다.




설계사무소 취업은 설계 성적과 개인의 포트폴리오가 중요합니다. 안타깝지만(?) 이 업계에서 학벌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설한홍 출신이라고 무조건 메이저에 취직하는 것도 아니고 지방대 출신이라고 아뜰리에도 떨어지는 곳은 아닙니다. 포트폴리오는 학부생활 5년동안 자신이 설계하고 준비한 학부 작품, 공모전을 중심으로 내가 어떤 작품을 했고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으며 이를 통해 추후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지를 보여줍니다. 따라서 좋은 작품과 걸출한 공모전 수상경력이 있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여기에 사무소 인턴 경험이 추가되면 더 좋습니다.(다수의 건축학도들은 방학 때 교수님 사무소에서 많이 인턴경험을 합니다.) 학벌은 부가적인 요소입니다. 설계 업계는 누가 더 좋은 학교를 나왔냐가 아닌, 철저히 실력 위주로 돌아갑니다. 




실무 수련 3년을 마쳤다고 바로 개업할 수도 없는 것이 학부때 배웠던 설계와 사무소에서 이루어지는 실시 설계는 전혀 다른 업무입니다. 회사는 신입사원을 1,2년 차에 아예 새로 교육해서 업무에 배치합니다. 학부때 디자인의 영역에서 설계를 했다면 실시 설계는 실전입니다. 고려해야할 요소도 더 많아지고 복잡해집니다. 이 모든 업무를 통달해야 한 사무소의 소장을 맡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무소마다 업무에 차이는 있지만 대략 표현하자면 이렇습니다. 






4. 드디어 개업, 그러나




    facebook - 이양재 건축가




한국 사회에서 건축가는 애초에 좋은 대접을 못 받을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틀에 갇혀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정부 주도의 빠른 산업화, 도시화는 정부의 근간 사업이었던 건축업의 폭력적이고 급진적인 개발을 낳았습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상이 하나도 없는 것은 둘째치고(옆나라 일본은 8명으로 미국과 공동 1등) 요동치는 부동산 가격과 임대업의 성행으로 인해 일반 대중이 건축물을 주거의 개념이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며 천편일률적으로 생겨나는 오피스빌딩과 아파트들은 건축가들에게 암묵적으로 낮은 설계비를 강요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주들은 공사단가에 비해 설계비를 훨씬 낮게 후려쳤으며 디자인은 상관없으니 더 많은 면적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뽑아내는 설계가 기승을 부리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설계를 해도 옆집에선 더 낮은 가격으로 해주겠답니다.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은 당연히 더 싼 곳을 찾습니다. 그렇게 모든 설계판의 설계비가 후려쳐지고 결국 제 살 깎아먹기 식의 덤핑 수주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인구는 줄어가고 있지만 매해 건축학과를 졸업하는 학생 수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취업 경쟁은 더 심해진다는 뜻이죠. 거기에 학교는 무책임합니다. 학생을 좋은 건축가로 교육하여 사회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학부에서 굴려 버티는 학생만 건축 설계를 하게 됩니다. 과잉공급된 인력은 당연히 제 값을 받지 못합니다. 아직까지 건축 설계 업종의 신입 연봉이 낮은 이유는 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경력이 쌓이면 더 나아지긴 합니다만....



국내 건축시장은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 말 그대로 ‘생존 정글’입니다. 앞에서 설명했던 과잉경쟁으로 덤핑 설계가 비일비재하니 사무소 직원들이 임금을 적게 받아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으며, 설계비는 안 오르고 인건비는 매년 올라 사무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한계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입니다. 종종 거리에 보이는 많은 사무소들이 가설계비가 무료라 홍보하는데 실상을 알게 되면 기가 찰 노릇입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이 문제를 건축사자격시험을 극악으로 어렵게 만들어 건축사의 양을 조절하여 해결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사다리 걷어차기' 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잠시 기사를 참고해봅시다.





수험생들은 “학교에서 배웠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실무에서 익힌 기술과도 한참 달라 학원에 다니지 않고선 시험 준비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월엔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건축사 시험을 개선해달라”는 주장이 올랐다.


2017년부터 세 차례 연속으로 시험에 응시한 차모(41)씨는 “학원에 가면 첫 시간에 강사가 우스갯소리로 ‘경력 20년 된 사람이나 1년 된 사람이나 손 그림을 못 그리는 건 똑같다’는 말을 한다”며 “수험생들 사이에선 ‘건축사 시험은 운이 100%’라는 말도 나오는데, 건축 실무를 총괄할 능력을 검증한다는 시험 취지와 동떨어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수험생카페 운영자 민춘기 건축사는 “나도 15년간 실무를 했지만, 손으로 도면을 그리는 작업은 익숙하지 않다. 정부기관인 조달청도 모든 설계를 전자방식으로 납품하게 하는데 건축사 시험만 유독 수작업으로 도면을 그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작업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채점 기준도 공개하지 않아 수험생들은 어쩔 수 없이 학원에 의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출처: 중앙일보] 대학·현장서 안 쓰는 ‘손 도면’ 배우러 학원행…시대착오 건축사시험 




건축사 양을 조절하는 것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방안일까요? 현실은 많은 건축가들이 면허를 취득하지 못해 대여하거나 허가방(말 그대로 건축허가를 위해 도장만 찍어주는 곳)이 성행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이 고난과 역경을 다시 한번 이겨내야 비로소 하나의 어엿한 사무소로 자리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일반 대중들이 TV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건축가들은 이 과정을 이겨내고 한 사무소의 소장님으로 성공한 건축가들입니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들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누가 나머지 현실에 대해 학생들과 학부생들에게 알려줄 것이며 정확히 어떤 것이 설계판의 문제인지, 일의 강도는 얼마나 힘든지 알려줄까요?





5.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 시민의 생활양식을 바꿔놓은 퐁피두 센터와 그 광장


나는 건축업무가 좋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의 한 분야로서의 무게감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건축의 특성상 건물도, 관계 맺는 땅도, 관여하는 사람들도 매번 다르다. 즉 똑같은 프로젝트가 없어 언제나 새로운 업무라는 것이 흥미진진하다.

나는 어쩌면 수없이 되풀이 되지만 매번 새로울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들을 접하며, 현재 우리 시대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민하고, 우리 회사의 건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논의하는 이 일이 참 좋다. 특히 자신의 삶터를 짓고자 찾아오는 건축주들의 삶을 공감하고, 이들에게 어울리는 집을 상상하고 있자면 설계일이 건축일이 미치도록 좋아진다.

출처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http://www.ancnews.kr) - 강미현 건축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설계라는 업은 너무나 매력적입니다. 건축은 인간의 삶에 가장 밀접하게 접해 있기도 하며 좋은 건축은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일찍이 선진국에서 건축가는 당대의 지식인으로 존경받았으며 라틴어에서 비롯한 ARCHITECTURE는 으뜸이나 크다는 뜻의 ARCH와 기술이나 학문이라는 뜻의 TECT가 결합해 생긴 단어입니다. 과도한 공사예산과 문화재 파괴 논란에 휩싸인 DDP도 서울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서울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습니다. 건축설계는 일을 통해 자아 실현과 사회적 명성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업이기도 하며 특별한 정년이 없어 자신이 원하면 죽을때까지도 사무소를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람은 죽어도 좋은 건축물은 몇백년동안 이 땅에 남아있습니다. 성공한 건축가는 분명 건축물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억될 것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보며 가우디를, 공간 사옥을 보며 김수근을 떠올리듯이 말이죠. 또한, 업무가 축소될 수는 있어도 건축가라는 직업이 미래에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래 봬도 인류가 동굴을 벗어나 '집'을 지으며 생활할 때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직업입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업계에서 가장 고생하고 계신 현직 건축사분들은 8,90년대 역대급 건축호황에 힘입어 최고의 입결로 건축학과에 진학하신 분들입니다. 건축학과가 언제 다시쯤 부상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싸이클은 돌고돌기 마련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분들은 충분히 다시 조망받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출처 - 에이플래폼


시대가 변하면서 소규모 건축사무소, 특히 1인 사무소가 급등하고 있고 업무 역시 소규모 위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30대 젊은 건축사분들이 소규모 사무소를 개업하여 운영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고 윗세대 건축사분들이 은퇴하며 한국 건축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복지나 워라벨을 챙겨주는 아뜰리에도 많아지고 있으니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축설계가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인터넷 상으로 건축 경기 안좋다, 망했다까지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7. 마치면서




하지못한 말이 많으나 제가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는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대신 추천해 드리고 싶은 유튜브 채널, 책이 있으니 궁금하신 내용이 있으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될거라 확신합니다.





1) 건축학도는 어떻게 지낼까


yanggang양갱일상  - https://www.youtube.com/channel/UCXEGCyggxl9KMZBXyK9x_Kg


2) 유학에 관하여


건축꿈나무 그냥 - https://www.youtube.com/channel/UCvs_auQ1-6Hyi_NDO5NgnVA


3) 설계사무소 생활


현찬앜트 - https://www.youtube.com/channel/UCbUrVteqNA_oD2GrRqfy1VQ


4) 3d 프로그램이 궁금하다면


디지트 TV - https://www.youtube.com/channel/UChoLhDdNhth2zsFuBShICcQ


5) 건축학과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









질문은 쪽지가 아닌, 댓글로 달아주시면 제가 아는 한도에서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남은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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