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현실적인 성적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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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폰만 붙잡고 가끔 오르비 눈팅하면서 지내던 오르비언 중 한명입니다.
소위 말하는 명문대 뱃지도 없고, 그렇다고 오르비 활동이 그렇게 많지도 않은 제 글을 많이 봐주실지 모르겠지만,
아마 여기 계시는 많은 분들이 저와 비슷한 상황일거라고 생각해서, 조금은 특별하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저의 성적변화에 대해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현역 때 34133을 받고 광운대, 삼육대 성적이 나온 저는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개인마다 원하는 목표치가 다를 수 있으니 불편하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신기한게 과탐을 보면 지구과학2가 있는데 서울대에 가고 싶었다기 보다는 그냥 그 과목이 좋아서 선택을 했었습니다. 지1 내용의 심화과정을 공부하는데서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국영수 성적이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수능날 어떻게든 보상을 받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수능은 역시 '너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나에게 보여줘'라는 시험이라기 보다는
'너가 얼마나 똑똑한지 나에게 보여줘'라는 시험이더군요.
절대적인 실력이 부족했던 저에게 '노력'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 성적을 보면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방어벽의 역할을 했었습니다.
이미 내신은 버린지 오래였고, 그래서 학교수업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목 말고는 자체적으로 안 들었습니다.
아침에는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국어를 하는게 좋다는 말을 듣고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비문학 지문을 읽고, 오전 자습시간에는 수학 문제를, 점심을 먹고 대충 ebs 지문 몇 개 보고, 오후 자습시간에는 탐구공부를 하는
대한민국 고3 학생의 기본적인 일과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6평, 9평을 보고 파이널 시즌이 되면 유명한 인강 선생님의 실모를 모으는데 급급했고, 정작 그 중에 오답까지 완벽하게 실모를 활용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실모 성적이 좋으면 그날이 기분이 좋아 새벽까지 핸드폰을 하며 잠들었고, 실모 성적이 좋지 못하면 그냥 기분이 나쁜채 '내일은 좀 더 쉬운 실모를 풀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수능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주변에서 들리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를 외치며 수능당일날 올1등급을 받고 당당하게 서울대에 입학하는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 결과는 보다시피 처참했습니다.
34133
수능 당일 저녁은 정말 아무생각 없이 치킨 시켜 먹고, 집에서 신나게 롤을 즐겼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야스오 했는데 15킬 했나)
수능을 망한 것 치고 부모님 반응도 너무 태연하셨고,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 괜찮다, 어찌됐든 1년동안 너무 수고많았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세상은 너무 평화롭다. 나는 수능을 망했는데'
그 당시 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입니다.
시간이 지나자 슬슬 수시합격자 발표가 나고, 원서접수 시즌이 다가오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하였고,
저에게는 두가지 선택권이 있었는데 반수(편입) 또는 쌩재수.
처음에는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진학한 후 편입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지만,
이대로 입시판을 떠나기에는 스스로에게 남는 아쉬움이 너무 컸습니다.
현역 시절 때 얻은 깨달음과 패배를 교훈삼아 재수생활을 한다면 나도 기적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까짓것 1년 고생할 거 빡세게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기숙학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쓰다보니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반응이 좋으면 그 이후 이야기도 이어나볼까 합니다....ㅠㅠ 아마 그러지 못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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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그대로 나오신거예요? 에휴 ~ 힘내시고 반수 한번 추천해봅니다 쌩삼수는 너무 맨탈에 부화걸릴듯 하네요
작년 수능 성적표에요 ㅠㅠ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성적 알려줘요 ㅜㅜ
21133이요!
탐구만 좀 올리면 가능성이
수학 1이신 건가요 대단하네요!
운이 좀 좋았어요 ㅎㅎ
이번에 재수하게됐는데 고3생활이 저 관찰일긴줄알았어요.... 재수할때 조언같은거 있나요..
N수라는게 남들이 하는 말들 들어볼 때는 정말 쉬워보이는데 이게 막상 해보면 만만치가 않은 것 같아요.
먼저 현역 때 뭐 때문에 수능에서 미끄러졌는지, 솔직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것 같아요.
자기 반성이라는게 잘못된 습관이 될 수도 있고, 과목별 커리큘럼이 될 수도 있고, 하다못해 쓸모없는 동선 낭비 같은게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고쳐가는 과정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과목별 공부법은 따로 말씀 안드려도 지금 시점이면 대강 머릿속으로 생각해 놓으셨을테니까 따로 말씀드리진 않을게요.
재수는 중반전이 없습니다. 전반전, 후반전만 있을 뿐이죠. 전반전에는 누구나 열심히 달립니다. 옆에 친구들 보면 다들 의욕도 넘치고 파이팅해서 '이대로 1년만 하면 무조건 성공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재수생도 사람인지라 언젠가 한 번쯤은 풀리는 때가 오는데(흔히 슬럼프라고 하죠) 그걸 다잡고 다시 공부하기가 매우 힘들어서 그대로 무너져버리는 친구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요점은, 힘들어도 묵묵히 오늘 할일 플래너에 적고 그대로 실천하고 자기전에 피드백 한번 해주고.
그렇게 수능 전날 까지 '존버'하는거죠.
그냥 존나 버티세요. 아무리 힘들고,지쳐도 시간은 갑니다. '나만 이런 고생한다'라는 마인드보다는 '이런 고생을 통해 오늘도 하나 배운다'라는 자세를 가졌던 것 같아요 저는.
그리고 몇개월 열심히 한다고 성적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지지는 않아요. 학원에서 달마다 모의고사 보실텐데 그때마다 너무 좌절하지 마시고 7,8월까지는 개념 및 기출 분석 완벽하게 해 놓으시고 9월부터 N제 푸시면서 사설모의고사 몇 개 병행하시는 걸 추천.
기출이 아무리 좋아도 새로운 문제에 적응하는 연습 또한 중요하거든요. 혹시 또 궁금하신거 있으시면 쪽지 주세요~
넵 감사합니다! 잘새겨듣겠습니다
수학 어케 올리셨어여 ㅜ
수능 전날까지 점수가 안 올라서 걱정했던 과목이 수학이라 끝까지 수학이라는 과목을 안 놓았던게 큰 역할을 한 것 같아요.
기출분석 , N제, 실모 . 이렇게 크게 3가지로 학습 방향을 정했었는데,
기출분석은 양승진쌤 기출코드 인강 들으면서 2회독 정도 하고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 복습하는 정도였어요. 기출이란게 아무래도 제일 익숙한 소재다 보니깐 아무생각없이 문풀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기코 인강 듣고 나서 유형별 행동영역을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N제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어느 문제집이든 괜찮지만 웬만하면 문제제작에 돈 많이 쓰는 출판사 문제집이 좋습니다. (드릴,양코,드리블....)
새로운 문제를 만났을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기출분석을 통해 정리한 행동영역들을 적용해보시고,
못 푼 문제가 있다면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 개념서나 기출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모도 N제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다만 100분이라는 시간을 잰다는 점에서 다르죠.
저는 모든 수학 실모를 풀면서 실제 수능장의 분위기를 떠올리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습니다.
30문제를 온전히 풀어내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30문제를 어떻게 관리하며, 돌발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대처할지, 2교시 수학영역을 장악해나가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건 새로운 문제 100개 푸는 것보다 예전에 풀었던 문제 5개를 진득하게 분석하는게 더 좋다는거에요.
모든 과정에서 복습이 최우선입니다!
복습없이 신유형,킬러문제만 쫓다보시면 모래성을 쌓는것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