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0-12-25 15:3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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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영 석사 논문 표절 사건이 정말 빡치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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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고등학생이신 오르비언들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당장 대학생이 되면 학사, 석사, 박사 라는 것에 대해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저도 대학교 들어오고 나서야 교수가 얼마나 하늘에서 별따기 수준으로 되기 어려운 것인지, 석박사 연구원생들이 얼마나 피땀흘리며 노력하고 공부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평소 전쟁사 이야기를 하니까 전쟁 관련해서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유럽은 1차 세계대전때 쏟아지는 인명피해를 감당하기 어려워서 정말 마구잡이 식으로 징병을 시행했습니다. 그 중에는 당시 대학교 석,박사급 인력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도 다른 보병과 마찬가지로 전선에서 그냥 총알받이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 짓을 하고 나니까 1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과 학문에 심대한 지장이 초래됩니다. 원래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보조하고, 또 교수와 협업해서 새로운 논문이나 지식을 창출하고 다시 해당 박사급 인력은 교수가 되는 사이클을 거쳐야 하는데 그게 크게 단절되는 바람에 심각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함부로 이런 고급 인력들을 단순 소모전에 투입하지 않고 장교나 중요한 행정 관리에 투입하는 대안을 모색합니다.













 태평양 전쟁 시기에도 일본 제국은 참 대단한 짓을 벌였습니다. 태평양 전쟁에서의 전세가 기울기 시작하자 마구잡이로 징병을 가하는데 그 중에는 예술가나 사상가부터, 숙련된 베테랑 공업 근로자, 기술자 등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중요한 일을 맡고 있던 사람들까지 다 끌고가서 기가 막히는 전술로 미군에게 소모당합니다.




 그리고 그 고급 기술자들의 빈 자리를 생초짜들을 데리고와서 일을 시켰습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생산력이 유지가 되겠습니까? 기초적인 물품들이야 누구나 쉽게 조금만 배우면 작업할 수 있었겠지만, 정교하거나 품질이 높은 생산품을 계속 만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까지 옵니다. 전쟁에서 오히려 더 중요한 행정, 보급을 등한시하고 당장의 병력 수에 집착하여 무분별하게 시행해진 강제 징집은 결국 태평양 전쟁 패망의 한 원인이었습니다.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150818000085







 6.25 전쟁 당시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대학생은 현대 한국에서의 박사급 이상의 학력을 가진 엘리트로 취급되었습니다. 다들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는게 힘들었던 당시 상황에서 대학생이라는 존재는 매우 희귀한 존재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비슷하게도 이승만 대통령은 본인의 호칭을 대통령 보다는 박사님 이라고 불리길 바랐다는 이야기가 존재할 정도로 '박사, 대학생'은 곧 엘리트이자 중요한 인적 자본이었습니다.




 6.25 전쟁에서 파죽지세로 밀리던 국군들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초반부에 나오는 것처럼 강제적인 징병제를 실시하면서 학도 의용군도 다수 징집, 혹은 자원입대로 당장 병력 숫자를 늘렸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당시 한국군은 아무리 절망적이지만 정상적인 면은 있어서, 대학생은 따로 장교나 행정과 관련된 일로 배치했습니다. 그 유명한 예가 김영상 대통령입니다(서울대학생이어서 전선에서 직접 싸우는 병사로 징집되지 않았음)




 실제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에는 독일에 수많은 엘리트 과학자나 공학자들이 많았습니다. 질소의 인공적인 합성을 통해 인류의 굶주림을 해결하고 고질적인 식량난을 해결해버린 '프리츠 하버' 라는 화학자 역시 독일 출신입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는 독가스를 개발한 혐의로 불명예를 안고 간 인물이죠. 그만큼 독일은 전통적으로 공업, 화학이 발달해 있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곧장 미국과 소련은 거액의 보상과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독일의 뛰어난 과학자들을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 이전에도 이미 독일의 나치화 때문에 미리 미국행을 택한 유명한 유대인 과학자도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죠.




 그래서 현재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런 엘리트 인재를 빠르게 스카웃하고 자국의 지식 수준을 높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미 미국 자체로도 상당히 공학적으로 발달한 나라였기에, 독일이 패망하고도 일본이 여전히 결사항전을 외치자 맨하튼 프로젝트로 핵무기를 개발하여 일본 본토에 투하시키기도 하죠. 이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가한 과학자들은 그야말로 미국 엘리트의 끝판왕이자 노벨상 수상자도 여럿 끼어있었습니다.




 하여튼 학문에 종사하거나, 고급 인력들은 소중하게 모셔야 나라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 한국은 이제 '대학생'이라고 해서 엘리트나 지성인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상당히 많은 학생들에게 대학은 당연히 가야하는 곳이 되었고, 취업난 덕분에 대학원생이 되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으며, 또 박사급 인력도 이전보다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학위장사'에 있습니다. 당장 네이버에 검색만 해도 석박사 학위를 돈주고 팔다가 적발된 이야기들을 매우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석사 550만원·박사1200만원 '학위장사'…교수들 집유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068688




"학사 1천만원…" 가짜대학 만들어 학위장사
https://www.yna.co.kr/view/MYH20160523021400038



학위남발학교 -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D%95%99%EC%9C%84%EB%82%A8%EB%B0%9C%ED%95%99%EA%B5%90







 실제로 제대로 석사, 박사 과정을 거치는 사람들은 정말 박봉에 시달리며 어마무시한 노동 착취를 당하면서 꾸역꾸역 어렵게 학위를 타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석사, 대학원생은 과연 근로자인가 학생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정도로 일종의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서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나마 최근에서야 대학원생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고 있는데, 하여간 저도 공부를 꽤 해본 입장이라서 이런 석사,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는지를 잘 알고 그 고생을 다 하며 학위를 따낸 것을 존경합니다. 석사 박사 월급도 정말 적으면서 오랜 시간 연구와 공부를 해야 할 수 있고, 이 과정을 모두 통과하고 나서야 또 일부 소수만이 교수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번에 참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있었지만 정경심 교수와 그 자녀에 대한 입시 비리가 유죄로 판결이 났습니다. 비슷하게 나경원 국회의원 아들의 포스터도 문제가 되었었는데 이건 무혐의가 났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법원까지 끌고가서 꼼꼼이 따져보고 나서야 입시 비리나 혹은 학위 장사가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묻혀지고 지나갔을까 싶습니다.




 특히 홍진영 가수의 논문 표절 사건은 제 분노를 일으킨 참 대단한 사건입니다. 제가 되도록 화를 안내려고 하는데 이 사건은 좀 들어보니 욕이 절로 나오더군요.












(진짜 뭐같은 인간 x발 진짜 하)








 일반적으로 정말 공부와 연구에 전념하는 석박사 인력들은 정말 인생을 다 갈아넣고 밤을 세면서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하고 천신만고 끝에 겨우 졸업논문을 씁니다. 그런데 저 분은 거의 정유라마냥 다른 사람 논문 그대로 표절하고 짜집기를 해서 학위를 받은걸 가지고 방송에서 떠벌리고 다녔더군요.




 그래서 이 사건은 정말 진심으로 노력해서 제대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의 학위 장사의 한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땐, 정말 언론과 여론의 지탄을 받고 영원히 파면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화가 나네요.










 실제로 제 개인적으로도 이런 사례랑 엮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절 정말 심하게 괴롭히시고 스트레스 주시던 제가 나온 고등학교의 김 모 화학선생님께선 당시 경북대에서 무슨 과학철학으로 박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경상북도에서 열리는 R&E 대회에 참가 중이라서 제 나름대로 연구하고 실험한 걸 토대로 논문을 작성했죠.




 그런데 이분이 고등학생인 저보다도 논문도 못쓰고, 오히려 제 논문을 보고 타박하고 꾸짖더군요. 대체 이 그림을 왜 넣었냐는 둥, 이걸 왜 여기에 집어넣었냐는 둥 오만가지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선생님께 온갖 욕을 다 처먹은 논문은 경북대 화학교육과 교수님이 보시고선 감탄하면서




 '이 정도 수준의 논문은 대학원생도 쓰기 힘들다' 




 라는 극찬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절 가르치던 그 고등학교 화학 선생님도 표면 상으로는 박사 학위까지 곧 받으실 분이지만, 실제로는 고등학생보다도 논문도 못 쓰는 수준 낮은 인물이었던 것이죠. 교수님 덕분에 이후 화학선생님과의 관계는 완전히 역전되었습니다.










 그 때를 기억하면 아직도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런데 홍진영씨 덕분에 그 일이 새삼 떠올라서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쓰게 되네요.




 앞서 계속 말했다시피 석사, 박사 과정을 제대로 거치고 탄탄한 수준의 지식을 겸비하는 것은 정말 힘들고 오래 걸리는 가시밭길입니다. 그런데 저런 사람이 학위 장사로 떵떵거리며 자기 홍보에나 사용했다는 사실이 참 우습고 한심하며, 학위 장사로 아무 실력없이 학위받는 사람들이 경멸스럽네요.




 석박사 학위라는 것은 돈주고 산 사람들에게는 그저 타이틀에 불과하고 하나의 자랑거리에 불과하지만, 정말 고생해서 제대로 그 과정을 겪은 지식인들에겐 자부심이자 매우 중요한 경력입니다. 그런데 학위장사 덕분에 그 사람들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정말 앞으로 직접 제 눈앞에 보이면 때려주고 싶은 존재들입니다.




 오랫만에 흥분을 해서 글을 쓰네요. 여러분은 석사, 박사 학위라는걸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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