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종 국어 연구소 [809195]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12-24 00:25:17
조회수 20,866

[유대종T] 지금 여실히 살아있는 영혼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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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사람이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이제 곧 반올림하면 40이므로, 제 절반 정도 달려온 인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999년 : 세기 말, 종말론이 유행할 때 한 보습학원 선생님을 보면서, 나도 학원 강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음. 


2004년 : 서울대 인문학부에 입학,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가 고민.

          : 이때부터 공부할 환경이 주어지기 어려웠던 고3 학생들을 무료로 가르치기 시작.


2011년 : 무료 수업을 끝내고, 정식으로 수업을 시작. 

            100개가 넘는 서류를 넣었고,

            분당에서 세 반 '3명', '3명', '1명'으로 영수 학원에서 국어 하고 싶은 아이들 받아주는 역할로 수업 시작. 

            고시 3개월 공부 후 1차 붙은 상태에서 고민(집안의 강제 + PSAT 강사를 꿈꿔서 1차는 붙어 놓은 상태였음)

            학원에 남기로 결심. 시험장에 들어가지 않음.(뭐 들어갔어도 떨어졌을 듯 ㅋㅋㅋ)


2012년 : 송도, 판교, 분당 등지에서 수업함. 이때 전교 꼴찌도 가르쳐 보고, 전교 상위권 학생들만 모아서 수업도 해 봄.


2013년 : 정체 모를 이유로 쓰러짐. 과로가 아니었나 싶음. 병원에서는 이유 못 찾았음. 재활 1년 간 시작. 

           / 대한민국 최초로 누워서 수업....


2015년 :

          : 한 해 내내 어지러웠음. 

          : 이투스 인강 카메라 면접에서 장렬히 떨.어.짐.

          : 큰 회사 지원 4년 째.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문자만 옴.      

          : 우여곡절 끝에 오르비 수업 시작(당시 대표님이 더 큰 곳의 강사인 줄 알았으나 그게 아니었음. 어쨌든 시작함)

          : 그 기세로 명인학원 입성.  

         


2016년 : 모 회사로 이적        

          

2017년 : 1타에 자리함. 


2018년 : 2타로 하락 

           당시 시장 규모에서, 신규 강사에 대한 대규모의 무료 교재 이벤트는 어서 내려가라는 얘기에 가까웠음.  

          : 타 과목의 당시 1타는 신규 강사 이벤트에 대응하여 같은 권수의 이벤트 보장됨. 물론 저는 제외.  


2019년 : 1타 복귀

          : 모든 힘을 쏟아 부어서 1타로 복귀. 

          : 제 멘탈에 지대한 타격을 주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허위 사실 명예훼손 혐의 및 교사로 추정되는 혐의 행위 발생.  

           (이때 어디든 무조건 나가야겠다고 결심함. 해당 주어는 차후에 공개합니다.) 


2020년 : 스카이에듀 이적  

          : 3일 만에 전체 1타. 

          : 자습 학원빨이라는 말 비웃으며 현장 전타임 마감 

          : 겨울에 대치동에 강의를 깔지 못하게 하려는 음해 세력을 비웃으며 대기 치며 마감.

          : 491억 소송.


2021년 : 그리고 지금.

          : 장판파의 장비도 아니고.. 이 패스 시대에.....ㅋㅋ







2020년 이후로,


돌아냐, 미쳤냐는 말도 들었습니다. 


후회하냐는 말을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 듣네요. 


제가 존경하는 한 사탐 선생님은, 


10명이 겪을 일을 혼자 겪고 있다고, 감당이 되냐고 걱정해주셨습니다.




제가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비록 제가 가야할 길이


꽃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이더라도, 가야할 길은 가야만 한다는 생각입니다. 


나를 밀어 넣은 것은 나 스스로가 아니므로


신이 나를 밀어넣었다면, 그것을 극복할 방도도 그가 마련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길을 걷는다는 생각. 





오늘 성적표가 나왔을 겁니다.


많은 학생들이 성적이 올랐다고 고맙다고 하고, 저 역시 고맙지만,


저는 또한 반대편의 사람들 역시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밀어 넣은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내가 밀어 넣은 구렁텅이가 아니기에, 그것을 운명이든 신이든 누군가가 던져 넣었다면,


그곳에서 나올 방도도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겨내는 법을 배워 왔습니다.


극복하는 법을 배워 왔습니다.


이제 그만 쉬고 싶고, 내려놓고 싶을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신이 여러분들에게 넉넉하게 이겨낼 힘을 주셨다고 믿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고 그렇게 살 것입니다. 


반드시 꼭 이겨내십시오.






오늘은 대치 오르비에서 시작하는 입론과 언매 홍보를 하려고 왔었지만, 


하고 싶지 않네요. 하지 않겠습니다. 내일 하겠습니다.

 

인스타로는 성적 오른 내 제자들 같이 축하해 주었으니


이곳에서는 위로와 격려의 한 조각을 건넵니다.


며칠 동안 잘 추스르고 더 큰 미래를 도모하십시오.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던져졌던 것입니다. 넉넉하게,


그리고 모조리 싹 다 이겨버리라고요.


그것이 내가 경험한 제 인생으로 말씀드리는 부족하고 부족한 위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陶淵明)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 백석, <흰 바람벽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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