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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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심상범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수능 성적표가 발부되었기에 말할 수 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당신을 위해 글을 올립니다.
우선 2021년을 위해 2020년을 열심히 달리신 여러분들 모두 수고하셨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망쳐졌고 역대로 가장 특이하고 민감한 입시를 치루셨기에 어느 년도의 수험생들보다도 내적 괴로움이 컸을 것입니다. 공부를 하던 학원 또는 학교라는 환경에서 벗어나 편하다는 인식이 강한 집에서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고난이고 역경이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수능이 끝났고 성적표가 나오는 시점에서 고민하고 계신 당신께 아직 21살에 불과한 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1. 2018년의 심상범: 전형적인 공부하는 ‘척’
저는 어린 시절부터 이와 같은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모범생인데 성적은 별로이다‘
그 이유는 조용하고 욕심이 없는 성격과 공부에 대한 흥미가 전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제 의지로 공부를 해본 기억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의 2018년이 딱 그랬습니다. 나름 알아주는 자율형 사립고를 다니며 모두 정시로 명문대에 가니 대충 해도 인서울에 가는 것은 껌이라고 생각하면서 흥미를 가지던 오버워치를 열심히 했고 점수를 올려 프로게이머에 도전하려는 마음도 먹었습니다.
3,4월 모의고사에서는 무난한 점수가 나왔으나 6월 평가원에서 수학 64점이라는 충격적인 점수를 받고 사실상 9월까지 공부를 포기하면서 수능 날 받은 성적표는 명문대 분교에나 갈까말까한 성적표였습니다.
성적표를 받은 순간부터 굉장히 많이 고민했습니다. 과연 또 해야할까
이에 대한 저의 답변은 공부에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에 성적이 나아지지 않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다시 시도하고 싶었고 많은 친구들이 다시 시도하기에 이에 편승하는 것이었습니다.
2. 2019년의 심상범: 고뇌하는 외톨이
독하게 마음을 먹고 자신이 스케쥴을 관리할 수 있다는 대치 러셀에 등록합니다.
처음으로 인강 패스를 끊고 뭐든 풀커리를 완벽하게 타서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재수를 하면 필연적으로 인간관계는 줄어들고 러셀식의 독학 재수는 말수를 줄입니다.
전화번호를 바꾸기도 하고 눈에 거슬리는 사람에 대한 숙청을 단행했습니다. 진짜 내 사람이라고 판단되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으며 제 기준에 동물이라고 판단되고 저를 비하하던 사람에게는 자비 없는 말을 던졌습니다. 저는 2019년 러셀을 다니면서 말을 10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중 기억나는 것은 7층 제빙기의 순서를 양보해 주신 여학생에게 ’고맙습니다‘ 라는 말일 정도니까요. 인간관계과 말수가 줄어들면 필연적으로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워집니다. 저는 5월 이후로는 방황하였고 이때부터 슬프면 슬프다는 감정이 화가 난다는 감정으로 바뀌며 열이 많아졌습니다. 그나마 후반기에는 음악의 힘을 빌려서 어느 정도 나아졌으나 이러한 1년을 보낸 학생에게 수능은 자비없는 결과만을 보여줬습니다. 이번에는 서울의 끝자락 대학에나 붙을 수 있는 성적이 나온 것이죠.
그럼에도 저는 국어가 제 능력 밖의 일이라고 느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3. 2020년의 심상범: 학벌주의의 중심에서 사라져버린 그러나 남들과 다른 1년
저는 그저 수능 점수에 맞추고 흔히 말하는 스나이핑을 잘해서 입결이 떡락해버린 명지대에 입학하게 됩니다. 저는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기에 일을 찾았으나 과외 앱에서는 명지대생은 먼지의 존재마저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 시점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들었던 생각은 정말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학생들이 음주가무를 즐기고 놀기 위해 대학교에 진학한 것이었고 그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어두운 미래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사람들과 다르게 살기 위해 편의점 알바 시급에 가까운 가격으로 과외를 구했고 입소문이 펴져 올해 7명을 가르치게 된 사람이 되었습니다.
과외를 하면서 면전에서 지잡대생이라며 무시당하기도 하고 어쭙잖은 학력으로 남의 학력을 깎아내리는 우매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럼에도 2020년 12월의 심상범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옳고 누구보다 미래를 열심히 준비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저의 3년을 말해드린 이유는 저는 현재 여러분들의 처지를 공감할 수 있고 미래를 추천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다시 한 번을 생각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실수로 인한 점수 하락입니다.
->진심으로 실수라고 생각한다면 다시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받은 성적이 자신의 본실력임에도 실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1년간의 성적을 보며 진심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진심이라면 위와 같은 방법을 택하는 것을 추천하고 점수가 자신의 실력이라고 생각되면 멈추시기를 추천합니다.
다음은 한계를 느낀 경우입니다.
->2019년의 제가 여기에 속합니다. 저는 2년간 국어 등급이 445444일 정도로 국어에 문제가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재수 시절 나름 3개월간 집중적으로 공부도 해봤지만 결국은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국어는 제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했고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여러분도 한계를 느끼셨고 너무 힘들다면 멈추세요. 결국 살자고 하는 짓인데 계속 이어가는 것은 막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성적표가 나와도 그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학교에 대한 욕심과 아쉬움은 조그마하게 있을 것입니다. 이렇다면 내년에 모든 것을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한 번 도전하세요. 성인의 경계에서 최선을 다해보는 경험은 중요한 것 같다는 것을 21살의 제가 최근에 느끼기 때문입니다.
모두 정신적으로 힘드시기에 이 글을 클릭하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당신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다시 시도한다면 지금 당신이 느끼는 이 패배감과 괴로움을 내년 수능 때까지 꼭 가져가세요 떠난다면 미련없이 올라가고, 대학생때 하고 싶은 일을 직업에 가까운 강도와 집중력으로 해보세요.
재수를 하던 제가 작년에 자주 듣던 노래 첨부해드리면서 끝내겠습니다.
모두 현명한 선택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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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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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시절에 분교 합격했습니다감사합니다..
살면서 이런기분은 처음이예요ㅠㅠㅠㅠ
그럼 명지대에서 더 도전안하신건가요? 진짜 저도 국어 땜에 삼수고민하고 있는데 여기서 그만해야하는레 맞느닞 고민중입니더....
전 국어에 있어서 20년 살면서 처음으로 벽을 느낀지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후회가 없는 2019년이었기에 그렇기도 했고요. 이런 늦은 밤에 솔직하게 자신에게 물어보고 그 답에 따라 행동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