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기간에레일건맞는컴퓨터과학자 [988802] · MS 2020 · 쪽지

2020-12-22 00: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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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본격적 『정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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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의 경쟁, 냉기로 가득 찬 차가운 겨울. 때는 중학교 3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입학할 고등학교에 대해 상담을 받는 주간도 돌아왔다


검은 롱패딩으로 무장한 검은 무리의 학생들이 이제는 대부분이 고입과 관련된 평가를 모두 완료하고 얼어붙은 학교에서 책상 위에는 저마다 수준에 맞는 수학(상) 문제집을 펴놓고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그런 시기였다──


나는 여러 입시에 실패한 후 지원할 학교가 일대의 ㅈ반고로 격심하게 너프당했고, 멍한 상태로 매일 제일 늦게 등교하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었다. 학교에서는 남들과 같이 수학(상) 문제집을 풀고 있는 것이 아닌 "전자기학", "선형대수학", "인공 신경망" 따위를 읽으며 되도 않는 가오를 잡는 것 역시 일상다반사였으나 그래도 검은 롱패딩을 입고 책상에 드러눕다시피 하며 책을 열심히 보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므로, 저 검은 무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내신 성적이 지원한 ㅈ반고 입학 기준의 턱걸이 수준인 내가 담임과 어떤 내용의 상담을 하게 될지는 양산형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진엔딩 루트 시나리오 수준으로 예상이 가능했으므로, 롱패딩의 따뜻한 주머니에 대충 손을 넣은 채로, 나는 교실 바로 앞 3학년 교무실로 향했다────






─────"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이 성적으로 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400명 중 350등 정도에 머물게 될 거야. 괜찮겠니?"


"...."


단순히 내신 성적으로 산출한 결과임을 알고 있었고, 이런 상담을 하게 될 줄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저 구체적인 등수를 들어버린 순간 찝찝함을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

이 내가 하위권이라고? 


ㅈ반고의 성적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등수를 들은 그 날만큼은 추운 겨울의 시린 자극이 더 강해져 돌아왔다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 '좋아.'

'내가 학교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내면 선생을 완전히 역관광한 사례로 남게 되겠지.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다!'


차가운 겨울에 '그'는 불타올랐다──

대치동에서 수학을 배우고, 영단어를 외우며, 입학 전 학급 친구들의 출신 지역과 학업 수준 데이터를 수집했다


마음만은 최상위권이 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마음만은.


'그'는 첫 중간고사에서 괜찮은 성적을 받았으나 

기말고사에서 무너졌고, 주요과목 평균 2.25에 비주요과목 평균 5를 받게된다


────────────────

비록 350등보단 훨씬 성적이 높았으나 '그'를 만족시키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나'는 극지방의 빙하가 무너져내리듯 순식간에 무너져내려, 2학기는 수학 외의 모든 과목을 조지게 된다


───────는 어제까지의 이야기.






──────── 이걸로 '그'의 이야기는 끝났는가?

'그'는 짜장면을 배달할 치타에 불과했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어쩌면 4번의 시험 동안 선생들의 입맛대로 짜여진 형평성 없는 시험에 억압받고, 억압받고, 또 억압받으며 

고통받아오고, 우리의 날개를 펼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는 선생들을 무력화시킬 빛나고도 멋지지만 무서운 무기가 있다──────── 








──────── 『정시.』


우리는 더 이상 ㄱ부터 ㅌ까지의 선지 중 맞는 것의 개수를 고르는 국어 문제와, 『내신스러움』을 마구 발산해대는 수학 문제, 지문 전체에서 틀린 문법 한개를 찾아 고치는 좆1같은 영어 문제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그저 공정한 평가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제 내신이 끝난 시점에서 정시파이터들을 위한 시간은 다가왔다.



정시러들이여, 일어서라. 정시를 매개로 광활한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펼쳐라!

당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라. ㅈ반고의 선생들의 억압에 벌벌 떨지 말고, 얽매이지도 마라.




어떤 사상가의 한 문장을 빌려 다음과 같이 다시 한 번 적어보며 글을 마친다.





────────정시파이터들이여, 단결하라!

우리가 잃을 것은 내신으로부터의 『쇠사슬』 뿐이며 얻을 것은 『SKY』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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