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본격적 『정시』의 시작이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4119094
고입의 경쟁, 냉기로 가득 찬 차가운 겨울. 때는 중학교 3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이었으며────
마지막으로 입학할 고등학교에 대해 상담을 받는 주간도 돌아왔다
검은 롱패딩으로 무장한 검은 무리의 학생들이 이제는 대부분이 고입과 관련된 평가를 모두 완료하고 얼어붙은 학교에서 책상 위에는 저마다 수준에 맞는 수학(상) 문제집을 펴놓고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그런 시기였다──
나는 여러 입시에 실패한 후 지원할 학교가 일대의 ㅈ반고로 격심하게 너프당했고, 멍한 상태로 매일 제일 늦게 등교하는 것은 매우 일상적인 일이었다. 학교에서는 남들과 같이 수학(상) 문제집을 풀고 있는 것이 아닌 "전자기학", "선형대수학", "인공 신경망" 따위를 읽으며 되도 않는 가오를 잡는 것 역시 일상다반사였으나 그래도 검은 롱패딩을 입고 책상에 드러눕다시피 하며 책을 열심히 보는 것은 마찬가지였으므로, 저 검은 무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내신 성적이 지원한 ㅈ반고 입학 기준의 턱걸이 수준인 내가 담임과 어떤 내용의 상담을 하게 될지는 양산형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진엔딩 루트 시나리오 수준으로 예상이 가능했으므로, 롱패딩의 따뜻한 주머니에 대충 손을 넣은 채로, 나는 교실 바로 앞 3학년 교무실로 향했다────
─────"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이 성적으로 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면 400명 중 350등 정도에 머물게 될 거야. 괜찮겠니?"
"...."
단순히 내신 성적으로 산출한 결과임을 알고 있었고, 이런 상담을 하게 될 줄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저 구체적인 등수를 들어버린 순간 찝찝함을 도저히 버릴 수 없었다
이 내가 하위권이라고?
ㅈ반고의 성적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등수를 들은 그 날만큼은 추운 겨울의 시린 자극이 더 강해져 돌아왔다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 '좋아.'
'내가 학교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내면 선생을 완전히 역관광한 사례로 남게 되겠지. 지금부터 시작하는 거다!'
차가운 겨울에 '그'는 불타올랐다──
대치동에서 수학을 배우고, 영단어를 외우며, 입학 전 학급 친구들의 출신 지역과 학업 수준 데이터를 수집했다
마음만은 최상위권이 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마음만은.
'그'는 첫 중간고사에서 괜찮은 성적을 받았으나
기말고사에서 무너졌고, 주요과목 평균 2.25에 비주요과목 평균 5를 받게된다
────────────────
비록 350등보단 훨씬 성적이 높았으나 '그'를 만족시키기에는 무리였다
결국 '나'는 극지방의 빙하가 무너져내리듯 순식간에 무너져내려, 2학기는 수학 외의 모든 과목을 조지게 된다
───────는 어제까지의 이야기.
──────── 이걸로 '그'의 이야기는 끝났는가?
'그'는 짜장면을 배달할 치타에 불과했던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어쩌면 4번의 시험 동안 선생들의 입맛대로 짜여진 형평성 없는 시험에 억압받고, 억압받고, 또 억압받으며
고통받아오고, 우리의 날개를 펼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는 선생들을 무력화시킬 빛나고도 멋지지만 무서운 무기가 있다────────
──────── 『정시.』
우리는 더 이상 ㄱ부터 ㅌ까지의 선지 중 맞는 것의 개수를 고르는 국어 문제와, 『내신스러움』을 마구 발산해대는 수학 문제, 지문 전체에서 틀린 문법 한개를 찾아 고치는 좆1같은 영어 문제에 얽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 우리에게는 그저 공정한 평가원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이제 내신이 끝난 시점에서 정시파이터들을 위한 시간은 다가왔다.
정시러들이여, 일어서라. 정시를 매개로 광활한 세계를 향해 날개를 펼쳐라!
당신들의 능력을 마음껏 뽐내라. ㅈ반고의 선생들의 억압에 벌벌 떨지 말고, 얽매이지도 마라.
어떤 사상가의 한 문장을 빌려 다음과 같이 다시 한 번 적어보며 글을 마친다.
────────정시파이터들이여, 단결하라!
우리가 잃을 것은 내신으로부터의 『쇠사슬』 뿐이며 얻을 것은 『SKY』 뿐이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님들 발은 닭발 5
제 발은 뉴발
-
이제 24
올해든 내년이든 언제든 학교를 진짜 다닐 생각으로 정착해도 적응하기 힘들 것 같음ㅁ
-
드릴 기하와 벡터
-
지나갈때마다 꼬라보는 새끼부터 책 집어던지는 놈 3달동안 미친새끼마냥 기침하는새끼...
-
이게 사전에 없다는거임ㅋㅋ 걍 사전에 등재시키면 안되는건가 인터넷유행어래 괴랄하다가
-
맞팔하실분 2
-
나는 김준t가 준 현강생 맨투맨이랑 친필사인 네잎클로버
-
뭐든좋음
-
지하밑에 심연이 있구나
-
대웅 보이콧~~~
-
다른분들은 쎈발점 많이 하시던데 킥오프도 유형 문제집이라 들어서 김기현 쌤 킥오프랑...
-
고대 정시 1
고려대를 너무 가고싶은 재수생입니다 현역때 처참히 망하고 재수를 결심해 지금...
-
240622 6
하루 휴릅햇으니까 도라옴 수2 기출 몇개 쓸건데 해설은 아니고 어떠ㄴ 생각하면서...
-
다른 과는 OO과 이렇게 불리는데 의학과 이런 데는 O대로 불리네 단일학부 단과대여서 그런가
-
정시는 전혀 고려안하고 있습ㄴ디다 (내신 1.09 고2모고는 국어 2-3, 수학...
-
도와주세요... 2
작수 수학 88 백분위 97입니다 의대도 붙어서 제 집 근처에서 과외 준비하려고...
-
추가모집 예비 30인데 이거 가능성 1프로도 안되죠? 1
ㅠㅠㅠㅠ 지거국입니다... 아 ... 이거 말고 희망이없는데..
-
글루콤 11만원 받을 때부터 알아봤다
-
게임으로라도 스트레스 풀어야하는데 메이플 롤 이딴거만 하니
-
침대커버랑 이불은 세탁기 통에 집어넣었으니 내일 아침에 돌리면 되고 바닥도 일단...
-
https://events.toss.run/_m/zoI5KEs?c=isrLcnFdAy...
-
제목 그대로 노베이스로 1년 공부해서 경희대 한의대 갔다는 지인의 지인 (접점x)...
-
100을 만들겠다.
-
올해 고3인 학생인데요 주변에서 시대인재 라이브 수업을 많이 듣길래 알아보다가...
-
폰 바라보자마자 풀려서 너무 허벌같음
-
즐거운 새르비 되세요
-
작년에 충격적이었던일 24
거의 딱 만 1년 됐던일 같은데 학교 간다고 카카오 택시 잡음 어케알았는지 몰겠는데...
-
ㄷㄷ 놀랍다
-
뭔가 과외를 할정도로 개념이나 풀이법들이 정돈되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
흠 고민되네요
-
하긴 해야겠지… 진심 방학동안 열시간도 안한듯ㅠ
-
최근 여러 입시 유튜브를 보면서 안목이 길러졌기에 제 생기부가 정말 나열식에 깊이도...
-
아이고…. 3
자살마렵네
-
무휴반 ㄱㄴ? 0
올해 수능 97 93 1 93 99였는데 무휴반 해볼까? 사유는 학교 다니기 싫음
-
헐
-
화작 확통 사문 한지로 높3 높3 2 1 1 띄우면 문과 어디가요? (경영은...
-
인강민철 0
환불하려는데 1,2호 받았고 지금 하면 얼마 돌려받음??
-
현역 정시 설의 수석이었음
-
나온다고 보십니까? 물 수 불 화 클 대 정도만 아는수준임..
-
666?
-
공부 좀 하라는 저격이 있네
-
요루시카 신곡 '뱀' 짧은 후기. (뮤비와 함께하는) 4
역시나, 요루시카다워요. 늘 수수하면서도 정갈한 매력을 지닌 노래를 선사하네요....
-
꿈이었음
-
비문학 지문을 공부하며 읽을때 한문장 한문장 최대한 이해를 하며 읽는데 읽다가 다음...
-
안하겠습니다 2
선언합니다
-
가사 좋다 2
ガキみたいって言われた 無謀だって言われた 애송이 같다는 소리를 들었어 무모하다는...
-
고작 몇십만원이라 해도 소중한 내돈이...ㅜㅜ
-
옯끼얏호우 옯컹컹컹 북딱딱북딱
-
김동욱 조언좀 11
재수생이고 지금 강기분 6주차 끝나가는 중인데 문학은 좋은데 독서가 좀 작년...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