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교주> 런치타임 [918321] · MS 2019 · 쪽지

2020-12-16 15:27:18
조회수 29,641

초초초초스압) 쿠팡헬퍼에 대해 이야기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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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하지만,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물류창고 알바...이번기회에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쿠팡알바라고 다 같은 알바가 아닙니다.

애초에 택배 배송이 여러단계로 나눠져 있어서, 중간지점마다 죄다 다른 역할을 받습니다.

본인이 있는 곳은 택배배송하기 바로 직전에 분류작업하는 곳이고, 

본 캠프가 아닌 미니 캠프라서 다른 분들보다는 좀 수월한 느낌이 있습니다.


하는 업무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토트작업과 분류.


토트작업: 

이게 정식 명칭인지는 모르겠는데. 다들 “토트작업”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저도 그렇게 부를래요.

마구잡이로 섞여서 들어온 “작은” 택배들을 100번대와 200번대로 분리하고, 다시 100번대 중 ABCD, 200번대 중 ABCD로 구분해서 통에 담는 작업입니다.

(상자 4개가 3줄...앞에서부터 200대 ABCD 100대 ABCD 200대 ABCD입니다)

단순해 보이면서도 가장 피곤해지는 작업입니다. 쉴새 없이 몸을 돌리면서 제자리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간혹 좀 큰 물건들(쌀, 세제, 큰 박스 등)이 나오면 옆에 있는 곳에 옮깁니다. 이 친구들은 나중에 분류작업 때 다시 만납니다. 

통에 담은 작은 택배들은 통에 담긴 상태로 다음 지역으로 이동합니다. 더이상 만나지 않습니다!

이 친구들은 이렇게 컨베이어를 타고 이동해서 바코드를 찍고 각각 제자리로 갑니다.


분류:

가장 몸이 힘든 작업인데, 의외로 몸이 힘들지는 않고 정신이 힘듭니다. 

아까 분류한 것 중 큰 것+엄청 큰 상자들+무거운 것들이 컨베이어 벨트로 실려오면 각자 라인에 맞는 물건들을 가져가고, 그것들을 다시 번호대로, ABCD로 나누는 작업입니다. 

(양옆에서 사람이 각자 자기 라인 번호 짐을 몽땅 가져갑니다.)

예를 들면 한 라인에 숫자가 201 202 212 213 214가 있다면, 앞에서 201 202 212 213 214번 택배를 꺼내고, 뒷 사람이 다시 “201A 201B 201C 201D 202A 202B 202C 202D 212A 212B 212C 212D 213A 213B 213C 213D 214A 214B 214C 214D”로 나눠서 자기 자리에 맞는 택배를 쌓아야 합니다. 이때 테트리스를 잘해야 무너지지 않고, 공간낭비 없이 채울 수 있습니다. 사실 아무리 당신이 예쁘게 채워놓아도 베테랑이 와서 다 꺼내고 다시 정리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게 99%확률로 더 예쁘고 깨끗합니다.


무게도 무게지만, 정신없이 들어오는 택배와, 죄다 비슷하게 생긴 상자들을 번호가 바뀌지 않게 배열하기가…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듭니다.

(제 작품..쉬는시간 끝나고 돌아오니 완전 다 뜯어 고쳐졌던...)


10시 30분까지 위의 작업을 반복하면 다음 차례의 알바나 직원들이 와서 택배에 싣습니다. 저희는 허리를 우드득 거리면서 퇴근합니다.


---------------------<아래부터는 질문과 답변>------------------------


현실에서 들은 질문들)


1. 시간대. 

-앞에도 이야기 했지만, 5시 30분 시작합니다. 5시 20분까지 출근해서 출석확인하고 몸 좀 풀다가 30분부터 작업 시작, 중간에 물류 차량이 도착 안 하면 30분간 휴식합니다. 30분 휴식이 끝나면 남은 시간은 스트레이트로 작업해서 10시 30분 마감합니다. 

근데, 대부분 30분까지 작업이 안 끝나기에 15분~1시간 까지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추가수당) 


2. 돈은 얼마나?

-최저시급만큼 받고, 주말에 나오거나, 시간이 연장되면 1.5배 쳐준다고 합니다. 근데 딱 돈받는 만큼만 힘들고, 애초에 돈이 1번 목적인 건 아니라서 얼마를 받든 그건 신경 안쓰는 편이죠.


3. 굳이 새벽 알바를 하는 이유?

-대학가면 일찍 일어나려고 미리 연습하는 중입니다. 추가로 아르바이트 하는 이유는 의미 없이 런닝머신 걸으며 운동할 바에는 등록금이라도 보태자는 의미에서..

 

4. 근무지 환경은?

-일단 나이 많은 어르신도 높임말을 써주시고, 다들 여러 가지로 챙겨주는 게 나름 존중 받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먼지는 꽤 많은 편.

(첫날 다녀온 제 마스크)


5. 춥지 않은가?

-추운 게 가장 힘들죠. “내복+후드+패딩조끼+후리스+목도리+장갑+핫팩”으로 버티는 중.


6. 허리가 아프지는 않은가?

-마구잡이로 들면 당연히 아픕니다. 허리를 쓰지말고 팔과 다리로만 들면 편합니다.

+그렇지만 복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


오르비 질문)

-일단 뭐든 많이 물어보면 됩니다. 엄청 체계적인 시스템이라 처음가면 당연히 당황할 것이고, 그래서 다들 친절하게 설명해줄거에요. 모르면 일단 다 물어보세요, 애초에 모든 분들이 같은 내용을 몇번씩이나 돌아가며 설명해주겠지만...

-알바몬에서 지원하길래 바로 넣었는데, 저도 답장이 안왔습니다. 아마 자리가 생기면 답장을 해주는 방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문자 해보기를 추천. 본인도 두 번째 문자에서 답이 왔습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서 착륙장 없으면 안 날아갑니다. 아파트 관리실에 로켓 착륙장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네. 쿠팡헬퍼에요. 하지만 킬베로스는 아니에요.

-멸치와 헬창 뿐만이 아니라 할아버지와 주부들도 모두 대부분은 저와 비슷한 작업을 합니다. 다만, 특별히 힘을 많이 쓰는 일에는 베테랑이나, 누가 봐도 힘 잘 쓸 것 같은 분이 들어갑니다.

-다른 곳이 없습니다...








일단 여기까지 쓰고, 아래로 질문하시면 계속 답변해드립니다.

rare-의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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