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외않훼? [958659] · MS 2020 · 쪽지

2020-12-06 0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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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포기합니다.(+사설모고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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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외않훼? 님의 2021학년도 수능 성적표

구분 표점
한국사 - - 2
국어 130 95 2
수학 가 106 55 5
영어 - - 1
생명과학1 62 87 3
지구과학1 55 66 4
실지원 학과
대학 학과 점수 순위
가군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892.752 -
다군 홍익대 컴퓨터·데이터공학부 138.200 -

제목 그대로 수능 포기합니다.

저는 작년에 현역으로 수능친 01년생이고요. 작년 1년 정말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습니다. 고3시작한 1월부터 하루에 13시간씩 공부하고 6시에 독서실가서 식사 항상 30분 이내로 하고 10시에 집와서 씻고 12시에 잠들었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넌 정말 뭘 해도 성공하겠다는 말 항상 들었고, 제가 고3시절 큰 대형 종합학원 다녔는데 다니는 학생수가 3~400명에 육박하는 학원이었습니다. 거기서도 자습왕(?용어가 좀 이상하긴 한데 그냥 열심히 했다...로 들어주세요)으로 뽑혔습니다. 제가 이렇게 미친듯이 한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저는 능지가 부족하거든요. 대한민국 평균?평균이하? 지능입니다. 저보다 더 위에 있는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정말 매일 이악물고 했고요. 그렇게 6평 9평 어느정도 보상받는 듯 했습니다. 평소 올2등급 정도 떴는데 수능날...33233이 떠버립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당연히 논술 최저 다떨어지고 원래 수능은 평소보다 더 망하는건데 오만했던 현역시절의 저는 수능 성적표 받은 그날 오열하면서 재수결정합니다. 그래도 원서는 써봐야하지 않냐는 부모님의 만류에도 재수 선언하고, 아버지는 그래도 제 성적표 가지고 매일 새벽에 표본분석 하셔서 저를 A공대 끝자락에 밀어넣어주시고 코로나도 있으니 여기 걸어놓고 반수하라고, 다니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딱 한학기만 다니고 결정하자고 하셨습니다. 딱 한학기만 학교 강의 듣고 7월 중순에 반수 결정했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학교 걸어놓기를 바라신 것도 있지만, 제가 반수를 결정한 이유는 '수능장에서의 중압갑' 때문이었습니다. 다음년도 수능에서도 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다면, 결국 또 망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올해 반수를 선언합니다.

반수를 하면서 마음이 편하고 좋았어요. 주변 친구들도 다같이 반수하고,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돌아갈 대학도 있고, 성적도 쭉쭉 오르고 무엇보다 제 자신을 안 괴롭혀서 좋았습니다. 작년의 저는, 학원을 많이 다녔던지라 주변사람들과 저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저를 자책하고 괴롭혔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참견과 시선도 두려웠고요. 그런 저에게 독서실 독재는 정말 잘 맞았습니다. 제가 원하는 공부를 하고, 주변에서의 참견도 없고 그냥 너무 행복했어요. 물론 중간 중간 슬럼프도 있었지만 성적 오르는 재미에 공부하는 것이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9평 당시에는 13112 성적까지 올랐습니다. 저는 현역이나 지금이나 목표는 항상 똑같아요. 제 목표는 인서울입니다. 의대?치대?한의대?바라지도 않아요. 저는 멍청하거든요. 그 영역은 천상계의 영역이고 제가 감히 넘볼수없는 씹갓의 영역인거 너무나도 잘 압니다. 저는 그저...인서울의 적당한 공대 가서 제가 원하는 공부하면서 살고싶었어요. 이 정도는 제가 능지가 좀 부족하더라도 제 노력으로 충분히 커버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수능 전날 책을 정리했는데 약 5개월 동안 공부 정말 많이했구나. 작년에 비해 많이 늘었구나 하면서 참 뿌듯했어요.


그런데...수능에서 폭망해버립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아래 성적표 첨부할게요.

사실 수능 칠 때부터 알았습니다. 저는 올해에도 '수능장에서의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어요. 평소에 수학을 못하긴 했어도 그래도 3 이상 넘어간 적이 없는데, 정말이지 문제도 안읽히고 심장이 두근대고 하나도 못풀겠더라고요. 결국 다 찍듯이 내고, 그때 깨달았던 것 같아요. '아 수능은 내가 열심히 한다고 성적이 잘 나오는 게 아니구나. 내가 이 압박을 결국 견디지 못해 올해도 또 망하는구나. 더 이상 하면 안돼겠다'고. 그 뒤로는 이상하게 마음이 엄청 편해지더라고요.

근데 왜 생지랑 지과는 그모양 집에서 채점하고 직후엔 사실 웃음만 났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눈물이 터졌습니다. 아 내가 망했구나. 결국 작년이랑 나는 달라진게 없구나. 완전히 망했네? 아 그래도 작년과 달리 논술 최저(3합 6)은 맞췄으니 다행인건가...라고요


저는 그래도 후련해요. 결과에 만족합니다. 올해 제 가장 큰 목표는 후회하지 않는 1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10년, 20년 후에 이때를 떠올리며 자랑스럽게 추억할 수 있도록이요. 주변에서 너가 노오오력을 안해서 수능 망한거다 이러는데, 맞아요. 제 노오오오력이 부족했을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많이 부족한 저로써는 이 이상의 노력은 못하겠어요. 저는 올해 제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이 성적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저는 반수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오히려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격적으로도 많이 성장했고, 무엇보다 올해 반수 안했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 같습니다. 또 이번을 끝으로 '수능을 포기할 용기'가 나더라고요. 정말 미련이 1도 안남아요. 하지만...제 13년의 노력이 부정당한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아픕니다.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그냥 너 주제를 알지, 학교 끄트머리로 입학한 주제에 왜 사서 고생이냐.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죠. 겨우겨우 끝자락으로 입학해 감사히 다니지는 못할망정 반수한다고 난리치고 그마저도 성공 못했으니...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실 작년에 수능치기 일주일 전에 생1선생님께 질문하러 갔는데, 선생님께서 저보고 그러시더라고요. 너는 머리가 안좋으니 올해 어떻게든 대학을 가라. 재수 반수 N수 절대 하지 말아라. 그 말을 듣고 더 오기가 생겼던 것 같아요. 머리 안좋은데 자기 분수를 모르는 애. 제가 딱 그런애에요. 이상하게도 멍청하다 공부 못한다는 말 들으면 별로 속상하지 않아요. 다 맞는 말이거든요. 근데 그냥 현실에 안주하지 왜 도전하냐? 그런 말 들으면 이상하게 오기가 생겨요. 참 이상하죠. 이유는 저도 몰라요. 그냥 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능지가 부족해도 의지와 노력만 있으며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고요.


저는 이대로 수능은 포기하지만 제 자신에게 절대 양보 못하겠어요. 편입을 하던지 유학을 가던지 대학원을 가던지 시험을 준비하던지 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멍청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놈으로 남기 싫거든요. 멍청하더라도 독한 놈으로 살고싶어요. 사실 이런 글 쓸 시간도 없고 논술에 매진해야 하는 거 압니다. 근데 계속 집중도 안돼고 그냥 이런글을 한번 써보고 싶었어요ㅎㅎ익명사이트말고 현실에서 이런얘기하기 좀 그렇잖아요ㅎㅎ


마지막으로 제가 모의고사를 쓸데없이 많이 사서 사설 모의고사가 좀 많이 남아서요. 원래는 주변 동생들에게 주려고 했으나 모두 문과기에....이과 동생들은 없어서 그냥 나눔합니다. 인당 한 세트만 가져가 주시고 택배비는 별도로 부담해 주세요. 아 그리고 오즈 모고 시즌 4는 두 세트 밖에 없는거 감안하시길 바랍니다. 또 제 논술 일정이 13일에 모두 끝나는데, 14일에 모두 택배 부칠게요. 딱 일주일만 기다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수험생들 이 코시국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솔직히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달려온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더 하실 분은 화이팅하시고 최대한 빨리 입시판 뜨시길 바랍니다. 대학 합격하신 분들, 원하시는 결과를 얻으신 분들은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입시판을 떠나시는 분들에게도 박수갈채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포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거든요. 저 또한 저의 결정에 미련을 두지 않기 위해 이번 나눔만 하고 오르비 탈퇴합니다.

제 수험기간 힘이 되어주던 오르비, 정말 고맙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세요. 저는 꼭, 꼭 성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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