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만과 자신, 그리고 겸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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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수능 잘 보셨는지요. 오랜만에 글을 써봅니다.
올해 6월 모의고사 전날이었을 겁니다. 그때까지 제대로된 수능 공부를 한 것 같지도 않고, 그날따라 유독 공부가 되지 않아 결국 집에 일찍 들어온 저는, 이러다간 멘탈도 무너져 내일 시험이 정말 망하겠다는 생각에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작했습니다.
'내일 시험은 부숴버릴 것이다', '지금까지 한 공부가 있으니 그걸 믿자' 이 두 문장을 되뇌이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6평 당일, 학교에 도착한 저는 의외로 시험이 잘 풀리는 걸 보며 안도했었지요.
수학을 마치고 점심을 먹었을 때였습니다. 1층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부르셨습니다.
교무실로 찾아가 보니, 지금 전교 석차가 3등 정도라고, 내신에 조금 더 힘을 써서 마무리 잘 해보자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에 "아주 그냥 박살내버리겠습니다, 보여드릴게요 아주 그냥!"이라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6평이 끝나고 반 청소를 마무리하느라 담임 선생님과 또 다시 1:1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시험은 어땠니?"라고 물어보셨고, 저는 이에 "막 어렵지는 않았는데, 완벽하진 않네요. 뭐 다 이게 만점을 위한 과정인거죠!"하고 또 자신만만하게 대답했습니다.
이에 선생님께서도 "자신인거야 자만인거야ㅋㅋㅋ"라고 웃으시며 그 날 하루가 끝났었습니다.
그 날을 되돌아보며 자만과 자신, 그 한 끝 차이에 대해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 나름 내렸던 결론은, 그 차이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수행해 온 과정이 당당하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를 낙관하는 것은 자신이겠지만,
마땅히 만족스러운 과정도 없으면서 결과를 낙관하고, 자신을 지나치게 믿는 것은 자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6평 당일의 저를 돌아보면, 자신만만했던 것이 아니라 자만에 빠져있었던 것이죠.
다행히도 그 날 저녁 이러한 생각들을 거치고, '아 진짜 운이 좋았다, 다음엔 과정에 더 충실해서 정말 자신있게 시험장에 들어서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나 스스로 당당한 공부'를 하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이 사건에 추가적으로 붙은 생각이 있다면, 자만은 일련의 열등감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고, 그러한 열등감에 찌들어 있을수록 그것을 감추기 위해 과장스럽게 행동하게 되고, 그것이 자만으로 표출되는 것이지요. 겸손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저 사람은 되게 자신감 있어 보이네'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이 자만에 빠져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말 '자신감'에 차 있는 사람은 그러한 작위적인 표출이 아닌, 자기자신의 과정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한 자신감이 은은하게 펴져나와 그 사람의 "분위기"를 만들고, 우리는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거든요.
정말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과정에 확신이 있는 사람은 구태여 그것을 표출하지 않습니다. 굳이 남에게 자신을 납득시키고 인정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항상 겸손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과정을 묵묵히 수행하며 "자신"에게 집중할 뿐입니다.
하지만 자만에 빠진 사람은 중점이 본인이 아닌 타인에게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가 당당하지 못하니,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자신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에게 표출하고, 자신을 인정시키려 하는 것이지요. 겸손하지 못한 것은 이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본인이 본인의 과정에, 노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열등감에 젖어 있다면, 유일하게 그것으로부터 빠져나올 방법은 스스로 당당할 수 있는 공부를 통해 자신의 과정에 확신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채워나가는 사람의 내면은 항상 당당하고, 자신의 과정을 믿으니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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