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국어 [720978] · MS 2016 · 쪽지

2020-12-03 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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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은 참 무서운 시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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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감 항상 90~95 맞던 과외생이 수능날 70점대를 맞아오는 것만 봐도,


인생에서 2등급도 한 번 못 맞아봤던 과외생이 88점으로 1등급 맞아오는 걸 봐도,


6, 9평 3컷이었던 학생들이 수능날 처음으로 2등급 중반 맞아오는 걸 봐도....


수능은 정말 무서운 시험입니다. 무서운 시험이에요.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험이네요.



열심히, 노력해서 결국 수능날 인생 최고의 성적을 받아온 과외생들을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자꾸 오늘 미끄러진 친구에게 마음이 쓰이더군요. 하루종일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죄송하다고 울면서 전화가 오더군요. 그 학생 잘못이 아닌데 말이죠.


그냥 연신 죄송하다고 합니다. 부모님께도 죄송하고 저한테도 죄송하고..


그 친구가 열심히 안 한 것도 아니고, 자료가 부족했던 거도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해보니 결국 제 역량이 부족한 것밖에 없더라구요. 근데 또 제 부족때문에 학생들이 미끄러졌다고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미안하고요..


아무리 수능은 노력을 배반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 열심히 하고 성공할 것만 같았던 친구가 수능 당일에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니 감당이 안 되네요. 


국어는 잘 봤는데 다른 과목 때문에, 재수한다고 수능 끝나자마자 스터디카페 가서 오늘 수능에서의 문제점 정리하는 친구를 봐도 참 그냥 맘이 그러네요.


그냥 푸념이었습니다. 수능 끝나고 수업도 없으니까 저도 정말 허무해서..



분명히 여러분들 중에도 노력에 배신당한 분들이 계시겠죠. 


그래도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몇살 안 살았지만 수능은 노력을 배신해도, 인생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을 것 같더라구요. 


올해 그렇게 열심히 하신거 언젠간 다 인생 살면서 돌아옵니다. 열심히 노력했다는 '나'가 남아있잖아요.


설사 스스로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성찰과 좌절, 극복 의지는 다 '나'한테 남으니까, 현재 좌절하셨더라도 체념은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과외생이든, 저에게 질문도 하고 상담도 했던 오르비언이든, 이 글을 보는 누구든,


그냥 수고하셨습니다. 일단 푹 쉬고 맛있는 거 먹고 노세요! 못했던 거 다 하고 놀아야죠 ㅎㅎㅎ


논술, 원서영역까지 입시 잘 마무리 하시고, 혹시 한 번 더 하실 계획이시더라도 지금은 맘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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