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설승환 [521434] · MS 2017 · 쪽지

2020-12-03 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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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승환] 2021-수능 국어 총평(스포주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3469777


수능 국어영역 강사 설승환입니다.


수험생 여러분들 현재 한창 시험 치르고 있으실 텐데,

부디 멘탈 꽉 잘 잡고 시험을 마무리했으면 좋겠습니다. 


시험지 공개된 직후 인쇄해서 바로 풀어 본 다음, 1시부터 글을 씁니다. 


아직 수능 문제를 풀어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 페이지를 보시지 마십시오!!




총평

만만치 않습니다. 수험생들 체감 난도가 꽤 높았을 것 같아요.


지문형 문법 11~12와 중세 국어를 다룬 15번 문제,

명실상부 이번 수능의 킬러지문인 26~30번 법 지문,

9평의 경향과 난이도를 거의 그대로 따라간 38~42번 고전시가+수필 지문


이 SET들에서 많이들 당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답이 잘 안 보인다고 느꼈을 수험생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언론에 의하면, '초고난도 문항'의 출제를 지양했다고 하지만...

고난도 문항이 중간중간에 꽤 배치되어 있고

문학에서 '연계 체감'이 잘 느껴지지 않아 시간 압박을 꽤 느꼈을 것 같습니다.


정답들은 모두 명확하게 떨어집니다만,

정답을 골라나가는 과정이 험난한 편입니다


지금부터 영역별로 경향 및 특이 문항 살펴보겠습니다. 



화법/작문


침착하게만 대응했다면 무난하게 풀어냈을 법한 난이도입니다.


매번 수능 시험지를 보면 화작에서 신선한 형태를 시도해 왔는데요, 

10번의 고쳐쓰기 문항이 잘 못 보던 형태이지만 

차분하게 읽으셨다면 정답은 잘 골라냈을 겁니다.


1~3번의 발표 SET, 

개인적으론 6평 때처럼 '연설 SET'가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늘 그랬던 것처럼 발표 SET를 출제했네요.

문제 유형들도 익숙하게 봐 왔던 것들이라 어렵지 않게 느꼈을 것 같습니다.


4~7번의 대화+비평문 SET, 

올해 5월에 공개된 '2022 수능 예시문항'에서 

<화법과 작문>의 38~41번 SET를 풀어보고 공부했다면

꽤나 익숙하게 느꼈을 겁니다. 

마치 같은 출제자인 듯 지문/문항 설계 자체가 굉장히 동일합니다. 


8~10번의 설명문 SET, 

소재 자체가 참신한데 문제를 푸는 과정은 그리 어렵진 않았을 겁니다.




문법


난도가 좀 있는 편입니다.


11-12번의 지문형 문법

6평/9평에서는 지문형 문법이 그리 어렵지 않게 출제됐었는데,

이번 수능에서는 지문형 문법의 난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독서 지문'이라 생각하고 접근했으면 좋을 텐데,

수험생 입장에서 절대 쉬운 일이 아니지요.


11번은 시간이 좀 걸리면서도 함정을 피하는 게 쉽지 않고,

12번은 지문을 꼼꼼히 읽지 못했다면 답을 고르는 게 쉽지 않았을 겁니다.



13번의 용언의 활용 문제

드디어 드디어... 평가원에서 규칙/불규칙 활용 문제를 출제했습니다.

주요 주제 중 하나인데 평가원이 너무 출제를 안 해 왔어서

올해 수능에 나올 가능성이 높은 테마였는데 드디어 나왔군요.

불규칙 활용의 양상이 '어간 불규칙, 어미 불규칙, 어간/어미 불규칙'이 있다는 기본 지식을 잘 점검하는 문제였습니다.


14번의 겹문장 문제

3점짜리이지만, 너무 뜬금포로 관형절을 인용절이라고 해서

아마 가장 무난하게 해결했을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15번의 중세 국어의 서술격 조사 문제,

2번과 3번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을 했을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중세 국어에서 'ㅔ', 'ㅐ'가 이중 모음(=반모음+단모음)이었다는 근거를 찾는 문제죠.


(가)에 제시된 

체언의 끝소리가 단모음 '이'나 반모음 'ㅣ'면 조사의 형태가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에서는 체언 끝소리가 단모음 '이'


에서는 체언 끝소리가 'ㅟ'이니 반모음 '이'


라는 것을 캐치해야 했던, 꽤 난도가 높은 문제입니다. 

답을 고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독서


16~21번의 인문(철학) 지문, 26~30번의 법 지문, 34~37번의 기술 지문으로 구성되었는데,


위의 총평에서도 밝혔듯이, 명실상부 26~30번의 법 지문이 킬러입니다. 

지문의 내용을 독해하는 것이 만만하지 않고, 문제도 난도가 높은 편입니다.


34~37번의 기술 지문도 살짝 난도가 있는 편이었어요.


16~21번의 인문(철학) 지문은 이번 6월 모의평가의 소재 통합형 지문과 비슷하게 가려고 한 노력이 보입니다.


지난 9월 모의평가 때도 그랬듯, 

3점짜리 문제보다도 2점짜리 문제들을 많이 틀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물론 29번 문항은 3점짜리다운 위용을 보이고 있지만,


28번과 36번 문항에서도 꽤 헤매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봅니다.



[16~21] 인문(철학) 지문

(가)+(나)로 구성된 소재 통합형 지문입니다.


(가)를 읽은 다음 16번의 선지 해결, 17번~18번 문항을 해결한 다음

(나)를 읽고 19번 문항을 해결하시는 게 전략적으로 가장 좋았고,


20번 문항은, 앞서 (나) 단독 문항이 19번 하나밖에 없었으니 

(나)를 언급한 ③, ④, ⑤ 중에서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면

정답을 고르는 데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출제된 3개의 독서 지문 중에서는 가장 할 만한 편입니다.



[26~30] 법 지문

2019 수능의 '계약' 지문을 출제하신 분이 이번에 또 출제하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2019 수능 16~20번의 법 지문과 상당히 유사한 편입니다.


제가 이틀 전에 올려드린 예열 지문에 2019 수능 법 지문을 넣어드렸는데,

아침에 제가 만들어드린 자료로 예열하신 분들 중에서 도움받으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군요ㅠ


'채권'과 '채권자', '채무'와 '채무자', '급부'의 개념과 서로 간의 관계를 명확히 잡아 나가고,


일상에서의 '예약'과 법적으로의 '예약'의 차이점을 파악하며

법적으로의 '예약'이 '계약'의 일종이라는 점을 잡은 다음,

그 유형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법 지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잡는 것인데, 그것이 28, 29번의 킬러 문항에 그대로 녹아났습니다.

두 문제 다 오답률이 아주 높을 가능성이 클 것 같아요.


이 지문에서 시간이 꽤 소요되었을 것이고, 많이 어려웠을 겁니다.



[34~37] 기술 지문

예상대로 기술 지문이 출제되었고, 그중에서도 컴퓨터 기술이 안 나온지 오래되었다는 얘기를 현강생들에게 많이 했는데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모델링'과 '렌더링' 각각의 단계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중앙처리장치(CPU)와 어떤 측면에서 다른지


명확히 잡아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2문단의 '모델링'을 독해할 때 '정점'이 가장 중요한 개념임을 눈치채고

그것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읽었다면 35번, 37번의 답이 선명히 보일 것이고,


36번이 선지 길이가 길면서도 헷갈리는 함정이 많아 오답률이 높을 것 같아요.





문학


22~25번의 현대소설 지문, 

31~33번의 고전소설 지문, 

38~42번의 고전시가+수필 지문, 

43~45번의 현대시 지문으로 구성되었는데,


올해 6월/9월 모의평가의 출제경향대로 문학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9월 모의평가 때처럼 38~42번의 고전시가+수필이 복병입니다.


무엇보다 '희곡/시나리오'가 아닌 '수필'이 출제된 것이 굉장히 의외입니다.

출제 관례상 올해는 '희곡/시나리오'의 가능성이 훨씬 컸는데 말이지요.


그리고 연계율을 보면,

총 출제된 7 작품 중, 3편이 비연계입니다.

그런데 고전시가 시조 한 편이 비연계지만 2017-9평에 출제되었고,

현대시는 2013-수능에 출제된 이시영 '마음의 고향 6 - 초설'과 아주 비슷해요.

물론 수필은 늘 그렇듯 낯선 비연계 작품을 출제했지만...




[22~25] 현대소설 지문

서영은의 '사막을 건너는 법'이 출제되었죠. 

심각하게 어렵지는 않았으나, 

23번 내용일치 문제를 풀 때 정답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않았다면 시간이 좀 걸렸을 법하고,

25번 문제를 풀 때 지문에 '진하게' 표시가 없다 보니 시간이 좀 걸렸을 가능성이 크겠습니다. (양아치...)



[31~33] 고전소설 지문

'최고운전'이 출제되었습니다.

2005학년도 수능에도 한 번 출제된 적이 있는 작품이지요.


다른 무엇보다 32번 문제의 답을 고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법합니다.

다소 쪼잔한 내용 문제가 출제되어, 허투루 읽었다면 당황했을 법해요.




[38~42] 고전시가+수필 지문

정철의 '사미인곡'과 신흠의 시조, 그리고 '옛집 정승초당을 둘러보고 쓰다'라는 수필이 출제되었죠. 


6월 모의평가에 '관동별곡'이 출제되었기 때문에 '사미인곡'을 배제하고 공부를 했다면, 크게 당황했을 수 있겠습니다.


2013학년도 때에도 6평에 정철의 '사미인곡'을 출제하고 수능에 정철의 '성산별곡'을 출제했었기 때문에, 정철 작품은 항상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답니다.


'수필'이 아무래도 낯선 작품인 데다가 내용이 그리 쉽지는 않아서 시간이 많이 걸렸을 수 있고, 

39번~40번의 <보기> 문제가 꽤 난도가 있는 편입니다.

특히 39번은 사미인곡 해석이 능수능란하지 않으면 정답을 고르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43~45] 현대시 지문

이용악의 '그리움', 이시영의 '마음의 고향 2-그 언덕'이 출제되었죠,

이용악 시인은 올해 출제가 정말 강력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리움'보다는 '오랑캐꽃'이 좀 더 중요하다고 봐서

살짝 아쉬웠네요.


매년 수능 때 비연계 현대시를 독해하는 게 만만치 않았는데,

이번에는 그나마 좀 할 만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44번 문제가 정답을 고를 때 '으잉? 이게 정답인가?'라는 찝찝함을 많이 느꼈을 것 같아요. 시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 같기도'라고 그랬지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물소리로 느꼈다'고 할 수는 없지요.







수험생 여러분, 

오늘 하루를 위해 그동안 부단히 공부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수능이 끝났을 뿐, 이제 입시가 시작됩니다.

입시 영역에서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잘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전국에 계신 모든 수험생 여러분, 격하게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오늘만큼은 아무 생각말고 푹 쉬시길 바랍니다.


- 설승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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