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릐지붕킥 [1004861]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11-28 00:41:12
조회수 562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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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원래도 내 진로 이외에 뭔가 거창한 걸 바라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요 며칠 사이에 점점 가면 갈수록 소망이 단순해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엔 코로나라고 하면 그냥 감기였는데 좀 시발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안 없어지고 연례행사처럼 겪더라도 마스크 벗고 다녔으면 좋겠다


마스크 좀 쓰고 다녀도 되니까 어디든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곳 어디에도 안 나갈지언정 학교 학원만큼은 안전하게 갔으면 좋겠다


학교 학원 못 가도 좋으니까 걍 집에서 나와볼 명분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


집 밖에 안 나가도 괜찮으니까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으면 좋겠다


집단감염이든 뭐든 사건이 터져야 한다면 확진자 수만 이 이상 안 늘었으면 좋겠다


전국 확진자 수가 늘 수밖에 없다면 우리 동네 확진자라도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젠, 대치동 확진자 수를 도저히 잡을 수 없는 거라면

딱 나만 나 하나만

나만이라도 아니 나랑 우리 가족들만이라도

이 ㅈ같은 바이러스 안 걸리고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사람의 이기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어디까지 사람이 추해질 수 있는지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게 지금의 내 모습을 통해 선명히 드러나서 더 역겹고 괴롭다

제풀에 지쳐버려서 더는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고 아무것도 말하기 싫은데

자꾸만 더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진동한다


오늘도 긴 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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