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옯문학] 2020년, 어느 수험장에서 上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3280870
재수생 청년의 옆자리에 앉은 사반수생은 눈길을 어디다가 두어야 할는지 몰랐다.
자칫하다가는 그자와 눈길이 부딪칠 것이다.
부딪치면 귀찮아진다.
수학 행동강령을 적어놓은 노트를 보다가 눈길이 그쪽으로 가다가도 깜짝깜짝 겁에 질려서 되돌아오곤 하였다.
이러다가 드디어 어느 서슬에 눈길이 따악 부딪혔다.
㉠ 나이든 주제에 나잇값을 해야지, 급하게 외면을 하기도 민망스러워서 멀뚱히 마주 쳐다보았다.
그러자 청년이 또 왈칵 물었다.
"왜 수능을 또 봐요?"
"저 말입니까?"
얼굴이 꽤나 삭은 사반수생도 옆 자리의 현역 청년을 건너다보며 퀭하게 되물었다.
"그렇소, 왜 또 보느냔 말요?"
청년도 옆을 보며 또 되물었다.
"녜에, 그저 어쩌다 보니 또 보게 되었군요."
사반수생도 비죽이 비굴한 웃음을 입가에 떠올렸다.
"웃기는, 누가 웃으랬소?
"......"
사반수생은 또 허줄그레 웃었다.
"넉살이 엔간 아니군. 도대체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오?"
"보다시피 사반수하는 사람이오."
사반수생은 오랜 수험 경험으로 삼반수 이하의 경력인 사람에게는 필요 이상으로 털털하게 대하고
되도록 늙은이 행세를 하는 편이 관대한 대접을 받는 것을 알고 이렇게 일부러 넉살로 대답했다.
"사반수하는거야 얼굴 상판만 봐도 알겠고,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오?"
"그냥 휴학하고 지냅니다."
사반수생은 또 일부러 정승제 말투를 내며 능청 섞어 대답했다.
뒷문 쪽에서 현역 소년들이 킬킬 거리고 감독관인 배씨,현씨도 가만가만 쓰겁게 웃었다.
"도대체 사람들이 이래 가지구야. 아무리 공교육이 좋다지만, 그 꼴이 뭐요, 교과서나 펴고 앉아서, 좀 드릴 위주로 봐요, 드릴 위주로. 뉴런, 킬링캠프 오답노트도. 오반수하러 강대에 들어가더래두 3합4는 가져가야지."
옳은 소리일 것이었다.
사반수생은 이르는 대로 화닥닥 교무실에 가서 공용 컴퓨터에 다운 되어있는 드릴 pdf로 프린트를 뽑은 뒤
화닥닥 가슴을 뒤로 젖히고 앉았다.
"옳지."
㉡ 말 잘 듣는다 하듯이 청년은 한결 부드러운 얼굴이 되었다.
사반수생은 대학생 체통에 조금 안됐다는 생각을 했으나 한편으로는 이런 자격지심에 맹렬히 반발을 하였다.
요즈음 세월에 재삼사수 구별이 있나. 광탈하면 별수없이 하는거지.
결국 저런 청년은 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둘밖에 없었다. 수능포기각서를 쓰는 것을 마친 학생 하나가 나갔다.
목이 구부정하고 코가 큰데다, 분홍색 스웨터를 입고 있던사람이였는데,
감독관에게 서류를 건네고는 납득이 안된다는 듯 표정을 짓고 후덕후덕 도망을 하듯이 나갔다.
그의 뒤를 따라 현역 소년이 웬 장클래스 연필통을 들고 나갔다.
교실 문 앞에서 건네어 주자 코가 큰 그 학생은 쓰디쓰게 웃으면서
길 건너편으로
"이 바보."
라고 속삭이고 뛰어 건너갔다.
(중략)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1학년때 3점대였던 친구는 말그대로 떡상했는데 나는 다망해서 훨씬 뒤쳐져버렸네...
-
ㄹㅇ
-
무물 0
설공 화석 중간고사 아직 안 끝남 3대 450
-
힘과 운동량인것이에요
-
내일이 두렵구나
-
내년에도 강윤구 이투스에 있음?
-
자러감 1
일찍일어나야함...!!!
-
고속 글 하나 올리니까 3분만에 조회수 200명 가버리네 ㄷㄷ
-
나 마니 추함 2
토할 정도는 아님
-
요약 1) 올2컷으로 건대, 동국대 , 홍익대 , 외대어문 가능 , 시립낮은 문과...
-
미적분 0
작수 2등급정도인데 미적분을 27-30까지 다 틀렸습니다 미적분을 정말 잘하고...
-
쩝 민희진 빠지면 이런 퀄 안나올텐데
-
심심쓰 1
본가오니까 동네친구들은 죄다 재수학원에 박혀있어서 재미읎다
-
반수를 이제야 시작을 한 씹허수 3모 11223 씹허수 1. 국어 이감컨 연간패키지...
-
고2이고 정시대비반인데,, 독서 연습을 지문 구조도 그리는거로 연습하거든요.....
-
일반물리(1) 중간고사 문제였습니다. 그림의 원궤도는 수평면과 수직을 이루고...
-
제정 12년 만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수순을 밟게 됐습니다. 서울시의회는...
-
어느 학교냐에 따라 격차가 좀 나지 않을까 가령 같은 서울이라도 막장 쌤들이 많은...
-
무물보 4
Whatever
-
치환적분 삼각함수 미분적분 구분구적 부분적분 다 까먹은줄 알았는데 몸이 기억함...
-
재수랑 현역때랑 수학이 똑같은데 원래 다들 이러니? 하나도 안 는 것 같고 나만...
-
몸져 눕고 싶다
-
심멘. 아니 학교에서 다 풀래서 어쩔수 없이 푸는데, 진짜 경기체가 같은거 풀때는...
-
오늘자 서점가서 직구로 사온 미적적분님. 9모 이후 통통이로 노선 바꿔서 뒤져버린...
-
시티팝 민희진풍으로 잘 끓임 우울감 치료된당...
-
집중의 감각 0
오늘 시험볼 때 진짜 엄청 집중했었음 온몸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움직이지 않은 채로...
-
해설강의 보면 이미 뉴런 다 듣고 왔다고 전제하고 푸시는거같은데 걍 눈치껏 알아들어야 되나 흠
-
한번씩만 투표해주세요 안가람장재원쫑느박종민강기원시대인재시대대성김범준김기현현우진뉴분감자퇴
-
또 메리트가 있을까요
-
보닌 음주 중 5
수제 와인
-
일단 고3현역 정시파고 수학은 잘보면 4 보통 5나옵니다. 지금까진 수학이 딱히...
-
지금 취침하셔야합니다 25
-
정작 실검 검색하면 아무 내용도 안나오는데 왜 순위권인가요
-
난끝까지 중립기어
-
다 술마시러 갔냐?... 에휴
-
다른사람은 네 불행에 좆도 관심이 없다
-
하입보이 쿠키 어텐션이 2020년초부터 있었다고?? ㄷㄷㄷ
-
공군 붙어서 좋아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되네
-
자연지리 지구과학 연계 지렸다...
-
서울대 목표 반수 드가말아..?
-
심심해요 1
재밌는거업나
-
학원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게 확실히 도움이 되나요?
-
더프 문제가 절대적 피지컬 올리기엔 좋은 거 같아서 쫘악 풀어보고 싶은데 방법없을까여..
-
아가취침 8
ㅇㅇ
-
어둠의 방구석 반수쟁이 10 빨리 발 닦고 자세요. 2
0427 오늘 아침에는 컨디션이 많이 호전되었다. 주섬주섬 일어나서 도서관을 또...
-
기하 재밌네 2
근데 딱히 수능으로 치고싶진 않음..
-
2단원 트랜지스터,축전기까지만 들어가나요?
문학 풀다가 삘 받아서 쓰는데 준내게 기네 ㄹㅇㅋㅋ
미친ㅋㅋㅋㅋㅌ간접연계 ㄷㄷ
아 진짜 하편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