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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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프다
원체 몸이 튼튼한 편은 아니시긴했지만
내가 어릴 때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셔서 몇년 째 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
아빠는 원래 금수저였다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시던 할아버지는 작은 동네 하나를
자기가 다 직접 지을만큼 돈도 많았고 회사도 컸다
유학을 준비하고 떠나기 전 아빠가 군대에 있을 때 할아버지는 망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게 됐다
그때부터 아빠를 비롯한 가족들과 친척들의 불행이 시작됐다
엄마와는 이혼하게 되고
나는 할머니집에 아빠랑 같이 살았다
내 옆집에는 승민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이름 까먹은듯)
혹시 이곳에 그 친구가 있다면 인사라도 한번 하고싶다
내 완전 어린시절 기억은 딱 두개다
하나는 아빠와 엄마가 이혼하자며 엄마가 캐리어를 잡고
아빠랑 말싸움을 하고
나는 그런 엄마아빠를 문 밖에서 울면서 기다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왕할머니는 아빠편이었나보다
그렇게 엄마랑 떨어져 살았고
또 하나의 기억은 엄마를 만나고나서 아빠랑 집에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창문 밖이 빨갛게 석양이 드리워져 있었고
창문에 기대서 가로등이 날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울면서 바라봤다
이게 내 유년시절 기억의 전부다
다시 우리 가족 얘기로 돌아오자면
언젠진 모르겠지만 엄마와 재결합을 했고
엄마와 아빠와 같이 살던 기억은 없다
다시 아빠로 돌아와서
아빠는 유학을 포기하고 트럭으로 물건도 팔아보고
류 라는 일식 술집? 도 해보고 보험회사도 다녀보고
대리운전도 해보고 별의 별 일을 다 했었다
내가 태어난 달에는 우수 영업사원까지 먹었었다
자랑스러운 우리 아빠
하지만 아빠의 젊은 시절은 그렇게 자랑스럽지 않다
여기저기 돈을 빌려야만 했고
어떻게든 버티면서 살았어야 했다
아빠는 술을 마시고 지갑을 잃어버리기도
밤 늦게 술에 취해 들어오기도
다른 취객과 시비가 붙기도 했었다
그럴때마다 엄마는 너무 함들어했고
그때부터 시댁 스트레스와 아빠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했다
내가 6살 쯤 되던 시기에
우리 엄마아빠는 강원도로 떠났다
난 할머니집에서 날 불러주길 기다렸고
엄마아빠는 농사일같은 것도 찾아보면서
먼저 강원도로 떠난 보험회사 입사동기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엄마아빠가 처음 강원도로가서 수중에 30만원으로
밥 먹을 돈도 없고 배추 뽑는 일은 너무 힘들고
배는 고파서 사먹은게 에이스다
그 목 맥히는걸 음료수도 없이 둘이서 먹었다고 했다
난 눈물 젖은 에이스라는 그 이야기를 중학교 땐가 들었던 것 같다
그 후로 좋은 사람을 만났다
말을 못하시는 양복점 할아버지였다
우린 그 가족에게 도움을 받아서 창고급으로 낡은 단칸방에서
지낼 수 있게 됐고 그때 나도 강원도로 올라갔다
아빠는 그때부터 연탄 배달을 시작했다
엄마는 정확히는 몰라도 그때부터 아팠던 것 같다
오늘은 졸리니까 내일 마저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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