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리 [936072]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11-14 2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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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특강 사재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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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꼭 작년 이날이 수능 날이었더라

수능날 새벽 알람 없이도 6시쯤 일어나 주섬주섬 시험장 갈 채비를 하고 차로 40분동안 달려 도착한 상문고에서 내가 처음 느낀 건 적막감과 서럽다는 느낌이었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공부를 하고, 잠을 더 조금만 자서라도 사물함에 남아있는 모의고사와 교재들을 끝까지 풀었으면 후회 없었을 텐데, 시간은 너무 빨리 와버렸고


부모님이 여느 대치동의 학부모처럼 재수를 권하셨을때 다른놈들처럼 사실 같이 맘 편하게 시험 보고 싶었지만 엄마가 아프시다는게 너무나 맘에 걸려 7월부터는 내게는 재수란 없다는 마음속으로 나 혼자 죽기 살기로 시험을 준비했던 것 같다


그런 압박감이나 스트레스 때문에 나도 결국은 엄마처럼 종양이 생겨 거의 12월을 병원에서 지냈다는게 웃프지만 뭐 괜찮다

그런 고생 덕에 지금의 대학생이라는 안정된 신분과 특히 애들을 가르칠 더없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천운으로 내가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과목이 지리이기에 어쩌다 6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 수능이라는 인생과정이 쓸데없이 나를 진지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복학생이 군대 이야기 하듯이 대학생이 수능 이야기 하는게 참 철없는 것 같지만

어떻게 고 3시절을 같이 보낸 친구들은 대부분 재수를 하며 고 3보다 더 힘든 고난을 겪어 나가고 있고

설령 죽을 고생을 해서 최고의 대학을 갔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혼자 무너져 내려 세상을 등진 친구 또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 입시가 역겨우면서 다시 치를 자신이 없음에도 입시판에 다시 기웃거리면서 고 3 아이들 입시를 같이 해주는 이유는 그 아이들이  수능을 어떻게 보던, 후회하지 않도록, 또 힘든 고 3 생활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고 싶어서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이 책들은 2020년 출판된 수능특강과 수능완성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다. 2개씩 샀다.

요즘 세상살기가 많이 피로해져 도피성으로 마음을 비우고 머리 쓰지 않고 쉬러 갔다오듯이 다녀올 군대지만 요 책들만큼은 1년마다 새책들이 나올 때 짬날때마다 좋은 문제들을 연구하고 도움이 되는 문제들을 만들어두려 한권은 간직해두고 은 제본을 해서 모두 분석서를 만들 요량이다.


아무튼 진짜 수능이 2주하고도 절반 쯤 남았다.

내 친구들과 내 제자들이 가장 힘들때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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