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 31번 #신유형 #출제오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2993124
6평 31번이 뭔가 찜찜했는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는 몰라서 답답해하다가
그냥 넘어갔을 눈 밝은 학생들을 위해 쓰는 글입니다.
[3줄 요약]
1. 정답에는 이상 없음
2. 출제자가 가설과 예측을 헷갈리는 오류를 저지름
3. 출제가능성이 높은 테마이므로, 가설 입증을 알아두자.
--
0. 들어가며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31번의 구조는, PSAT 언어논리나 LEET 추리논증의 가설 검증 문항과 유사합니다. (저는 이 주제에 대한 PSAT/LEET 기본서 '강화약화 매뉴얼'을 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해설강의를 찍기 위해 문항 구조를 살펴보니, 사소한 출제오류가 있었습니다. '가설'과 '예측'에 대한 국어사전적 지식만으로도 왜 오류인지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설 입증과 관련해서는 2017학년도 수능에 콰인 총체주의 세트로 출제된 적도 있고, PSAT/LEET에는 수도 없이 나온 주제이므로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입증의 구조
과학시간에 가설연역법을 들어봤을 겁니다. 이 방법은 귀납적 추론임에도 이름표에 연역이 들어가 있습니다. (수학적 귀납법이 연역추론이지만 이름에 귀납이 들어간 것과 비슷하게 생각해도 됩니다.)
가설연역법은 가설로부터 연역적으로(논리적으로=타당하게) 도출된 예측을 통해 가설의 수용 여부를 결정합니다. 2017학년도 16~20번 지문으로도 소개된 적 있습니다.
"가설은 과학적 지식의 후보가 되는 것인데, 그들은 가설로부터 논리적으로 도출된 예측을 관찰이나 실험 등의 경험을 통해 맞는지 틀리는지 판단함으로써 그 가설을 시험하는 과학적 방법을 제시한다."
쉽게 말해, (가설로부터 도출된) 예측이 참이라면 가설이 참일 것이다라는 입장입니다. 일반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ㄱ. 가설 H가 참이라면, 예측 e가 참일 것이다.
ㄴ. 예측 e가 참이다.
ㄷ. 따라서 가설 H가 입증된다.
이때 입증은 100% 참으로 밝혀지는 증명과는 다른 의미입니다. "관찰이나 실험은 이론을 결정적으로 증명할 수 없지만 그것을 반증할 수는 있다."(2007년 PSAT 언어논리 34번)라고도 하는데, 이 글에서 '입증'은 '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입증되었습니다.
ㄱ.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참이라면, 별빛이 질량이 큰 태양 근처에서 휘어질 것이다.
ㄴ. 별빛이 질량이 큰 태양 근처에서 휘어졌다.
ㄷ. 따라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입증됐다.
2. 반증의 구조
논리학을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입증의 구조는 뭔가 허술하게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결론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ㄱ.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와 결혼할 것이다.
ㄴ. 그녀가 나와 결혼했다.
ㄷ. 따라서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
논리학에서는 이런 구조를 후건긍정의 오류라고 하는데, 전제 ㄱ, ㄴ이 참이더라도 결론 ㄷ이 거짓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구체적인 반례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이미 여러분들은 다양한 드라마를 통해 ㄱ, ㄴ이 참일지라도 결론인 ㄷ이 거짓이 거짓인 경우를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포퍼는 논리적으로(연역적으로) 타당한 반증주의를 내세웁니다. (가설로부터 도출된) 예측이 거짓이면, 가설이 반증된다(=거짓으로 밝혀진다)는 것입니다.
ㄱ.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와 결혼할 것이다.
ㄴ. 그녀가 나와 결혼하지 않았다.
ㄷ. 따라서 그녀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논리학에서는 이런 구조를 후건부정이라고 하는데, 전제 ㄱ, ㄴ이 참이라면, 결론 ㄷ은 거짓일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런 내용은 2013학년도 수능 국어 21~24번 지문으로 다음과 같이 나온 적 있습니다.
"포퍼는 귀납의 논리적 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지만, 귀납이 아닌 연역만으로 과학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과학적 지식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떤 지식이 반증 사례 때문에 거짓이 된다고 추론하는 것은 순전히 연역적인데, 과학은 이 반증에 의해 발전하기 때문이다."
3. 반증의 한계
반증조차 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콰인이 팩트폭행한 것이 2017학년도 16~20번 총체주의 지문입니다.
"콰인은 가설만 가지고서 예측을 논리적으로 도출할 수 없다고 본다. 예측은 가설, 기존의 지식들, 여러 조건 등을 모두 합쳐야만 논리적으로 도출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측이 거짓으로 밝혀지면 정확히 무엇 때문에 예측에 실패한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즉, 가설로부터 도출된 예측이 거짓이라고 해도, 곧바로 가설이 반증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 지문의 사례가 엉망이라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을 텐데, 과학사를 보면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ㄱ. 뉴턴의 법칙, 관측에 사용된 도구 및 천체에 대한 배경지식이 참이라면, 천왕성 궤도는 이러이러할 것이다.
ㄴ. 천왕성 궤도가 이러이러하지 않다.
ㄷ. 따라서 뉴턴의 법칙, 관측에 사용된 도구 및 천체에 대한 배경지식 중 적어도 하나는 거짓이다.
언어감각이 탁월한 학생들은 ㄷ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 텐데, 그렇지 않은 학생이라면 수학시간에 배운 드모르간 법칙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하여튼, 과학자들은 감히 뉴턴의 법칙이 반증되었다고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천체에 대한 배경지식에 오류가 있지 않을까 살펴봤습니다. 즉, 뉴턴의 법칙이 옳다는 가정 하에 천왕성 궤도에 영향을 끼치는 미지의 행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계산해봤던 것이죠. 그리고 그 위치를 관측해보니, 똬돻! 그렇게 해황성, 아니 해왕성이 발견됐습니다.
4. 출제오류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31번은, 맞히기는 쉬운데 문항 설계의 논리적 구조가 이상합니다. 그래서 찬찬히 분석해본 학생들은 뭔가 찜찜했을 텐데,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는 몰라서 답답해하다가 그냥 넘어갔을 겁니다.

이 문항에서 '가설'을 '예측'으로 바꿔야 합니다. 입증의 구조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많은 ICT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율이 현저하게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자회사에 이윤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회피한다면, ICT 다국적 기업 자회사들의 수입 대비 이윤의 비율은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낮다.
ㄴ. ICT 다국적 기업 자회사들의 수입 대비 이윤의 비율은 법인세율이 높은 국가일수록 낮다가 참이다.
ㄷ. 따라서 ㉠많은 ICT 다국적 기업이 법인세율이 현저하게 낮은 국가에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자회사에 이윤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회피한다가 입증됐다.
이렇게 보면 [판단]도 다음과 같이 바뀌어야 합니다.
예측이 참이라면 가설(㉠)이 입증됐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을 근거로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것을 지지할 수 있겠군.
즉, 31번에서 ㉮에 들어갈 내용은 가설(㉠)입니다. 그리고 가설이 입증되어야, 이를 근거로 디지털세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이 31번의 구조입니다. (상식적으로 어떤 주장을 하려면, 그 주장의 근거에 대한 정당화가 먼저 있어야죠.)
이렇게 보면 정답을 찾기가 무척 쉽습니다. 가설(㉠)과 같은 내용을 찾으면 됩니다. 그러면 ④가 정답이라는 것이 바로 보이죠. 정답인 ④가 ㉠과 동어반복처럼 느껴지는 것은 입증의 구조상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얼렁뚱땅 내용일치처럼 풀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다들 머리가 개운해졌길 바랍니다.
--
[FAQ1] 과거의 일을 '예측'이라고 할 수 있나요? 법인세율과 수입 대비 이윤의 비율은 전부 과거의 수치일 텐데...
예측은 미래의 현상뿐만 아니라, 가설형성시 알지 못했거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의 현상에 대해서도 가능합니다. 참고로 현재 증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추측하는 것을 선행 예측prediction, 과거를 추측하는 것을 후행 예측postdiction, 역행 예측postdiction이라고 구분하기도 합니다. 실험을 하기 어려운 진화론이나 사회과학에서는 후행 예측도 흔합니다.
[FAQ2] 지문의 내용에 비춰봤을 때, 후건긍정인 선지는 항상 오류인가요?
아닙니다. 예외적인 경우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과학기술 지문에서의 필요원인 추정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한 적 있습니다.
필요원인 추정™ - 애벌랜치 광다이오드 출제오류 논란 종결
다른 한 가지 경우는, 전기추1에서 기출선지와 함께 다룬 적 있는데, 추후 시간이 되면 써보겠습니다.
0 XDK (+10)
-
10
-
좀 쉬운 수학 실모 추천좀 0 0
자존감 높이고 싶다
-
아무래도 운동을 해야하나 1 0
정신과 신체의 건강을 위해
-
나 작수로 센츄가능함 1 1
근데 의대못감
-
많네 ㅎㅎ
-
오늘도 3시에 잤는데 6 2
공부에 집중이 안돼네 웹툰 정주행하다가 ㅋㅋㅋㅋㅋㅋㅋ ㄹㅈㄷ 허수행동
-
대학 다니니까 잘 ㅣ안보임
-
군대 가보지도 않고 어떻다더라 이렇다카더라 이런 얘기하면서 편견 그득하게 욕만 하면...
-
산책하면서 들을 노래 ㅊㅊ 좀 9 2
-
반대로 안 귀엽고 못 생긴 애가 사투리 쓰면 비호감도가 올라가는걸까..?
-
그게 왜부러운거지 공부 할만큼 해서 포텐 다 끌어냈는데도 지능 좆박아서 타임어택...
-
미적 자작 3 0
-
작년에 설경제만 붙여줬어도 6 3
지금 더프안치고 군대나 가는건데 ㄲㅂ
-
어짜피 수능장가면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는듯한 잠못잤다는 불안감 외엔 별영향없는듯
-
운동하다보니 지치네 1 0
버겁고
-
수특 독서 2 0
이거 연계가 적용학습 - 인철+사회+과기+통합 이 부분만 나오는거에요? 아니면 앞에...
-
허들링 5권 복습하고 옴 0 1
그전까지 오르비들어오면 신고하셈
-
제 여친 보고가세요 2 2
헤헤
-
그냥 요즘엔 수학 문제 고민하는 데에 시간 많이 안쓰고 8 1
어느 정도 선에서 내가 할 고민까지 다 했는데도 안 풀린다 싶으면 바로 해설보고...
-
어댑터 13분컷 야르 7 0
하디바인 코돈 안 풀었긴 한데
-
인간은 3 0
외로우면 진짜 죽을 거 같음 나처럼
-
현역인데 수시러라서 내신할때빼고 모의고사 공부해본적이 거의 없습니다 서울대 쓸거라...
-
윤성훈 엠스킬 0 1
이론편은 다 들었고 문제에도 적용 잘 되는데 문제풀이 강의까지 다 들어야할까요?...
-
의대는 모르겠는데 치대는 군장학생 생각보다 좋은듯요 1 0
왜냐하면 의대는 로컬 개원이나 페닥 하는게 거의 무조건 이득이니까 생일 좀 늦은...
-
노뱃노베3수허수 4 2
입니다
-
22개정 과목 소개 7 0
안녕하세요,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생명하드워커입니다. 먼저 간단히 제 소개를...
-
그냥 3모로 에피신청할게요^^ 4 1
3모 국어 뽕으로 에피 찍혔는데 국수탐으로 찍고싶어서 존버하다가 7모 멸망해서 걍...
-
왤캐 이쁜 사람이 많지 15 1
길거리나 흡연부스에 미소녀들이 막 보이네..
-
올해 수특에는 유독 간첩스러운 작품도 많고 도요토미같은 임진왜란 주동자들이 아니라...
-
27리트 결과 2 0
에 상관없이 모두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
공부 접을까요 올린사람인데 하루 공부 몇시간할까요? 3 0
8시에 일어나서 1시에 알바끝나고 6시까지 공부하고 또 알바가는데 이러면 시간...
-
7모 성적표 5 0
엄.. 화2 이게 1뜨네
-
미적 진짜 어떡하지 1 2
요즘 그냥 공-0 미-3이 템플릿인데 29번 맞추는 날엔 공통 틀림 ㅋㅋ 여기서...
-
리트가왜망햇을까 1 2
멘탈나가네 27리트가진짜ㅈㄴ쉽다는여론이던데 242627 쳤는데 역대급으로 점수낮음...
-
하다보니까 국어가 재밌네 2 0
원래 국어고자에 수학좋아 인간이었는데
-
국어 풀기 싫어 2 1
쫄려
-
7덮 이제야 봄 (성적기록) 0 0
언매 - 88점 독서 연계가 좀 과한듯 미적 - 84점 5덮도 88점인데 왜 더...
-
오늘도 확통 이해원 엔제 0 1
다맞았다 흐흐
-
내가신고못할줄알았지나시간진짜졸라많아내일관악경찰서로바로달려간다이거야
-
도저히 3 0
중학교 정규교육과정을 모두 끝냈다고 보기 힘든 수준의 지능
-
후후 살아있는 치킨 ㅎㅎㅎ 8 1
-
수학 공부시간 ㄱㅊ은거맞음? 4 0
기출문제 혼자 풀고 해설강의 모든문항 다 듣는데 (맞은건 스킵하면서 필기만 하고,...
-
사람 안바뀌네 4 1
본인 고3 때-의대가서 예과생활 존나 즐겨야지(좆반고 내신 3점 초반대를 받으며)...
-
지구과학1 동주기자전 <— 개념에 있는 내용인가요? 2 0
한번도 본 기억이 없는데 작년 버전 실모 풀다 나와서.. 지엽 내용인건가요?
-
수능 적백 받고싶다 0 0
열심히해야지
-
의지만으로 됐으면 0 0
다 하버드 프린스턴 스탠퍼드
-
피부과가고싶다 0 0
서울 가면 피부과에 10 정도 쓰려고 계획 세워놨는데 내가 피부과 가면 그냥 내...
-
근데 나는 전부터 궁금한게 4 1
좆됐다 좆됐다 하는 여자애들은 좆이 어떻게 생겼는지 실제로 본애들임?
-
30점대는 ㅅㅂ
-
중대 공대는 2 1
줄이면 중공임?

아~ 어쩐지 이상하더라정답을 찾기는 쉬운데, 이런 구조를 모른다면 그냥 내용일치 문제처럼 느껴지기 쉽죠. ㅎㅎ
잘 이해하셨습니다 :)
어쩐지 ㄹㅇ ㅋㅋ
옥의 티를 참 기가막히게 잡아내시네요. 볼 때마다 대단하십니다.
고맙습니다.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
저 해왕성 사례는 대학교 교양시간 완전 단골인듯 하네요 ㅋㅋ 글쓰기,과학철학 등등..
ad hoc 가설과 관련하여 벌컨 행성과 함께 단골로 나오죠. ㅎㅎ
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잘 이해하셨습니다.
두원공대인줄알았다 개추ㅋㅋ
선생님 과학철학분야 추천도서가 있으신가요??
개론서 차원에서는 아래를 추천드립니다.
https://www.notion.so/0e6ea01fcf9d4113845b60d666573627
ㅠㅠ 하나를 여쭈면 열을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음 그러니깐 오류가 없었어도 입증의 구조 상 가에 ㄱ과 같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는 거군요
네, 왜 그런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가설을 예측으로 바꿔야 하는 거고요.
이런건 공부하는 건 재밌는데 시험이랑 관계 있으니 머리가 터지는 느낌이군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