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기출 소설 중 역대급으로 슬펐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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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또 울었다. 밤이 깊도록 어머니까지 불러가며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동생도 형 곁에서 남모르게 소리를 죽여 흐느껴 울었다. 그저 형의 설움과 울음을 따라 울 뿐이었다. 동생도 이렇게 울면서 어쩐지 마음이 조금 흐뭇했다.
이날 밤의 감시는 밤새도록 엄했다.
바깥은 ㉠첫눈이 흩날리고 있었다.
형은 울음을 그치고 불쑥,
“야하, 눈이 내린다, 눈이, 눈이. 벌써 겨울이 다 됐네.”
물론 감시병들의 감시가 심하니까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지도 않고 이렇게 혼잣소리처럼 지껄였다.
“저것 봐, 저기 저기, 에에이, 모두 잠만 자구 있네.”
동생의 허리를 쿡쿡 찌르기만 하면서…….
어느새 양덕도 지났다. 하루하루는 수월히도 저물어 갔고 하늘은 변함없이 푸르렀을 뿐이었다. 산도 들판도 눈에 덮여 있었다. 경비병들의 겨울 복장을 바라보는 형의 얼굴에는 천진한 애들 같은 선망의 표정이 어려 있곤 했다. 날로 날로 풀이 죽어갔다.
어느 날 밤이었다. 일행도 경비병들도 모두 잠들었을 무렵, 형은 또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즈음에 와선 늘 그렇듯 별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 새끼 생각이 난다. 맘이 꽤 좋았댔이야이.”
ⓐ“……”
“난 원래 다리에 ㉡담증이 있는데이. 너두 알잖니. 요새 좀 이상한 것 같다야.”
하고는 헤죽이 웃었다.
ⓑ“……”
동생은 놀라 돌아다보았다. 여느 때 없이 형은 쓸쓸하게 웃으면서 두 팔로 동생의 어깨를 천천히 그러 안으면서,
“칠성아, 야하, 흠썩은 춥다.”
ⓒ“……”
“저 말이다, 엄만 날 늘 불쌍히 여깄댔이야, 잉. 야, 칠성아, 칠성아, 내 다리가 좀 이상헌 것 같다야이.”
ⓓ“……”
동생의 눈에선 다시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은 별안간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동생의 얼굴을 멀끔히 마주 쳐다보더니,
“왜 우니, 왜 울어, 왜, 왜. 어서 그치지 못하겠니.”
하면서도 도리어 제 편에서 또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튿날, 형의 걸음걸이는 눈에 띄게 절름거렸다. 혼잣소리도 풀이 없었다.
“그만큼 걸었음 무던히 왔구만서두. 에에이, 이젠 좀 그만 걷지덜, 무던히 걸었구만서두.”
하고는 주위의 경비병들을 흘끔 곁눈질해 보았다. 경비병들은 물론 알은체도 안 했다. 바뀐 사람들은 꽤나 사나운 패들이었다.
그날 밤 형은 동생을 향해 쓸쓸하게 웃기만 했다.
“칠성아, 너 집에 가거든 말이다, 집에 가거든…….”
하고는 또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벌쭉 웃으면서,
“히히, 내가 무슨 소릴 허니. 네가 집에 갈 땐 나두 갈 텐데, 앙 그러니? 내가 정신이 빠졌어.”
한참 뒤엔 또 동생의 어깨를 그러안으면서,
“야, 칠성아!”
동생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쳐다보기만 했다.
바깥은 바람이 세었다. 거적문이 습기 어린 소리를 내며 열리고 닫히곤 하였다. 문이 열릴 때마다 눈 덮인 초라한 ㉢들판이 부유스름하게 아득히 뻗었다.
동생의 눈에선 또 눈물이 비어져 나왔다.
형은 또 벌컥 성을 내며,
“왜우니, 왜? 흐흐흐.”
하고 제 편에서 더 더 울었다.
며칠이 지날수록 ㉣형의걸음은 더 절룩거려졌다. 행렬 속에서도 별로 혼잣소릴 지껄이지 않았다. 평소의 형답지 않게 꽤나 조심스런 낯색이었다. 둘레를 두리번거리며 경비병의 눈치를 흘끔거리기만 했다. 이젠 밤에도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대고 이것저것 지껄이지 않았다. 그러나 먼 개 짖는 소리 같은 것에는 여전히 흠칫흠칫 놀라곤 했다. 동생은 또 참다못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형은 왜 우느냐고 화를 내지도 않고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았다. 동생은 이런 형이 서러워 더 더 흐느꼈다.
그날 밤, 바깥엔 ㉤함박눈이 내렸다.
형은 불현 듯 동생의 귀에다 입을 댔다.
“너, 무슨 일이 생겨두 날 형이라구 글지 마라, 어엉”
여느 때답지 않게 숙성한 사람 같은 억양이었다.
“울지두 말구 모르는 체만 해, 꼭.”
동생은 부러 큰소리로,
“야하, 눈이 내린다.”
형이 지껄일 소리를 자기가 지금 대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
그러나 이미 형은 그저 꾹하니 굳은 표정이었다.
동생은 안타까워 또 울었다. 형을 그러안고 귀에다 입을 대고,
“형아, 형아, 정신 차려.”
이튿날, 한낮이 기울어서 어느 영 기슭에 다다르자, 형은 동생의 허벅다리를 쿡 찌르고는 걷던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형의 걸음걸이를 주의해 보아 오던 한 사람이 뒤에서 따발총을 휘둘러 쏘았다.
형은 앉은 채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 사람은 총을 어깨에 둘러메면서,
“메칠을 더 살겠다구 뻐득대? 뻐득대길.”
- 이호철, ‘나상(裸像)’
2011 수능에 나온 작품인데 기출 분석하다가 ㅈㄴ 슬퍼서 찡했음
날씨가 쌀쌀해져서 문득 기억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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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ㅜ이거 ㄹㅇ..나상 너무 슬퍼요ㅠ
앗 아아 ㅜㅜ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