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성적표 배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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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드디어 성적표 배부일이네요. 설왕설래하던 성적 얘기들이 이제 정확하게 산정이 되서 본격적으로 정시를 준비하게 되는 시즌이 시작됐습니다.
아마 수능을 두 번 이상 치신 분들이나, 현역 중에서도 작년 말 부터 여길 왔었던 학생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아직 기본적인 것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몇가지 충고해 드리고자 합니다.
1. 남과의 상담을 맹신하시면 안됩니다.
어딜가든 마찬가지겠지만, 오르비 얘기를 믿고 원서질 하시면 안됩니다. 예전 머띵 사례도 있고, 지금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가 처음 오르비를 안 09년 때 부터도 노골적으로 훌리짓 해서 특정 학과 폭발시키고 잠수탄 놈들 꽤 됩니다. 머띵은 단지 그 이후에 자기가 이 훌리짓으로 직접적인 이득을 봤다면서 후기글을 올려 유명해진거죠.(진짜로 자전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가끔 라인 잡아주세요 하고 말하는 분들 보면 기본적으로 진학사나 메가스터디 같은 사이트 결재를 하나도 안하시고, 정시 원서철 때 하겠다는 생각도 없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여러분들 인생 누가 대신 안살아줍니다. 여러분들 길은 여러분들 스스로가 정해서 나아가는 거에요. 딴놈이 "이 점수면 어디대 무슨학과 되겠네요. 거기 쓰셈."이래서 썼다가 하향이던가 초상향이어서 떨어졌다고 해도 그걸 누가 보상해주거나 하진 않습니다. 여러분들 책임이죠.
여기서 원서상담이랍시고 해주는 사람들 저를 포함해서 대다수가 여러분들하고 같은 수험생이에요. 여기다가 묻고 원서질 하는 행위는 한참 전쟁중에 적군에게 달려가서 "님, 상대를 잘 맞추려면 어떻게 쏴야하죠?" 하고 묻는거하고 똑같은 거에요. 거시적으로 보자면 똑같이 비 전문가고, 미시적으로 보자면 여러분들하고 대학 자리 두고 경쟁하는 경쟁자에요. 대체 이 요소 어디에 믿을 구석이 있나요?
담임하고의 상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명 재종반 담임이나, 그 학원에서도 원서로 알려진 사람이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그냥 프로그램에 점수 넣고 돌려서 그거 결과대로 읊어주는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저 현역 때 이과 친구 반 담임이 123 12 맞은 애 보고 중앙대가 상향이라고 이빨을 털었답니다. 멍청하게 그거 믿고 그대로 가나다로 중앙대,건국대,경희대 쓴 애는 3개 다 초합하고 저랑 똑같이 재수해서 이번에 성적이 작년보다 떨어졌습니다. 결국 중앙대로 되돌아간다더군요.
유명 특목고 자사고 이런 곳의 선생이더라도 관심사는 서울대 연대 고대에 이과 계통의 경우 카이스트 포공 정도지, 그 아래 대학은 관심 밖입니다.
적어도 중앙대 아래는 잘 몰라요. 정부에서 뿌리는 이상한 모의지원 프로그램 돌려서 멍청하게 그것만 그대로 읽어주는 식이죠.
이 프로그램 수준이 지금 EBS 모의지원 서비스보다 더 악질이라고 보시면 되요. 이거 말고 다른 사이트하고 연계해서 여러 결과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는 하는데, 저 다닌 학교에서 그런걸 쓰면서 애들 원서상담 해준 것 같지는 않으니까 이것에 대해선 말 안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진학사나 메가도 컷을 잘못 잡는 경우가 생깁니다. 2년전 연고경 핵폭발도 오르비가 일조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컷을 잘못 낸 진학사 메가 잘못도 큽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일단 사이트 결재를 하시고, 거기서 쭉 보여주는 추천대학 목록과 여기 반응을 살펴보면서 대략적인 라인을 잡습니다.
그 후 점수 공유 카페를 열심히 드나들면서 본인이 어떤 과를 쓰는가 고민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 무슨 50만원 짜리 80만원 짜리 상담 때문에 시끄러운데, 한다 안한다 문제를 떠나서 이거 믿고 쓰셨다가 입시 결과가 이상하게 나와도 이 사람들이 책임 안져줍니다. 1순위로 믿을건 무엇보다 자기자신이에요. 본인이 열심히 조사해서 고민한 끝에 자신에게 최적의 대학과 학과를 성적에 맞춰 지원하면 적어도 원서로 인한 후회는 안남습니다.
2. 재수를 쉽게 선택하지 마십시오.
본인 성적이 평소보다 덜 나왔다고 재수하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면 재수 하셔도 큰 효과 보기 힘듭니다.
예전 성적이 어떻게 나왔던, 수능 망치셨으면 그만큼 공부 안하신겁니다. 저도 평소 때에 비하자면 점수 낮게 나왔고, 인설의 생각하다가 지금 지방의 어디쓸지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제가 실력에 비해서 낮게 나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감성적으로는 "나는 원래 이정도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성적으로는 제 공부가 부족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어요.
합리화 하지 마십시오. 계속 성적에 대해서 합리화 하신다면 결국 내년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할 뿐입니다. 자신에 대해 냉철하게 생각해보세요. 내가 왜 이런 점수를 받았는가. 이 부족한 점을 고치고 자신에 대해서 철저해 질 수 있는가.
그리고 저랑 같이 학원 다녔던 친구가 했던 얘기인데, 그 친구 왈 "재수하면서 가볍게든 심하게든 정신병 앓지 않는 놈은 없다. 있다면 인지를 못하고 지나갔던가, 그놈이 재수를 안했을 뿐."라고 했습니다.
저 역시 선행반 다니면서 우울증을 꽤 심하게 겪어서 동감하는 바입니다.(병원까지 간 수준은 아닙니다.)
재수 하시면서 멘붕 여러번 겪을 각오 하셔야합니다. 주위 친구들 멀쩡하게 대학 다니는거 보면서 멘붕하고, 옆에서 맨날 떠들면서 나 방해한 놈이 나보다 성적 잘 나온거 보고 멘붕하고, 모의고사 1점 2점에 멘붕하고, 가족들이 날 대하는 태도에 멘붕하고, 학사나 고시원이라면 20대를 고독하게 좁은 방안에 갖혀 1년을 보낸다는 사실에 멘붕하고... 그나마 재종반 다니면 남들하고 좀 부대끼다 보니 나은데 독학하시면..
심한날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학원이나 독서실 뛰쳐나가서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 들 때도 있습니다. 박탈감 엄청 심해요. 아는 형 말로는 재종 기숙 둘 다 다녀본 바로 재종반보다 기숙학원이 이게 엄청 심하다고 하더군요. 본인 수험생일 때는 학원에서 자살시도도 있었다고..
의외인건 이걸 제일 많이 겪고 잘 알고 있을 재수생,독학생 태그에서 재수 꼭 하세요 하고 부추기고 있는 점입니다. 사실 저도 어지간하면 반수하세요 라고 말하고 있는 입장에서 똑같은 놈이긴 한데(...)
여튼 재수 쉽게 생각하지 마시고 깊게 고민해보시고 선택하세요. 재수 좋은거 아닙니다.
3. 수능 성적표 나오시고 정시 원서접수 내셨으면 그냥 나가 노세요.
물론 서울대나 아주대 의대 같은 면접/논술이 따로 필요한 상황이면 예외입니다(...)
제가 말하는건 입시가 끝난 상태를 얘기하는거에요.
입시 끝나셨으면 아르바이트도 해보시고 운전면허도 따보시고 친구들이랑 술도 마셔보고 여행도 다니고 하시면서 휴식시간을 가지세요. 재수 생각하고 계셔도 성적이 하위권이라서 당장 기초를 쌓아야 한다 이런 수준 아니시면 그냥 2월에 정규반 개강할 때 까지 노세요.
이게다 추억이고 버팀목으로 남아요. 전 작년에는 선행반부터 다녀서(수리 성적이 처참하기도 했고..) 이런 추억이 없어요. 집에서도 이따위 성적으로 대학 갈거면 학비고 뭐고 군대로 가라는 입장이었고.. 집에 있기만 하면 욕부터 먹었죠.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다녀야 했었어요.
그래서 탈력감이 더 심하게 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도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에요. 어디 놀러가려고 해도 친한 친구들이 다 대학 다니고 있어서 못가고 있는 실정이거든요. 기말 고사 기간이다보니 언제 만날 여유도 없고..(제 수험생 할인이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게 아닙니다.)
꼭 노세요. 두번 노세요. 이런 기회 다시 안찾아옵니다.
대충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게 다인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원서필승! 여러분 모두 원서영역 건승하시기를 바라며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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