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MPS 졸업생이 수능 준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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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년에 HYMPS (Harvard, Yale, MIT, Princeton, Stanford) 중 하나를 졸업하고 현재는 한국에서 수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대학생때 열심히 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등학생때 공부를 잘 했습니다. 미국 유명 학군에서 전교 1등을 했었고 SAT, AP 등 각종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아 제가 지원한 네개의 명문대에 모두 합격을 하였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제가 정말 잘난 줄 알았고 대학도 잘 졸업해 골드만 삭스나 맥킨지 같은 펌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입학 후 서울과 미국에서 각각 한차례 씩 진행되었던 한국 동문회에서 만났던 선배들은 다들 졸업 후에도 엄청난 회사나 대학원에서 일 또는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겠구나 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성과는 대학 타이틀 하나로만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대학 1학년때는 나름 열심히 했었지만 2학년때부터 거의 막장 인생을 살았습니다. 수업은 아예 안 나갔고 맨날 놀기만 했었습니다. 심지어 3학년때는 pre-registration 기간을 놓쳐서 강제로 한 학기를 휴학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고등학생때 AP 과목을 많이 따 놓아서 제때 졸업하기는 했지만요..) 이렇게 놀았으니 학점은 말할 것도 없고 인턴십이나 리서치같은 스펙은 단 하나도 쌓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놀다 4학년이 되니 저와 같이 놀던 애들도 조용히 휴학을 하더니 다들 열심히 뭔가 준비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중 한놈은 아버지가 모 시의 mayor 였고 제가 졸업할 때 조지 워싱턴 로스쿨에 붙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생 c8.....) 아무튼 저도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져서 이것저것 알아보다 결국 결정한게 한국에 귀국해서 의대 준비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4학년 1학기때 21학점을 들어서 조기 졸업을 했고 올해 귀국했습니다.
귀국하고 얼마 뒤 코로나가 터지더군요. 저는 조기 졸업을 했지만 제 동기들, 특히 유학생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에는 졸업식도 못하고 졸업장만 받는 졸업을 하더군요. 4월달에는 뉴욕 타임즈에서 올해 졸업하는 학생들이 The Worst Generation in History 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올해 졸업생들이 앞으로 10년간 고생할거라는 기사도 나왔습니다. 정말 부끄럽게도 저는 그런 기사들과 졸업식도 못한 채 학교를 끝낸 동기들을 보며 조금은 안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자기 합리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제대로 학교 생활 하고 올해 졸업했어도 취직 못했을거야. 오히려 그 전에 한국 왔으니 잘 됐지 뭐.' 하면서 말이에요.
그런데 현실은 제가 4년동안 밤 새면서 놀러다닐때 도서관에서 몬스터 먹어가며 열심히 학점 챙겼던 제 동기들은 다들 제가 동경하던 삶을 살고 있습니다. 로스쿨을 가겠다며 2학년 방학때 김앤장에서 인턴십을 했던 동기 한명은 3학년때 이미 하버드 로스쿨에 Junior Deferral Program으로 합격을 해서 2022년에 입학 예정이고, 다른 로스쿨 지망생 동기는 로스쿨 진학은 실패했지만 전세계 열손가락 안에 드는 로펌에서 paralegal로 일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공학 전공하던 친구는 IBM으로 갔고, 경제학 전공 친구들은 Credit Suisse, Barclays, Deutsche Bank 등으로 다들 갔습니다. 인문학 전공이라 자기는 인턴십을 더 열심히 해야 된다고 1학년 방학부터 뉴욕에서 일하던 친구는 McKinsey에 갔네요. 한국인은 아니지만 저희 과 차석한 친구는 BlackRock... 제 드림 컴퍼니였던 곳에 갔더군요.
자기 합리화로 '어차피 올해 졸업한 애들도 다 망했을거야. 취직도 다들 안된다는데 오히려 한국 일찍 온 내가 낫지.' 라고 생각 했던 제 예상과는 다르게 다들 너무 멋지게 살고 있습니다. 너무 부러우면서도 부끄러워요. 그 친구들이 하버드 로스쿨, 블랙락에 갔다는 그 결과가 부러운게 아니고, 그 친구들의 4년동안의 고군분투가 부러워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뭔가를 그렇게 열심히 해본적이 없는데, 제가 4년동안 방구석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놀때 교실에서, 도서관에서, 회사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가며 열심히 했던 그 친구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내가 같이 술마시고 웃고 떠들었던 내 친구가, 나는 방학때 놀러다닐때, 자기는 열심히 스펙 쌓아서 그렇게도 원하던 로스쿨에 합격했구나... 하.. 나는 뭐 했지..
그래도 이제는 제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앞으로라도 열심히 하려고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올해 어떻게든 의대를 가서 그 6년동안은 같은 실수 반복하지 않고 최대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여기에 아마 19살, 20살, 21살들이 많을텐데 좋은 대학 갔다고 절대 끝이 아닙니다. 거기서 뒤쳐지지 않으려면 정말 열심히 하세요. 처음 대학 합격했을때 부모님이 "미국 대학은 힘들다더라. 한국 애들 중에 못 따라가서 중간에 낙오되는 애들도 엄청 많다더라." 라고 하셨을때 콧방귀 꼈었는데 그게 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 여러분들도 저처럼 되서 남들 다 취직하고 멋지게 살때 패자 부활전 노리고 싶지 않으면 꼭 열심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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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하나 어딜가던 쉽지 않은 모양이군요..수능보고 궁금한 점 물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집멍멍이황순이님의 수능 성공을 기원하겠습니다.
음 화이팅.. 졸업이 다가 아니지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