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ved Slave II [872525] · MS 2019 · 쪽지

2020-09-29 19: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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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글 보고 생각나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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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여러분들은 대부분 특정 강사의 말만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를 잘 '체화하고 있는 듯한' 학생들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선생님 풀이만이 진리다!' 하는 학생들 수능 성적 보면 '진짜 진리 맞아?' 의아해할 겁니다. 무슨 얘긴지 제 경험과 결부시켜 설명해보죠.


현역 때 물1 수능 성적표입니다. 당시에 순수 독학으로 기출분석만을 통해 얻어낸 성적이라 물리라는 과목 자체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이 때만 해도 특정 강사의 풀이를 체화를 했었다면 안정적으로 50을 맞아 백분위 100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이를 위해 재종 학원에서 물리 강사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에 맞게 공부했습니다. 그랬더니....

엥?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혼자서 공부하며 여러 번 의심하고, 효율성을 검토하고 더 좋은 풀이가 있는지를 찾아봤던 현역 때와 달리, 강사가 주는 문제는 다 초고속으로 기계적으로 풀어내고, 이것저것 사설 닥치는 대로 풀다 보니 얻게 된 쓰디쓴 교훈이었습니다. 여기서 '강사가 누구냐'보단, '누가 끝까지 생각해서 무얼 풀까'가 더 중요한지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 다음 수능에선 독재 학원에서 (사실 전 진짜 재종반이 싫었습니다. 맨날 보는 문제들도 뭔가 붕 뜨는 느낌이었고 시간을 날리는 기분이 들었고, 여기 앉아서 저 지루한 수업을 듣느니 혼자 공부하면서 연구 후에 궁금한 부분을 질문 받아줄 분을 찾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매번 들었습니다.) 물리 단과를 들으며 그동안 공부해오며 궁금했던 점, 문제를 풀 때 부족했던 부분과 다른 문제들을 보고 비슷한 조건인데 아예 접근방법이 다른 이유가 단순 관점 차이인지 아님 '그래서는 안 되는' 잘못된 접근방식을 무분별하게 써서인지 일일이 선생님이 귀찮아할 때까지 질문했습니다. 그러고 다시 수능날이 왔죠.

'아주 쉽게' 만점(당시 만점이 1컷이었습니다;;)이 나왔습니다. 이 때 느낌이 왔죠. '아, 이게 맞구나. 이렇게 공부하면 쉽게 되는구나. 이러면 공부양을 줄이고도 똑같은 1등급을 맞을 수 있구나.' 결국 19수능 성적으로 대학에 갔고, 그동안 놀지 못한 걸 놀면서 풀고 있을 때 수험생인 동생을 보고 한 번 생각이 났습니다. '혹시 내가 1년을 놀고도 쟤와 같거나 높은 성적이 나오면 내 방향이 옳은 게 아닐까? 이런식으로 끝까지 고민하고 이어가려는 시도가 힘들기만 하고 효과는 없는 방법이 아닐까?' 해서 그냥 수능 응시를 해봤습니다.

네, 다시 나오더군요. 물론 이번엔 사설, EBS, 기출도 반복을 하지 않아서인지 연산력은 많이 떨어진 듯했지만, 그래도 '제가 실험대상으로 삼은 점수대'까지는 별 문제 없이 나왔습니다.


'이 XX 이래놓고 작년에 밤새 ㅈㄴ 물리 문제 푼 거 아니야?' 하실 분도 있을 수 있는데, 오르비 고인물들이 입증해줄 겁니다. '이 인간은 오르비 메크로 수준으로 작년 내내 오르비에 있었어요.'




강사가 누구냐, 무슨 N제를 푸느냐, 무슨 실모를 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나 자신이 가장 좋은 스승이 될 수 있고, 실모보다는 교과서가 더 중요한 학습자료가 되고, 머리 터지도록 고민한 2점짜리 기출이 사설 킬러 3점보다도 더 의미있을 수 있는 거에요.

rare-경찰 오리비 rare-기출파급 미적분상 rare-기출파급 수학2상 rare-골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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