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71에서 중앙대까지의 기록-8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2377134
ㅡ수기는 매주 일요일에 올라옵니다.
ㅡ댓글과 좋아요는 항상 감사합니다.
수능이 끝나고 학교 계단을 내려오자, 몸이 바람 빠진 풍선마냥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6시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은 그만큼의 반동을 수반하는 법이다. 머리는 카페인을 마신 것처럼 졸리지는 않고 멀쩡하게 돌아가고, 대신에 몸은 완전히 진이 빠져 술에 취한 것처럼 행동이 느려진다. 어차피 별로 할 것도 없었고, 바로 집에 갈 생각도 없었기에 교문 앞에 서서 제2외국어를 보는 친구들을 기다렸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바로 앞에는 방송용 카메라로 교문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촬영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혹시 내가 지금 뉴스에 나오는건가...‘라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다. 한 40분쯤 서서 기다리자, 본격적으로 수능을 본 수험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시간도 남아돌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정류장에는 이미 줄이 꽉꽉 들어차, 친구들과 그냥 집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친구들과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는 길은 그것 나름대로 색다른 경험이다. 수능이 끝난 날 시간이 남아돈다면 한 번 해보는 것을 추천할 정도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스산하게 머리카락을 지나가고, 춥기는커녕 정신이 맑아지면서 시원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1년 동안의 일련의 행동들이 파노라마처럼 생각난다. 수능을 끝나고 집으로 걸어가건, 버스를 타건 지하철을 타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이런저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아쉬운 생각, 후련한 생각, 앞으로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 등, 여러 감정들이 교차한다. 적어도 후회만은 하지 말자. 그럼 적어도 당신의 지난 1년이 실패한 것은 아닐 테니.
수능이 끝났으니 이제 스토브리그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주변의 많은 것이 변화한다. 돌아간 고등학교는 선생님들이 상담하느라 바쁘고, 수시로 이미 붙은 친구들 두세 명 정도는 수능이 끝나고 학교에도 오지 않은 채 그대로 증발한다. 슬슬 논술학원을 끊으며 논술을 준비하고, 인터넷 모의신청을 돌려보며, 돈을 주고 모의 대학 상담을 받기도 한다.
한 달 정도 지났을까, 성적표가 나왔다. 등급은 31314(국영수사탐순). 6평 9평때보다는 조금 오른 성적이었는데,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면 정시로 각각 한양대 에리카, 경희대 국제캠퍼스, 숭실대를 썼고, 전부 떨어졌다. 논술도 광탈의 연속이었고, 고대 논술은 늦잠 자서 시험도 못 보러 갔다. 모의 신청 결과 한양대 에리카는 안정, 경희대 국캠은 적정, 숭실대는 위험 등급이었는데 에리카까지 싸그리 떨어졌다는 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재수해봤자 성공할 것 같지도 않았고, 그냥 어머니가 말했던 것처럼 대학 하나만 붙으면 바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갈 대학이 하나도 없었으니 남은 길은 재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고3 시절이 끝났습니다. 돌아본 고3 시절은 정말 실패의 연속이었죠. 제대로 된 공부 방법도 없었고, 제대로 공부를 하지도 않았으니 성적을 잘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가 자존심 하나는 원래부터 낮은 인간이라 좀 신랄하고 길게 적힌 고3 시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이야기는 재수 시절로, 2016년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인생역전 수기들을 보면 고3때 밑바닥을 기던 학생이 재수 시절에 사람이 바뀌어서 어찌저찌했다더라 뭐 이런 내용들이 많으니 이제 재수 시절부터 어떻게 제가 바뀌어 나가는지를 기대하실 수도 있는데요, 참고로 제목에 있는 전설의 53471등급은 제가 재수시절에 받았던 점수였습니다. 재수 시절에도 처참했던 때가 훨씬 많았죠. 재수 시절은 고3때보다 훨씬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글이 좀 더 자세해지고 본격적으로 제가 어떻게 성적을 올렸는지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좋아요 0 답글 달기 신고
-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좋아요 0
-
[속보] 대전 동구 일대 맹견 70마리 탈출…주민 대피 재난문자 1
대전 동구 일대 맹견 70마리 탈출…주민 대피 재난문자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
[생1 칼럼] 비분리 문제를 풀 때 (feat. 230720) 0
비분리 1회당 특정 염색체 1개를 더/덜 받았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듣고 보면...
-
어느팀 팬이신가요?
-
ㅈㄱㄴ
-
이제 머그샷도 찍고 그러면 더 난리날듯
-
옥상서 여친살해한 20대는 '수능 만점' 의대생…신상정보 확산 1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20대 남성이...
-
분위기 많이 타는 편이라 그런가...
-
무물
-
ebs에 뜨는거 맞제?
-
뭐지 글 이제 지워야 되는거임?
-
https://www.fmkorea.com/best/7006473350
-
고민되네….
-
"수능 만점자면 혹시 이 사람?" 여친 살해 의대생 신상 털렸다 3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20대 남성이 ‘수능 만점...
-
올해 지구 계획 0
25 Chronox BASIC 25 기출피드백 파트1+파트2 24 오리온N제...
-
"여친 살해 의대생은 ㅇㅇㅇ" 신상 털려...'수능 만점' 빌미 1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
올해 생명 계획 0
24 All About 24 IE 1권~16권 25 백호 추론형모고 24...
-
"여친 살해 수능만점 의대생은 ○○○…평판 X 같아" 신상 털렸다 1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 친구를 살해한...
-
중고로 실모사서 작년 이감 on파이널 8차 풀었는데 독서 3개맞음. 마더텅으로...
-
학교 무댠조퇴 해도 되나요? 오늘 수행있는 날이기도 하고 담임쌤이 무단조퇴하면 선도...
-
'여친 살해' 수능만점 의대생 신상 확산…"생명 살리는 의사 되고 싶다" 했는데 1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자신의 여자 친구를...
-
“평소 평판 나빴다”… ‘살인 의대생’ 대학 커뮤니티 글 7
서울 강남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명문대 의대생과 관련해 소셜미디어...
-
올해 영어 계획 0
25 워마 수능+하이퍼+숙어 25 R gorithm 25 RNL 빈칸+순삽 24...
-
이거 듣고 과제해야지 그냥 과제만 하려니까 감이 안오네..
-
??
-
이미 최근에 한번 바꿨으면서.. 이번엔 어떤 곡의 뮤비로 할까
-
올해 수학 계획 0
25 심특+워크북 수1+수2+미적분 25 수특+수완 수1+수2+미적분 25 4규...
-
여기에 자살시도까지 한거보니 심신미약 주장하려나요?
-
국어 1컷 90나올듯ㅋㅋ 현역들 진짜 공부 ㅈ도 안하네~
-
'전,현직 선수 5명 더' 수사 범위 확대, 오재원 사건 일파만파… 0
'전,현직 선수 5명 더' 수사 범위 확대, 오재원 사건 일파만파…...
-
올해 국어 계획 0
25 국일만 문학 25 생글+생감 25 기테마1.0+기테마2.0 25...
-
ㅇㅅㅇ?
-
과정자체는 순수노력이니까 적어도 과정에서는 후회가 없도록 노력하는중 오늘도 빡공
-
푸는데 중반부부턴 하나하나가 다 무겁네
-
중범죄자인게 의문의 여지가 없으면 이름 공개해도 되는걸로 1
다만 검찰/경찰이 범인을 잘못지목했고 경찰이 공개하진 않았는데 신문방송이 그걸 믿고...
-
안녕하세요? 전원 서울대 출신 생기부/세특 전문, 올리미 컨설팅입니다. 고등학생...
-
2409 2411 둘다 지금 다시 풀어봤을때 독서 40 문학 28 언매 12 이렇게...
-
반수하는데 기출 다시 풀어볼려하는데 ㅁ검더텅이 젤 좋나요?
-
물갈이되려나
-
10년대생부터는 인구수도 적고, 00, 90년대생보다 대학진학율...
-
벌써 몇명째야..
-
촤라라라락 좋아요 5개 알림 오는데 누가 정독중이신가요 부끄럽네요
-
정부에서 부담 덜라고 교육청에다가도 연계하라고 시킨게 아닐까
-
재택알바 뒤적거리다가 문서작성 건당 16000 발견! 9
보통 건당 5000원에서 많아야 만원이라 어라 돈 되게 많이 주네 싶어서 들어가...
-
카리나 2
로켓펀쳐
-
해임 건의가 가결되는 경우에, 그 이후의 절차가 궁금해서 질문글 올립니다. 대통령은...
-
한 70%쯤 외운거같음
-
기자들 좋겠다 1
오르비에서 쓸만한 낚시성 똥글 몇 개 쓰면 돈을 받네 ㅋㅋ
-
4월모가 5월모로 바뀐건 알고있는데 정확한 날짜를 모르겠습니다.
-
ㅅㅂ 팀원들 전부 나 빼고 철학관데 토일을 엠티를 간다네…. 발제문은 금욜 쯔음...
-
물지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