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 거짓말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2376987
<드림텔러:거지이자 왕자인 요한의 꿈>
(한숨.)
요한: 제가 여기 있습니다.
(흩어지나간 것은 요한의 죄. 그리고 기억들. 그와 얽힌 이들과, 또한 그들의 수십년.)
요한: 정말 많은 색종이들이 찢어졌습니다. 엉기고 성기고 물감딱지들 같습니다.
(색종이들을 한가득 내던진다. 나풀거리는 가운데 보이는 환상들)
(울지마 엄마 울지마)
(‘Komm, süßer Tod, komm selge Ruh’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오라 축복받은 안식이여!’)
(두 갈래로 흐르는 핏자국)
요한: 수많은 어머니들이 보입니다. 영문을 모르는 흑백 사진들이 보입니다.
(북적북적)
요한: 똑같은 복장들이 보입니다. 복도 위에 제가 섰습니다.
(교활한 미소들이 그를 보고 웃는다, 많은 거짓말과 속닥이는 소리들)
(아니다, 나는 속세를 벗어난 사람이야)
요한: 어둡습니다.무섭습니다.
(조금 얕은 공간으로-조금 평온히 침잠하며-)
요한: 저건 술잔입니까.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영혼의 사도>님!')
(아니야!)
요한: 눈물 보이지 마십시오. 마귀의 미소가 가면이 되면. 저도 거짓말쟁이인걸요.
(모두가 던져지는, 서로가 서로를 끌어던지는)
(칼로 칼을 겨눈다)
(오래된 사찰의 처마 끝에 새겨진 <아비지옥>, <검수지옥>)
요한: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주십시오. 제 잘못입니다. 제가 다 책임지겠습니다.
(<Mea Culpa>-제 탓이요)
(너에겐 잘못도 책임도 없어, 우린 예상대로 되게 안 좋은 사람들이란다)
(사자우리에 던저진 그리스도인들)
(그러게 왜 태어났니~깔깔깔)
(울지마 엄마 울지마 나때문에 왜 울어)
(성가곡, ‘위로받기 보단 위로하며-‘)
요한: 저건 뭡니까.
(아담과 이브: 만남은 우연이 되어 잠깐-)
(우람한 거인들이 아담의 자리를 그새 차지한다)
요한: 난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데,이것도 결국-내 육신과 영혼이 또다시 박살이 나야-
(으아악-털썩-하고 요한은 그 자리에 엎어졌다. 곁에 날개가 찾아왔길래,고개를 들고, 그는, 먼곳을 가리키며-)
요한: 혹시, 날개씨, 혹시 저기 보이는 저 여인은 어떻게 됩니까? 마음이 찢어지는군요. 저란 사람은 저 분에게 한심하고 괴이한 자로만 보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깃: 혼자 다 이야기해놓고 어쩌자는 겁니다.
요한: 저 분이 우리와 함께 할 순 없습니까. 저 분의 이름은 <별>이고 <지장>입니다. 전 아닙니다. 저 분입니다.
깃: 그건 모를 일입니다. 게다가 거짓말이라구요? 도대체 당신 자신은 어디에 있는데요?
(요한 앞에 꾸겨지고 찢어진 색종이 조각들이 사방에 흩뿌려져 있다.)
요한: 이것들은 행복입니까 믿음입니까 제 마지막 남은 희망의 파편들입니까 아님 지옥에서 피는 꽃들입니까 절망이라는 이름의 아픈 조각들입니까…
깃: 인생입니다. 각자의 시간을 잘 버무리면-그렇게 되는 겁니다. 잘 아시면서요.
요한: 전 무얼 해야겠습니까? 이 중에서 제게 주어진 것이라도 검게 태워야 겠습니다.
깃: 아닙니다. 절대 불에 태우지 마세요. 당신 일이 결코 아니잖습니까. 혹시 당신 아직 심장이 있습니까?
요한: 네 있습니다. 여전히 싱싱하면 좋겠습니다.
깃: 아쉽지만 긁히고 뚫린 상흔이 많아 보이는군요.
--괜찮습니다. 이런 일에는 상흔이 없으면 안됩니다. 심장 위로 당신 자신 것과 당신이 그나마 받은 것들을 모으십시오.아름다운 모자이크 회화를 만들어봅시다.
(심장 위로 재료가 될 색종이 조각들을 하나둘 쓸어담는 중)
요한: 모자이크 회화는 누구의 것입니까.
깃: 당신이 작가입니다.
요한: 주인은 누구입니까.
깃: 잘 아시잖습니까.
요한: 완성되고 보면 그렇겠군요. 지금껏 알면서도 모른 척 했습니다.
깃: 아니요. 그림에 쓰일 재료도 처음부터 주인의 것입니다.
요한: 그림이 완성되려면 몇 년이 걸립니까? 주인에게 드릴 날은 언제입니까?
깃: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차차 알려드리겠습니다. 당신도 수많은 심장 중 하나인 겁니다. 다행히 모자이크는 나름 볼 만 할겁니다.
요한: 관객은 누가 될 것입니까?
깃: 관객은 적을 수도 있고,앞으로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주인은 아십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관객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요한: 이걸 보니 아직 그림이 되기엔 모양새가 흉측한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환상들 때문에. 관객들이 혹여 제 그림에 침을 뱉지 않겠습니까?
깃: 주인과 상의하시면 그림이 손상된다고 문제가 될 리는 없을겁니다. 그리고 지금 당신 곁엔 아직까지는 적지만 좋은 관객들이 있습니다.
요한: 다행입니다.
깃: 그리고 당신이 본 환상들은 이제는 먼 뒤편으로 사라진 조각들일 뿐입니다. 유념하지 마세요.
요한: 날개 씨도 저와 함께 하실 겁니까?
깃: 더 큰 날개가 안 보이십니까? 그 날갯짓을 따라가다보면 언젠간 함께 만나게 되겠지요.
요한: 앞으로 있을 사랑과 미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깃: 어린아이같긴. 당신에겐 가장 큰 사랑이 중요합니다. 미래는 주인의 것입니다.
요한: 제가 알고 있는 정답만 알려주시니 속상합니다. 저는 그 정도군요.
깃: 그게 제 역할입니다. 그리고 오랜 속사정은 알지만 지금의 당신에게는 일탈보다는 평안이 필요합니다. 좋은 밤 되시길.
(깃은 떠났다. 마지막 한숨을 끝으로–요한은-그늘 사이 머뭇거림도 없이 들어온 햇볕과-또 속은거 아니지?라는 상념으로 깼다.)
<<한편,어린 목동들의 피리소리가 들리고-
이런 노래가--
“멍청한 거지-
그리고 바보 왕자-요한--!
스스로를 또다시 우리에 가두고-
본인이 여전히 왕관을 쓴줄 안다네-!”>>
(요한은 이번이야말로 마지막이라는 심정이었다.)
<<HELL OR HEAVEN>>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 #~#
-
선구안 ㅁㅌㅊ냐? 차단 한번도 푼적없다
-
안아듀...
-
고3 현역이구요 1월부터 4월 초까지 일요일 제외 매일 12시간 이상 앉아서...
-
풀면 허수인가요 개허수인가요?
-
뻘글 다 밀었다 1
드디어
-
틀딱에게 태그란 5
나도 아무 생각 없이 99년생 태그 집고 싶다고... 라떼는 95년생부터 저기 떴었는데 하ㅏ
-
!
-
저번주에 앓아누웠으니 조금 더 미뤄야하나
-
그리고 평소에 뭐 어떻길래 왜 아무도 안 믿어줌??
-
탈릅하고 공부하러 갑니다 굳이 오르비 아이디 있는거 의미 없는 것 같아서요 덕코...
-
한완수 해볼까 0
미적은 뉴런 시작했는데 공통은 이미 학원에서 배운 것도 많고 기출도 돌려서 뉴런...
-
Hello Everyone, My name is Ryan from Centum...
-
바로 이상 날개 마지막 날자꾸나 부분까지 실어주기 재수때 힘들때마다 필사했던...
-
어떰? 작년엔 백호 개념형모고 풀었는데 올핸 대성으로 옮겨서 박선우로 풀려는데 풀어본사람
-
씨발!!!
-
졸려
-
결제는 했는데 어디서 보는지 문자왔나요?
-
눈치없는새끼 무관으로남았어야지...
-
[칼럼] 실전독해(1) : 22국어 헤겔 변증법의 진짜 풀이 1
안녕하세요. 국어를 가르치는 성현(成賢)입니다. 저번 칼럼에서 예고했던 대로,...
-
매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
둘 다 풀어보신분 있남
-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
집가자마자 0
바로 자야지 퇴근 한 시간 남았다
-
하암
-
어린이날이네 0
스마티 어린이에게 덕코 선물을 주세요
-
전화하다가 새벽을 날려먹었어 미안해 그래도 활기찬 하르 11시쯤 고비겠노
-
진영누님 생일기념
-
얼버기 7
패턴이 돌아오는군
-
깼는데 3
어떻게 살아는 있노..
-
저 20살이고 결혼하는 분은 작년 고3때 담임쌤인데 재수하는 상황이라 갈까말까...
-
오목한판 할사람 2
자신있으면 들어와
-
가방 매고 있어도 민증검사를 안함..
-
슬프다 1
ㅜㅜㅜㅜㅜㅜ
-
알고리즘 지더연으로 도배돼서 내 옯닉 이거인거 생각나서 함 와봄 ㅋㅋ
-
케인 유관된거 1
축하는 하는데 뭔가 허전함...ㅋㅋㅋ
-
기구하다 기구해 2
우울하군아
-
그게 잘못된건진 알고 부끄러운 행동이라는걸 인지는 하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학교...
-
라면먹어야겠다 배고파서 이러는 듯
-
군런할까 0
학기중보다 덜 바쁠거 같은데 군생활이
-
한창 ㅋㅋ루삥뽕 이라는 말이 등장했을 때 유튜브에서 어떤 구독자 1000따리 여자...
-
에타에 룸메 험담했는데 룸메가 작성자 나인거 알아버림 18
룸메가 그 글 쓴거 나인지 물어보길래 첨엔 아니라고 했는데 에타친추돼있으면 작성자...
-
모르면 헷갈려잉..
-
고1 때 시작해서 아직까지 붙잡고 있으니...
-
탈릅 마렵노 7
흐음
-
호형훈제 천재 둘이 모여서 개쩌는 풀이속도 ㄱㄴ 정병훈이 가형 30분 컷이라 했으니...
-
ㅈㄱㄴ
-
서울대 천재 댄싱기원 강기원 vs 가형 눈풀로 30분 컷 정병훈 vs 서울대를...
요한보금 3장 16절 아니라
계시록이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