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破亂국어 [890512] · MS 2019 · 쪽지

2020-09-25 09:10:21
조회수 1,012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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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현실을 마주하기 싫은,


더 정확히는 비루한 나를 인정하기 싫은,


그저 즐겁게 하루를 허비하면서


피나게 붙잡고 있던 시간을 놓아버리고만 싶은 날이 있습니다.



비단 과거의 기억만이 아닙니다.


마흔이 다 되어가는, 


아내와 두 아이를 키우는 가장이 된 지금도


그런 순간이 문득 찾아옵니다.



하지만 지난 기억을 돌이켜보면


도망의 끝에는 허무함이 있었고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느라 


내 삶을 허비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겨우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지나온 고된 시간을 돌이켜보며 


그때 도망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갈 생각도 말고,


그저 버티기만 했다면 좋았을 걸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는


그런 다짐 아닌 다짐을 하게 되네요.




오늘도 여전히 나약한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은 


그런 유혹에 시달리는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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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의 눈 · 841686 · 20/09/25 09:26 · MS 2018

    도망의 끝에는 허무함이 있었고

    결국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느라

    내 삶을 허비했던 것 같습니다.

    => 때론 도피가 있기에, 역설적으로 삶이 값지게 느껴질 때도 있단 생각이 듭니다.
    속된말론 나이 짬밥도 모자라지만, 생이 어차피 미완이라면, 때로는 불안함을 느낌으로써, 이를 통찰하게되는 시기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거든용.
    후회가 과거에의 부정이 아니라, 현재의 부정임을 감안해보면요.

  • 파란破亂국어 · 890512 · 20/09/25 10:26 · MS 2019

    고맙습니다^^~ 미래가 불안하던 시절, 누군가 저에게 비슷한 말을 해주었습니다. 멀리 돌아와야만 했기에, 오늘의 삶이 당연한 게 아니라 너무나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는 거라고,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그 사람이 지금 제 아내가 되었습니다 ㅎ

  • 설의 눈 · 841686 · 20/09/25 11:54 · MS 2018

    헐 정말 멋진 아내분을 만나셨네요 :)

  • 우짜냐... · 673474 · 20/09/25 10:01 · MS 2016

    일주일동안 모든걸 놓아버리고 있어요... 더이상 열심히 하고 싶지가 않네요

  • 파란破亂국어 · 890512 · 20/09/25 10:28 · MS 2019

    하... 그럴 때가 있습니다. 어디에 사는 누구신지 모르겠지만, 기도하겠습니다. 내면의 재능을 당당히 드러낼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기도드리겠습니다. 부디 오늘 하루도 잘 버티십시오.

  • 우짜냐... · 673474 · 20/09/25 11:29 · MS 2016

    아이고...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도 빨리 이 시기가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 헬창 브루니 · 919982 · 20/09/25 10:42 · MS 2019

    가족땜에 너무 힘들어요 ...

  • 파란破亂국어 · 890512 · 20/09/25 10:48 · MS 2019

    여러 가지 케이스가 있겠습니다만... 저도 아버지와 동생 때문에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연락을 끊고 지냅니다만... 이 말씀만 드리고 싶어요. 대학을 다니면서부터는 부모님은 부모님이고 나는 나입니다. 조만간 즐겁고 행복하게 사실 수 있을 겁니다. 가족이든 누구든 당신의 삶을 감히 불행하게 만들 수 없을 없을 겁니다. 오직 당신의 행복이니까요.

  • 헬창 브루니 · 919982 · 20/09/25 10:54 · MS 2019

    반수생이라 대학다니고있어요 삼수해서 대학왔더니( 대학도 제가 원하는 대학이 아니고 부모님이 강제로 쓰게 했어요 다른 곳도 붙었지만 저한테 선택권도 안주시고 강제로 왔어여 여기) 이제는 공무원 준비하라고하십니다 삼수 솔직하게, 놀고싶은거 다 포기하고 숨막히게 살다가 이제 여유 찾고 숨 좀 쉬고있는데 공무원 학원이랑 뭐 시험 어떤게있네 다 알아오십니다.. 공무원쪽 생각은 하고았는데 저는 아직 군문제 해결도 못했고 이제 막 들어왔고 여유 이제 좀 지내다가 마음 좀 잡으면 시작할건데 그냥 그것도 아니고 막 밀어붙이시고.. 진짜 미칠거같아요 그냥 하고싶으면 전부 제가 알아보는건데 그걸 하나하나 다 알아오시고.. 관심이 있다보니 어느정도는 다 알고있는 정보입니다 저는 제 인생을 살고싶은데 대학도 제가 원하는 곳도 못가고 그냥 공무원 계속 준비하라고하면 제 인생이 아니라 부모님의 인생을 사는거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 보면 제 인생을 사는거 같지가 않아요 그냥 솔직하게 다 때려치고싶어요 이 집을 어떻게든 탈출하고싶기도하고요 진짜 너무 숨막히고 제발 그만 좀 해달라고 말씀드러도 계속 하시는데 이대로가다간 진짜 미칠거같습니다

  • 파란破亂국어 · 890512 · 20/09/25 11:23 · MS 2019

    아... 진짜 숨이 막히네요;;; 저는 대학을 다닐 때부턴 집을 떠나 살아서 그나마 방황이나마 자유롭게 했던 것 같습니다... 힘드시겠어요... 군대 갔다와서 밑천이 없던 터라 잠시 집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제 자신이 무너지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결국 좁은 고시원으로 피신했던 기억이 납니다. 단칸방이라도 내 공간이 필수적인 것 같아요.

  • 헬창 브루니 · 919982 · 20/09/25 11:39 · MS 2019

    서울살아서 큰 문제인거같습니다.. 어딜가도 통학권이라 그냥 연세대든.. 어디 저 멀리 지거국이든 가고싶어요
  • 파란破亂국어 · 890512 · 20/09/25 11:58 · MS 2019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갖고 싶다고 솔직히 말씀드리고 같은 서울 안이라도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잠시 연락 끊고 지낸다고 세상이 무너지거나 그렇지는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