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버섯 [986157]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9-01 16: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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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을 정치인으로서는 좋아하지 않는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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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연설하는 모습이나 대중에게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 

사람 대 사람으로서 두고 봤을 때 그 뒤에 나온 3명의 대통령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대통령이었다.


그는 최소한 자신의 자리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임기와 말년은 온갖 과실과 비리로 얼룩져 있었지만

결국

"국민 한 명 한 명을 위한 봉사의 자리가 대통령이다!"


이 정도 줏대는 갖춘 인물이었다.


이념을 떠나 자신의 주장을 하기 위해선 본인보다 낮은 직급의 사람, 일반 시민들과도 거리낌없이 토론하고 소통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그깟 번쩍이는 시계 쪼가리와,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새발의 피만큼도 안되는 비자금 의혹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도대체 탄핵 수사 때와 말년 레임덕 때 무슨 모멸을 겪었는지는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이가 알겠지만.

그 뻔한 고통을 뒤로 하고 조금더 철면피였다면. 

그냥 감방에라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갔다왔더라면.


몇년 뒤에 ㅇㅂ 같이 생각 없고 철없는 아이들이 자신의 모습을 희화화하더라도, 

고향의 자택에서 유튜브로 같은 내용의 인터뷰를 했더라면, 

꼭 심영물의 주인공마냥, 본인도 인터넷을 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며 껄껄 웃고 넘어가는 호탕함을 보였을텐데.

(실제로도 퇴임 후에 tv로나마 잠깐 그런 유쾌한 모습을 보였었지.)


지금쯤 흰 머리도 성성했을텐데. 

고시생 시절부터 쓰던 안경을 쓰고 고향 자택에서 조용히 독서하며 지내고 있을텐데. 

가끔 좌파에게, 민주당에게, 잘되라는 마음의 쓴소리도 했을텐데.


봉하마을에 가면 웃을 때 미소가 꼭 호빵맨같은 할아버지가 계신다는 얘기를 하는 

천진한 어린 아이들의 부모도 있었을텐데.

아이들을 좋아하는 노통은 그런 만남이 있을 때 무척 기뻐했을텐데.


다른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쓰레기 자서전을 출판할 때,

생전에 동화책, 시집이라도 몇 권 써서 소박하게 출판했을텐데.


다른 전직 대통령들이 대저택에 숨어 옛 계파들과 함께 타락한 시절의 추억을 반추하고 있을 때.

기타를 치며 옛 동지들과 '상록수' 노래를 부르고 유행하는 노래까지도 불렀을텐데.


나는 그 쓰레기 커뮤를 평생 하지도 않았고, 그런 쪽 사상도 아니지만, 

철없던 시절,

남들도 하기에 농담으로 그이를 '그립다'고 한 적이 있었다.


지금 2020년.

희대의 암군이 다스리는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진짜 그립다.

과거가 미화된 것일지라도.


나에게도 아주 어린시절이지만.

최소한 대통령보다도.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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