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ck [365327] · MS 2011 · 쪽지

2012-11-10 00: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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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방망이가 있는가? " - n수를 고심하시는 여러분 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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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방망이가 있다고 해도 맞을 것이고, 없다고 해도 맞을 것이며, 침묵을 지켜도 맞을 것이다.

"자, 여기 방망이가 있는가 없는가?"

제자는 이에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 을 떠올리며

있는 것이 곧 없는 것이고, 없는 것이 곧 있는 것이라 대답하여, 4대를 맞았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방망이의 존재는 이분법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있거나 없거나 인데, 둘 다 말 하지 말라면 침묵을 지켜야 하는데, 이 또한 몽둥이 세례를 피할 수 없죠.

그렇다면 정답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배가 고프네요" 등등 입니다.

방망이라는 프레임을 던졌을 때, 거기에 집착한 사람은 현재 내가 오감으로 느끼고 있는 것들을 볼 수 없다는 유명한 불교 일화입니다.

carpe diem,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등과 일맥상통하죠.



라깡의 저서 에크리에 따르면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한다. 고로 나는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어쩌면 인생 전반을 꿰뚫는 한 마디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 떄부터의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인간은 두 살 때까지 oral stage 를 거치는데, 이 시기에 유아는 자신의 입에서 강한 쾌락을 느끼게 됩니다.

젖을 먹기 위해서만 어미의 젖꼭지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죠. 오히려 유아는 젖꼭지를 물고 빨면서 쾌감을 느낍니다.

인공 젖꼭지를 물고 행복하게 잠드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간이 흘러 젖꼭지가 금지 되게 됐을 때, 비로소 유아는 독립된 욕망의 주체가 됩니다.

이제 이건 평생 그를 따라다니게 되는데, 아동이 되어 볼펜이나 인형을 입으로 빨거나, 자라서는 이성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는 것 등등이죠.

그러니까 정신분석학에 따르면 지금 애인의 입술에 키스를 하고 싶다고 해도, 그건 단지 유년기에 금지 당한 쾌락을 추구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겁니다.

요컨대, 우리의 행동들 하나 하나 이러한 무의식 속에 각인된 욕망들에 의한 발로인지 아닌지 냉철하게 응시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공부를 하는 행위도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중, 고등학교는 공부만 시켜서 경험이 부족하기 마련인데 20대의 1년을 단지 수능 공부를 하는데 쓰게 된다면

본인을 성찰하는 기회는 점점 늦어지는 겁니다. 웬만하면, 최대한 빠르게 대학생 신분으로 사회에 뛰어들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여러 분이 보는 세상은 정말 좁디 좁은, 세상의 일부라고도 할 수 없는 정말 아주 조그만 영화속 한 컷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건 정말 제한적이고, 부모님의 추천과 몇몇 어른들의 몇마디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니까요.

방망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의 코에 스며드는 냄새, 피부가 느끼는 감촉, 귀에 들어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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