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비트 [884273] · MS 2019 · 쪽지

2020-08-10 00: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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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와 호의, 그리고 홍보 전략.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1519952

0. 


누군가가 관리자에게 쓴 글을 본 기억이 있다. 그는 의대생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곳을 충분히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랬기에 그는 이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관리 행위가 정의롭고 공명정대하기를 바랬다. 그가 말하는 정의가 무엇이었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법리에 입각한 정의였다면 아마 그것은 이뤄지지 못할 이상 내지는 바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의 제일가는 목표는 이윤 추구이다. 교육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오르비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돈과 권력이다. 이상을 현실로 수렴시키려면 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이 커뮤니티는 주식회사 무브의 이윤 추구를 위해서 운영된다. 특정한 행위가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 무형적이든 유형적이든 그 목적에 반한다면 관리자는 이를 제제해야만 한다. 이것이 규칙이고 흔히들 호루스 코드라고 말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치안(이 말이 적절한 사용인지는 확실치 않다- 오르비는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다.)을 유지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무형적 이득– 여론과 그로 인한 잠재적인 수요자층 형성에 기여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질서 유지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혼동하곤 한다. 



누군가에게 국가에 있어서 법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면 그 표현이 어떻든 그것은 사회적 질서 유지로 귀결될 것이며 그 누구도 이것을 이익의 관점에서 접근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커뮤니티, 특히 그것의 운영 주체가 영리적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그 곳의 규칙은 이와 다른 맥락에서 해석야만 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 곳에서의 정의와 자유같은 보편적 가치는 기업의 목적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실현된다. 그 울타리 밖의 가치는 철저히 배제되며 이는 당연한 것이다.



이 곳은 국가가 아니기에 독재라는 워딩은 범주 오류에 해당한다. 무엇을 기대했기에 표현의 자유와 정의로움을 논하는가? 당연한 일을 행하는 자들을 왜 비난하는가? 기업이 자사와 이해 관계에 있는 개인을 돕는 것에 왜 분노하는가? 



다행히 우리에게는 원색적인 비난과 협잡을 즐길 수 있는 다른 커뮤니티가 존재하니, 그곳에 본인의 얄팍한 분노와 히스테릭을 배설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국가와 기업을 혼동하지 말 것.




1.


댓가없는 호의는 없다. 목적없는 선의는 없다. 만약 그것이 존재한다면 그는 성인이거나 가면을 쓴 무언가일 것이다.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누가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행위를 행함으로써 주체는 손해를 보는가? 나의 이득과 관계없이 그 판단은 독립적인가? 호의를 보이는 자를 의심하지 못한다면 비판적 사고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이성이 가장 흐려질 때는 WIN-WIN 상황이다. 둘 다 이득을 보는 상황이라면, 그저 '좋은 게 좋은 것'일까? 아니면, 거래 상대는 우리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큰 이득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상대적인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호의는 이성을 가리는 가장 큰 무기다.




2. 



–그래서 호의는 무형적 이익에 해당한다. 마케팅이 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입시 시장에서 무형적 이익은 수치적인 지표보다 더욱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치는 무형적 이익을 위해 가공된다. 일종의 수단) 1년의 공백은 오늘의 1타를 내일의 꼴타로 만들 수 있다. 세월의 흐름은 스타 강사를 5-6타의 자리로 끌어내린다. 끝은 본인의 이름을 단 학원의 원장 직함일 뿐이다.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잊혀진다면 그걸로 끝이다.



이전에 쓴 글에서 강사들의 입장에서의 오르비를 다뤄본 적이 있었다. 일종의 비판에 가까운 글이었지만 결국 그때나 지금이나 스탠스는 비슷하다. 이 곳은 이용자들의 무의식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홍보가 홍보로 받아들여지는 대신 소통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광고가 거부감을 잃는 순간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더 이상 무의식이 아닌 의식에 기록되기 시작한다. 그 메시지는 입시와 관련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주변부에서 함께 부유한다. 그리고, 모두가 같은 메시지를 공유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하나의 믿음이자 명제가 된다. 상품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이다.



강사의 소통과 그에 대한 언급은 그 주체의 본래 목적과 관계없이 특정한 효과를 실현시키고 이는 홍보 행위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커뮤니티에서 QnA를 진행하는 행위의 부수적 효과(본래의 의도와 관계없는 효과라고 가정하자.)와 홍보 행위의 효과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커뮤니티의 네임드가 그 주체가 되는 것에도– 이 글을 읽은 자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목적이 담겨있을 것이며– 그것이 설령 상호 호혜적(win-win)인 행위일 지라도– 이득이 없으면 행위 또한 없었으리라는 것도 당연하다. 아마 이 이득은 무형적 이익에 해당할 것이다.



내 능력을 잘 알리는 것도 능력의 일환이다. 


(당연히, 이 행위는 가치 중립적이다.)







–몇몇 글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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