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hilien [404157] · MS 2012 · 쪽지

2012-10-22 00:32:06
조회수 1,037

나는 왜 시험을 망칠 것을 두려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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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시험을 못볼 것을 답안을 밀려쓸것을 걱정을 하는가?

9월 모의평가에서 답체크 4개를 잘못해서? 아니면 가뜩이나 성적 더내려갈까봐?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을 하겠지만 아마도 수능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라 하겠다.

내 자신에게 묻고 싶다. 내가 수능이 두려운 이유는. 내가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성적이 낮기 때문인가.

아니면 시험을 망쳤을때의 자신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인가.

요즘들어 자주 생각난다. 내가 시험을 망치는 모습들 답이 체크를 잘못하는 모습들 학교 내신에서 처럼 마킹하다 세로로 쭉 긋는 실책들

그리고 그와 동시 다발적으로 생겨나는 생각이 단순한 망상이 아닌 그 이후의 결과에 대한 걱정이다.

'시험을 망쳐서 대학을 못가면 어떻게하지? 재수까지 했는데 망치면 어떻게하지? 친구들이 넌 대학잘갈까야 라고 했는데 못가면 어떻게하지?

학교다닐때는 전교권에도 들었었는데 학교 선생님들은 어떻게 보지?'등등의 시험 결과에 대한 걱정들이 쏟아진다.

그렇다. 나는 단순히 답안을 밀려쓸것을 걱정하고 있는것이 아니다. 시험을 못볼 것을 걱정하는것이 아니다.

내가 두려워 하는 본질은 시험을 치르고 난 후에 내 자신의 위치가 내 기대에 모자람에서 느껴지는 굴욕과 자존감의 상실인 것이다.

이런 내 자신에게 묻고 싶다. '네 녀석은 네 자신이 실패로 나락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주제에, 그것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주제에, 네 자

신이 성공했을 경우의 그 열매는 왜 아무 의식없이 받아 먹으려고 하는가? 네 놈이 만약 실패할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당연히 네 놈은 성공이

란 열매를 따먹을 자격이 없다.' 잊고 있었다. 항상 시험을 잘봐야 된다는 생각을 내신시험을 볼때부터 하고 있었는데 정작 시험을 망쳤을 경우

에는 핑계를 대기도 하고 시험을 못본 것에 대한 생각을 전혀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도 했다. 어떻게보면 열심히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

력 외적인 요소로 시험을 망쳤다는 사실을 인정을 해 버리면 너무도 비참하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결국 상기를 해보면 고등학교때의 나의 내신

성적을 말하라 하면 자연스럽게 가장 못본 시험에 대한 기억은 생각나지도 않고 가장 못본 시험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시험을 망친

자기 자신을 어쩌면 인정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건 실수야 마킹이 털렸다고' '앞에놈이 다리를 떨었어 완전 집중 안됬어' '밤새고

커피를 안먹었더니 시험보다 졸았어'이것이 변명이든 이유든 간에 시험을 못본것도 내 자신이 열심히 노력을 한 것의 결과이며 성취인데 나는

그 결과를 인정하면 내자신의 존재가 한없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해 인정조차 하지 않았다. 자존감이 라는 것이 주변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관점에서 형성되는 것이라는 것을 외국어지문 언어 지문에서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지문을 읽으며 맞닥뜨려 놓고 나는 정작 어느것도 실

행하지 않은 느낌이다. 애초에 남의 시선때문에 내 자존감이 떨어질 이유가 없는데 나는 무얼 신경쓰면서 내 자신을 부정했단 말인가.

시험을 잘 보든 아니 시험 점수가 내가 받았던 점수중 가장 높은 점수이든, 가장 낮은 점수이든 상관치 않겠다. 나는 열심히 했으며 그 노력의 대

가로 내가 얼마를 기대하고 있던간에 그날 내가 얻어내는 점수는 내 성취이기 때문이다. 잘보든 못보든 그게 무슨상관이리 그날의 점수는 내 근

2년간의 피와 땀의 결실이며 수확물인데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험을 못본 자신을 인정조차 못하는 머저리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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