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현대시 제대로 읽는법 + 21 6월 산상의 노래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1271872
이번 6월 모의고사 23번 문제입니다.
(혹시 6모 안 푸시고 이거 보시는 분은 없겠죠...?)
첫째로, 이 시는 [A]와 [B]에서 수미상관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혹시 이게 수미상관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15 B형 9월에서 「고고」가 첫 연과 끝 연이 그리 비슷하지 않음에도
선지에서 수미상관이 옳은 시였다는 점을 알아두세요!
어쨌든, 6모의 23번 문제는 직접적이진 않지만 수미상관의 구조를 물어봅니다.
수미상관이 적용된 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수(처음)와 미(마지막)에서 '무엇이 달라졌는가'입니다.
23번 문제의 다섯 선지 모두 처음과 끝에서 달라진 화자의 태도를 물어보고 있구요.
특히나 1번 선지의 경우 시에서의 변화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결국은 '변화'가 어디서 어떻게 일어났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첫 연과 마지막 연을 보면, '낡은 고목'이 '맑은 바람'으로, '울어 왔는가'가 '노래하는가'로 바뀌죠.
뭔가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났음을 인지하고 시를 읽어야 합니다.
변화는 2연에서 바로 시작됩니다.
1연의 '긴 밤'이 '아침'으로 변화했고,
'종소리'가 들립니다.
'종소리'는 어떤 상황에 들리나요?
학교에서 수업시간이 쉬는 시간으로 바뀔 때,
자다가 일어나야 할 때,
2019년에서 2020년이 될 때.
즉,
'종소리'는'변화'를 상징합니다.
이 시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또 다른 고향」에서 '개 짖는 소리'같은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시를 제대로 읽으려면 '상징'에 대해 대략은 알아야 합니다.
물론 요즘 수능 국어에서 상징을 직접적으로 물어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2004년도 언어 영역에서 상징을 물어보다가 최초로 복수정답이 나온 이후로
평가원에서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기 위해 물어보지 않는 것이죠.
간혹 상징을 물어보는 경우에도
여러 훌륭한 국어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듯
'확실히 아닌 것'을 걸러내고 '객관적으로 맞는 것'을 찾으면 됩니다.
당장 23번 문제의 경우에도 '사양하라'는 대상이 '지향점'이라는 선지는 객관적으로 틀린 것입니다.
그러나, '시를 틀릴 수도 있는 실력'에서 '시를 확실히 맞히는 실력'이 되기 위해서는
상징을 어느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거울'이라는 단어에는
①비춘다 ②닦는다 ③깨진다 세 가지 상징이 있습니다.
①비춘다의 상징을 알아야 '거울'이 자기 인식과 반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거울이 나오는 시에서 이를 모른다면 내용일치나 수사법 정도를 물어보는 문제에서도
헷갈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에서도, 2연에서 바로 변화를 찾지 못했다면
'이제 눈감아도', '환히 트이는 이마 우',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정도에서 변화를 찾아야 하는데
그마저도 햇살이나 아침에 대한 상징을 알아야 하고(이건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지만)
'피'가
①생명력 ②저항 ③희생 등의 상징이 있다는 점을 모른다면
이것이 긍정적인 변화임을 인지하기 힘듭니다.
결론적으로, 요즘의 문제를 푸는 것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판단 능력만 있어도 무리가 없으나
독해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상징을 가르치는 수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수만개의 단어에는 수억개의 상징이 있고
작가는 이를 때때로 비틀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상을 시에서는 부정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하죠.
('종소리'도, 시대상에 따라 억압과 통제의 상징으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작년 수능 '월선헌' 사태를 아신다면
뭔가 정형화된 해설과 의미를 외우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실 겁니다.
결국 제가 말하는 '상징' 공부는, 다양한 상징과 일반적 해석을 배우고
그걸 통해서 처음 보는 시어에서도 상징을 추론하고
그 추론에 매몰되지 않은채 객관적으로 선지를 골라내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좋아요와 댓글 주시면 감사합니다 ㅎㅎ
의견의 대립이 있을 수 있는 내용이라
혹시 저와 다르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댓글로 피드백 주세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你好 1
我是中国人,这里的人都是韩国人吧? 哎呀呀 我的自我介绍晚了我叫何欣...
-
사실 과탐필수거나 가산점 존나큰데는 입결이 십창날 예정이라 등급내려가도 들어가는...
-
종이 한장 차로 관자놀이 스쳤다, 트럼프 피격 3D영상 보니 0
고객 안 돌렸다면 머리 관통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귀를 맞힌 총알은 말...
-
리트 문제고 ㄱㄴㄷ중 옳은거 찾는건데 ㄱ은 참이고 ㄴ이 참이면 ㄷ이 될수없고 ㄷ이...
-
6모때 확통은 두개틀렸고 수능때는 다맞는게 목표입니다 기출만 하다가 뭔가 실전개념이...
-
성대 자유전공 탐구형 제시문 면접 보던데 뭐 물어보는거임?
-
내신 6-7 정도 된다는 가정하에.. 저번에 올렸던 글이긴한데 너무 고민돼서요...
-
수 십 번도 넘게 반복해서 맞췄던 퍼즐이 있었음 거의 10년 된 듯 근데 기억만으로...
-
전 오르비언분들이 겨우 몇 만원짜리 책들을 사는 대신에 불법 PDF 파일을...
-
이거 맞나? 육군은 1.5년이라 한학기 일찍 복학,졸업이라 후자가 더 빠르지 않나?
-
한말은 지키자...
-
자꾸 고1쪽에서 막혀셔 쎈 상,하 샀는데 문제 B-하 B-중 B-상 C 중에서...
-
그 남자가 남자 죽어서 슬퍼하는거 있는데 제목이 모르겠네
-
이렇게 안하면 우리나라는 답이 없어서
-
갑갑하다 0
멍청하고 무능력한 내 자신이 갑갑하다
-
그시대에 살진 않았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시대 사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
님들아 질문좀 3
멱살 + 폭언(욕 , 비하발언 등) 증거는 주변 시시티비 찾아봐야할거같고 같이있던...
-
덕코가 고프다 1
-
현주간지 입문 0
현주간지 처음으로 풀어볼라는데 추천하는 호 있음? 난도 좀 있는 호면 좋겠음 맛있는...
-
흑석꽥국에서는 성적경쟁력 발전을 위해 주 60시간 공부제 정책 도입에 대해...
-
북극점 박혀있는 폼이 참을수가 없는데
-
오르비창이면 갳우
-
수학 현강 0
4등급이 듣기에 시대 남지현t 확통 서바 정규반은 따라가기 어려울까요? 이미지t...
-
내신 7-8등급정도면 꽤 타격크겠죠?.. 내년수능이면 내신반영하는 학교는 더 늘어날테고..?
-
피동 표현을 사용하여 사건을 행위의 주체보다는 행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
수능인것이에요
-
신고마렵네
-
92점 20, 30 틀 (28찍맞) 아직 오답 안해서 20번 왜틀렸는지 모르겠음...
-
수학도..
-
가보신 분들 댓글이나 쪽지 부탁드려요ㅠㅠ 어땠는지 궁금해요
-
간쓸개 5, 6 0
시즌 5 푼 사람 어떰 사설느낌 없고 좋음? 살까말까 고민 백번..
-
쟤때문에 1점났잖아 씹
-
시세 알아볼라고 검색해도 안나오길래.. 뭐라쳐야될지모르겠음 검색어를 실모 풀면서...
-
좋아 2학기엔 이거다
-
를 교육과정 내에서 배운 적이 있나요?
-
그분 때문에 시작했는데 안보이시네,,ㅜㅜ
-
러셀 0
이번주 첫등원인데 등원하면 자리하고 정해주나요? 책도 뭐 제대로 산건지 모르겄네 ;;
-
1컷이 44정도에 거의고정이네 원래 50이러지않나요
-
고1 국어 0
이원준 김동욱 국어 추천해주세요
-
뚯뚜루~ 4
오카링 뚯뚜루~
-
문김대전 무섭다무서워
-
아직 검사는 안해봤는데 제가 INTP이긴 한데 진짜로 딴생각이 많아요 망상에 망상에...
-
개잘보거나 개못보거나 전자면 수능 끝까지 밀어붙이고 후자면 바로 수시교과런할 수...
-
티쳐스에서 조정식이 16
국어 가지고 뭐라뭐라 학생 훈수하는게 왤케 킹받지
-
숭실대 학종, 세종대 학종 면접형 하나씩 쓴 상태에서 숭실대 과 낮춰서 교과 세종대...
-
외래종 침입에 따른 토종 포식자의 반응 이게 생2에서 나올 수 잇는 키워드에...
-
화작 언매 통합수학 영2 이렇게 갈려그랬는데 경제수학 넣고 싶어서 저중에 하나...
-
기파급 수학 수1 수2 미적 얼마나 걸리나요? 7모 84점이었고, 어느정도 기본기는...
태그 학습자료 다십쇼 형님
감사합니다 아우님...
종소리추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