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황T(국어의기술) [27444] · MS 2003 · 쪽지

2020-07-13 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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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S는 P이다.”를 부정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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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S는 P이다.”의 부정을 ”모든 S는 P가 아니다.”로 착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심지어 철학 전공자들도 종종 실수한다.



사례1

다음 글에 따를 때, 역설을 발생시키는 것을 <보기>에서 모두 고르면? 


 참이라고 가정하면 거짓이 되고 거짓이라고 가정하면 참이 되는 문장을 역설적이라고 한다. 아마도 가장 오래된 역설은 기원전 6세기의 크레타 철학자 에피메니데스가 말했다고 전해지는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일 것이다. 또한 기원전 4세기의 에우불리데스는 “내가 지금 하는 말은 거짓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유형의 역설을 통상 의미론적 역설이라 하는데 ‘참이다’, ‘거짓이다’, ‘정의가능하다’와 같은 의미론적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 의미론적 개념들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이 명령을 따르지 말라”는 명령 또한 변형된 형태로서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의미론적 역설 가운데 다음 그렐링의 역설은 특히 흥미롭다. ‘그 스스로에게 참인’이라는 뜻의 ‘homological’을 ‘동술적’이라고 번역하고, ‘그 스스로에게 참이 아닌’이라는 뜻의 ‘heterological’을 ‘이술적’이라고 번역해 보자. 이를테면 ‘검은’이라는 표현은 검다는 뜻을 가지며 실제로도 현재 검게 표기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스스로에 대해서도 그 뜻이 참되게 적용된다. 이런 의미에서, ‘검은’은 동술적이다. 한편, ‘긴’이라는 단어는 길다는 뜻이지만 그 자체로서는 한 글자 짜리의 짧은 단어이므로 그 뜻이 자기 자신에게는 참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이술적이다. 그밖에도 ‘한글’, ‘English’는 동술적이며, ‘영어’, ‘Korean’은 이술적이다. 그렐링의 역설은 “‘이술적이다’가 이술적이다”는 문장이 역설적이라는 것이다.




<보 기>




ㄱ. 이 문장은 거짓이다.

ㄴ. ‘맛있다’는 이술적이다.

ㄷ. ‘시끄럽다’는 동술적이다.


① ㄱ 

② ㄴ 

③ ㄱ, ㄴ 

④ ㄴ, ㄷ 

⑤ ㄱ, ㄴ, ㄷ



  이 문항은 2006년 견습직원 선발 PSAT 언어논리 지책형 18번으로 출제되었다. 정답에는 이상이 없지만, 지문 내용에 오류가 있다. 지문은, 크레타 철학자 에피메니데스가 말한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를 가장 오래된 역설로 제시한다. 하지만 해당 문장은 참이라고 가정하면 거짓이 되긴 하나, 거짓이라고 가정했을 때 참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문장이 거짓일 경우 “적어도 하나의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가 아니다.”가 나올 뿐이므로, 에피메니데스의 역설은 단순히 참이 아닌 문장일 뿐, 역설로 볼 수는 없다. 즉, 이 문장은 “참이라고 가정하면 거짓이 되고 거짓이라고 가정하면 참이 되는 문장”이 아니므로, “역설적”이지 않다.




사례2

위키백과 오류에 대한 지적은 『패러독스란 무엇인가』(손병홍, 2014) 7장을 참조하라.




사례3

거짓말쟁이 역설은 에피메니데스(Epimenides)라는 크레타 선지자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는 데서 유래해서 에피메니데스의 역설이라고도 한다. 에피메니데스는 ”크레타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 선지자의 말은 논리적으로 참인가, 거짓인가? 만약 참이라고 한다면 자신을 포함한 크레타 사람은 항상 거짓말만 한다는 진술이 되어서 자신이 한 이 진술도 거짓이 될 것이다. 만약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거짓이라고 한다면크레타 사람들이 진실을 말할 것이므로 그의 말은 참이 될 것이다. 결국 그의 말을 참이라고 가정하면 거짓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거짓이라고 가정하면 참이라는 결론이 나옴으로써 전제와 결론이 항상 모순되는 역설이 발생함을 알 수 있다.
_『거짓말쟁이 역설에 관한 탐구』(송하석, 2019)


밑줄은 필자가 오류인 곳에 그은 것이다. 에피메니데스의 말이 거짓이라면, "크레타 사람들 중 일부는 거짓말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이 도출될 뿐이다.




사례4

  크레타(Crete) 섬 사람인 에피메니데스(Epimenides, B.C. 6C)는 든 크레타섬 사람은 거짓말장이어서 그들이 말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 했다.
  이 말이 참말이라면, 모든 크레타섬 사람은 거짓말장이어서 그들이 말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다. 그리고 에피메니데스도 크레타섬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말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고, 따라서 이 말은 거짓말이다. 

  그리고 이 말이 거짓말이라면, 모든 크레타섬 사람은 거짓말장이가 아니어서 그들이 말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 아니다. 그리고 에피메니데스도 크레타섬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말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 아니고, 따라서 이 말은 참말이다. 즉, 이 말이 참말이면 그리고 그런 경우에만 이 말은 거짓말이다.
_『기호논리학』(여훈근, 1997)


밑줄은 필자가 오류인 곳에 그은 것이다. 앞서 살펴본 사례와 마찬가지로, ”모든 S는 P이다.”의 부정을 ”모든 S는 P가 아니다.”로 착각한 데서 비롯한 오류다.




사례5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조중걸, 2017) 325~326쪽에서도 동일한 오류가 관찰된다.

rare-머리야 터져라! rare-이해황 rare-하트라봉이 rare-칭찬해오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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