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언들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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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슬픈 점은
양들을 지키기 위한 양치기 개가 알고보니
양들을 잡아먹는 늑대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양은 양치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획일적인 삶을 사는 것은 싫지만,
그렇다고 경쟁 속에서 계층이 나누어져 그것이 세습되는 것도 슬픈 일이다.
가장 행복한 것은 각자의 삶을 이해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고
각자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본에 종속되어서 살아가지 않고
그것을 넘어 좁아진 문턱 속에서 피로함을 느끼지 않고,
각자의 고유성을 인정하면서
이어령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넘버원이 아니라, 온리원이 되어야 하는데.
세상이 변하는 과도기에 서있는 우리가
사고가 부재한 상태로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다.
부끄럽지만, 사고하는 것이 반대로 경쟁 사회에서 많은 피로를 가져온다.
도피처로 인터넷과 티비를 보고,
사유를 지운채 할 수 있는 것들에 빠져있는데.
그러한 삶이 또 악순환을 만들어서 무기력에 빠지게 하고,
수많은 이들이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수험생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더더욱 슬프고, 힘든데
경쟁의 최전선에서 나의 삶에 대해 조망하는 순간
엄청난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생각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럴 수록 우리는 스스로를 더욱 속여가면서 긍정성의 과잉을 불러일으킨다.
아픔이 도파민을 불러오듯이 말이다.
우리는 또 다시 좁아진 경쟁의 문으로 달려간다.
그래도 이 사회의 틀을 깨기 위해서 울부짖는 몇몇 사람들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도파민의 효과가 너무 강해서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생각이 드는 것은, 계속 괴로움 속에서 살거나
혹은 그래도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 하나만을 보면서 살아가는 것인데,
나를 사랑해주는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나를 사랑해주었던, 부재하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리고 나는 무엇을 이곳에 남길 수 있는가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를 사랑하다보면 조금이라도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인 것이다.
명확한 답은 모르겠지만, 내 주변을 사랑하다보면,
결국 모든 이들을 사랑하고,
서로의 고유함을 인정하고,
그러다면 보면 내가 누구인지도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그래도 이곳에 이렇게라도 글을 남기는 것은,
이러한 글조차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고,
피로하게 만들어 화가 나는 사람이 있겠지만,
앞으로 나와 같이 세상에 나갈 당신들이
우리 서로를 사랑할때 비로소 이 아픔이
내 동생과 내 자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만, 이 고된 수험생활 속에서 건전하게 달릴 수 있는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르비언들 다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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