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쟈근곰 [686061]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0-06-16 19:44:34
조회수 2,476

텍스트와 영상 매체의 차이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0669886

영상 매체와 인쇄 매체. 책에 대해 관심을 갖기 전에는, ‘정보 습득’에 있어 영상 매체가 인쇄 매체에 우위를 가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야, 역동성과 편의성을 영상 매체가 더 구현하기 용이하기 때문인 것. 한데, 책의 위대함 아니 글의 위대함을 알고나서 부터는 이 생각이 완전히 틀렸음을 깨달았다.


Text. 여기에 ile를 덧붙이면, Textile이 되고, 곧 직물 혹은 옷감이란 뜻을 나타내게 된다. 이렇듯, Text는 이미 그 단어 속에서 ‘유기성과 조직성’을 가리키고 있다. 이 두가지의 속성이 영상 매체의 편의성과 역동성을 이긴다. 이 유기성과 조직성 덕분에 책이나 글을 읽는 사람은, ‘정적인 역동성’, ‘자세한 역동성’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영상 매체가 보이는 역동성보다 더 큰 움직임과 상세함을 텍스트는 열어 밝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걸작이기도 하며, 일본과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를 달아 오르게 만들었던 영화 <너의 이름은>과 소설책 <너의 이름은>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게 된다.


영화에는 타키와 미츠하의 감정들이 한 장면으로 제시되고, 그들의 움직임이 한 장면 안에서 역동적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한 장면’의 묘사와 역동성으로는 인물의 세세한 내면을 표현할 수 없다. 얼굴이 붉어진 타키를 보고, 시청자는 그저 ‘그가 미츠하를 좋아하나 보다’ 정도의 판단만을 내릴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소설은 어떤가. 얼굴이 붉어진 이유를 텍스트의 본질인 ‘조직성’과 ‘유기성’으로 세세하게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다. ‘미츠하가 예쁘긴 하지만, 단발이 아니라 장발이었다면, 빨간 실을 묶지 않았더라면 더 아름다웠을 텐데’라는 문장을 '미츠하를 본 타키의 얼굴이 붉어짐’이라는 문장에 연결시켜 보자. 이를 통해, 타키가 미츠하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을 영화보다도 더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영화에선 그저 하나의 형상이 한 장면 안에서 역동적으로 제시될 뿐이지만, 소설에서는 그 형상을 더 세세하게 그려내어 독자 스스로가 하나의 형상을 이루는 움직임과 색깔, 인물의 내면을 상상하게 만든다. 즉, 정적인 글 속에서 하나의 거대한 움직임을 만든다. 이것이 도대체 유기성과 조직성이 가진 힘이다. 그러기에 텍스트는 영상 매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글의 본질인 ‘유기성’과 ‘조직성’에 있다. 이 두가지로 나는 무한함을 가져갈 수 있으니까.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나는 쟈근곰 [686061]

쪽지 보내기

  • Art Nouveau · 972734 · 20/06/16 20:22 · MS 2020

    짧은 순간 스치는 감정 등을 상세히 묘사하는 글이 많은 정보를 열어 밝힐 수 있다는 점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이유로 글이 영상 매체에 비해 우월하다는 데는 저는 동의하기 힘들어요. 상황과 심리 등을 상세히 서술하는 산문이, 함축적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케 하는 운문에 비해 우월하다고 하기는 어렵잖아요? 어떤 개념을 규정하는 내포가 더해질수록 그 외연이 좁아지듯이, 상세한 서술은 해석의 여지를 좁히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수험생이라는 핑계로 글이든 영화(를 비롯한 영상 매체)든 많이 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화면 안의 대상들의 배치니, 의도적으로 변경된 장면들 간의 순서니 하는 것에서 어떤 의미를 읽어 내는 재미도, 모든 것을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하는 것 같아요

  • 나는 쟈근곰 · 686061 · 20/06/16 20:31 · MS 2016

    좋은 의견인 것 같습니다. 장면과 장면을 결합하면 오히려 글의 조직성과 유기성보다 여러 의미를 만들 수 있겠군요. 또, 글의 세세함으로 말미암아 해석의 여지가 줄어든다라... 진짜 맞는 말이군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Art Nouveau · 972734 · 20/06/16 20:34 · MS 2020

  • 나는 쟈근곰 · 686061 · 20/06/16 20:35 · MS 2016 (수정됨)

    단, 정보 습득이라고 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제가 보기엔, 텍스트가 영화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음은 맞는 것 같습니다. 해석의 다양성에 있어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분명 텍스트에 우위를 점한다는 생각엔 동의합니다. 허나, 정보 습득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글은 영화나 동영상 같은 영상매체에 우위를 가진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 글의 생각이기도 하답니다. 이 측면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 Art Nouveau · 972734 · 20/06/16 20:47 · MS 2020

    네 여기에는 동의해요

  • 나는 쟈근곰 · 686061 · 20/06/16 20:49 · MS 2016

    생각해보면, 텍스트와 영상매체는 장단점이 각각 있는 것 같아요. 글은, 세세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또 반대로 영화는 글에 비해서 세세한 정보를 제시하는 것은 약하지만, 또 그런 이유로 말미암아 해석의 다양성을 가능케 하고..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매체에 있어서 공부를 조금 더 해봐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