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0-05-11 19: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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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언어를 학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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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초창기 수능은 미국의 SAT를 본따서 수학과 국어로만 시작했다는 점을 아십니까? 현재의 수능은 순수한 사고력보다는 교과 과정을 거치면서 암기한 지식을 묻는다는 요소가 초기 수능보다 더 커졌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초기 수능을 설계한 교수로부터 현 수능은 비판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 국어와 수학이었을까요? 왜 하필 영어나 과학은 없었던 것일까요? 국어는 넣어주고 영어나 아랍어는 안넣는건 어떤 기준이었을까요?




 여태 제가 썼던 글을 쭉 보아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저는 '언어'라는 것을 보편적인 느낌과 다르게 봅니다. '언어'라고하면 뭔가 국어와 영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외국어가 생각나지만, 전 이들도 언어라고 인정해주지만 수학도 일종의 언어라고 쳐줍니다.




 제가 언어학자라서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학문들을 관찰하면서 공통점을 느끼고 그 부분들을 묶어서 '이런 공통점 때문에 이것들은 언어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언어는 우리가 이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자, 우리가 이해한 세계를 남들과 공유하는 창입니다

https://m.khan.co.kr/view.html?art_id=201710081431001 )







 지금 제가 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제 말을 이해할 수 있는 바탕에는, '국어'라는 언어를 공통적으로 이해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같은 한국인들에게는 정말 쉬운 일이지만, 당장 일본인이나 중국인, 미국인처럼 한국어를 많이 배우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끼리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런 점은 수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숫자나 수식의 의미를 알고, 남들이 써놓은 풀이과정이나 수식을 보고 이해하면 그 사람들끼리는 공통의 수학이라는 언어로 정보를 교류한 것입니다. 수학이라는 언어에 생소해서, 델타x 델타y가 당최 무슨 의미인지, 미분의 의미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과 비슷합니다.




 저는 어려서 영어공부나 유학을 경험한 바탕이 있기에, 영어라는 언어가 쉽고 편안합니다. 그 덕에 외국의 유명한 학자가 영어로 말한 유명한 연설을 보고 이해할 수 있죠.




 우리가 어떤 언어를 공부하고 이해했다면, 그 언어로 쓰인 말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적이 없기에 코딩을 짜둔걸 보고 어떤 과정을 거쳐 돌아가는지 절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해당 언어를 공부한 기술자들끼리는 그걸로 농담이나 개그도 칠 수 있겠죠.




 제가 공학도이다 보니까 화학, 물리에 관련된 '열역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합니다. 이 분야에서마저 앞서 설명한 '언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쯤되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학문들을 아예 각각이 작은 언어로 이해하는 수준까지 왔습니다(오버했나?)













 열역학이라는 언어를 잘 배운 사람은, 열용량에 관한 식을 보고 쉽게 이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열역학이라는 언어 세계를 잘 이해한 사람은, 열역학에 주로 쓰이는 단어로 구성된 긴 문장을 보고 독해가 가능할 것입니다.




 특히 이 부분에서 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암기를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열역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수능 국어 비문학에도 등장했던 열의 일당량, 줄의 실험, 칼르노 열기관이 등장하며 일과 열의 성질을 사람들이 이해하면서 부터입니다.




 열과 일이 어떻게 생성되며 그 성질은 무엇인지를 위해 아주 간단한 실험을 기반으로 열역학에 쓰이는 법칙과 식들이 만들어졌고, 그 기반을 통해서 더 고차원적인 열에 대한 이해까지 도달했습니다. 저같은 공대 대학생들은 열역학이라는 언어 세계를 공부하면서, 그 과정에서 발휘되었던 위인들의 사고력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이죠.




 영어라는 언어를 잘 공부해두면, 나중에 영어로 된 문서나 영상을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껍니다. 마찬가지로 수학이라는 언어를 잘 이해한 사람은, 복잡하고 긴 수식을 보고 마치 국어책 읽듯이 풀어낼 수 있겠죠.




 비지니스맨들은 주로 쓰는 어휘와 비지니스 용어들이 있으며, 그 언어 세상에서 자기들끼리 효율적으로 소통하며 일할 수 있는 것이죠. 비지니스 영어를 잘 공부한 사람이 미국을 갔다가 일상 회화를 전혀 하지 못해서 호되게 당했다는 일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어라는 큰 언어 세계에도 비지니스 영어라는 작은 세계가 있는 것이고, 그 세계만 이해한 사람은 일상 회화 영어라는 세상은 잘 몰랐던 것이죠.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다'라는 말은 단순히 영어나 국어를 지칭한 것이 아니었다고 봅니다. 우리는 국어나 수학을 통해서 이 세상을 분석하고 설명하려고 노력하죠. 그러니까 결국 그 언어들의 특성이나 한계에 우리의 사고력이 영향받기도하고, 또 제한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러분이 대학교 이상의 고등 교육과정을 밟게된다면, 이런 언어적 특성을 자주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학습이 뭐냐? 라고 묻는다면, 문과적인 대답으로는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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