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5-09 16:34:34
조회수 1,007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는 하나씩 풀어야한다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9982181







 대제국을 세운 것으로 유명한 알렉산데 대왕과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정말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법한 이야기인데,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게 있었습니다.







(이걸 풀면 서울대 제왕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https://www.dotomari.com/1296 )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단칼에 잘라내서 정말 간단하고 빠르게 풀었다는 이 이야기는 종종 우리 현실에 자주 인용됩니다. 아주 간단한 발상이나 생각의 전환으로 정말 복잡해보이는 문제를 쉽게 풀었다는 이야기에 자주 인용됩니다.




 당장 수능에서 빠르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참 구미에 당기는 의미입니다. 별로 고민을 크게 안하고도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뭔가 간단하고 명쾌한 해설을 바랍니다. 저도 수능 국어에 대해서도 그런 상상을 자주 하곤 했었습니다. 아무리 복잡한 지문과 문제도 정말 단칼에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물론 오랜 시간 공부한 결과 결론은 났습니다. 이 세상에 그런건 별로 없다, 특히 수능 출제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요행을 요구할 가능성도 낮습니다.




 역대 수능 수학 21, 29, 30번 문제들을 보면 한결같이 복잡한 상황이 제시됩니다. 다양하게 제시된 힌트들 가운데 유의미한 것을 찾고 그래프의 개형을 추론한다던지(보통 3~4차 정도되는 다항함수),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하기 힘든 역함수를 응용했다던지 등등.




 이 어려운 문제들을 정말 빨리 풀어낸 사람들은, 알렉산더 대왕의 칼같은 무언가가 있어서 가능했을까요? 전혀 아닙니다. 빠르게 푼 사람들도 뭔가 한방에 해결한 것이 아니라, 그저 그 문제가 요구하는 여러 단계를 아주 빠르게 인지하고 효율적으로 거쳤기에 풀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표지에 블럭을 넣은 이유가 다 있습니다. 공부는 여러가지로 비유할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건축'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뼈대를 설계하고 거기에 맞게 재료를 채워넣는 과정을 순차적으로 밟지 않고 한번에 뚝딱 만들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도 예전에는 어렵거나 복잡한 문제를 보면 무작정 들이밀고 아무거나 집어던지듯이 풀었습니다. 그런 식으로 공부하니까 당연히 성적이 안나오더군요. 그래서 이후에는 좀 흥분이 되도 차분하게 문제를 지켜보고 판단 후에, 필요한 단계를 하나씩 밟는 방법으로 풀어보았습니다.




 복잡한 실타레는 어려워보인다고 막 풀어헤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파악한 뒤에 하나씩 풀다보면 결국에는 풀리게 되어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능이라는 분야에서는 알렉산더 방식의 해법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미적2를 제대로 이해하고 풀 수 없는 이과생이 있다면, 제 처방전은 아주 간단합니다. 미적1을 다시 꺼내서 확실하게 공부하고 돌아와라.




 대표적으로 29번, 30번 문제의 그래프들은 미적2의 초월함수보다는 미적1의 다항함수가 응용되는 경우가 무척 많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초월함수는 그래프 개형이 거의 고정되어있는데, 다항함수는 근의 갯수라던지 변곡점에 따라서 경우의 수가 많이 나올 수 있죠. 하나씩 조건을 차근차근 정복하며 후보를 제외하다보면, 결국 정답에 맞는 형태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지금은 이렇게 편안하게 말하지만, 예전에는 복잡하고 긴 과정을 요구하는 문제를 손도 못댈 정도로 형편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차근차근 필요한 과정이나 지식을 쌓아올린 덕에 높은 탑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이지, 뭔가 하늘에서 벼락맞는 듯이 실력이 올라온 것이 아닙니다.







(이과 학생이라고 미적1을 절대 무시하면 안됩니다. 미적1의 기반이 쌓여야지 미적2를 제대로 다룰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체계적이고 엄밀한 과정, 단계는 중요합니다.

https://samtoring.com/str/qstn/QST0003734 )







 이런 당연한 이야기들을 제가 한때 국어와 수학을 못할 때에는 전혀 실감하지 못했었습니다. 근데 국어나 수학이나 회상해보면, 결국 이런 짜잘한 단계와 기초가 쌓이면서 올라올 수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수능 국어의 최신 지문이 어려운가요? 그럼 옛날 기출을 뒤져보고 쉬우면서도 비슷한 느낌이나 형식을 가진 것들로 연습하면 됩니다. 결국 어려운 국어 문제도 이전 기출에 등장했던 다양한 도구와 과정을 복잡하게 배열한 것이기에, 작은 단계로 분해하면서 하나씩 정복하면 결국에는 해결할 수 있게 설계되어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IQ가 가장 높았다는 존 폰 노이만수준이 아니라면, 정말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처음 보자마자 한방에 풀어제낄 사람은 없습니다. 그 문제를 잘 푸는 뛰어난 사람들도 결국 처음에는 수학의 기초적인 내용들을 암기하고 연습하며 복잡한 차원까지 발전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제대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rare-세종대왕

0 XDK (+500)

  1. 500


  • 첫번째 댓글의 주인공이 되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