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지하게 [946507] · MS 2020 (수정됨) · 쪽지

2020-04-20 13: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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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는 틀렸다 ft.레이몽 아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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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되지는 않았는데 오르비에 누가 글을 올렸었죠? 다른게 아니라 틀린겁니다 였나요? 거기서 레이몽 아롱의 사진을 떡하니 올려놨었습니다.


뭐 대문짝 만하긴 하네요. 뭐 좌파를 비난하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분을 인용하는 것이 2가지 측면에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레이몽 아롱이 자꾸 오르비에서 인용되는 걸 보고 궁금해서 그의 저서를 찾아보았습니다. 가장 유명한 저서인 지식인의 아편(opium of the intellectuals)를 읽어보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분을 인용하는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 첫째, 저 사람은 저런 말을 한적이 없습니다

 정직하면서 똑똑한~ 위선자이다 뭐 거창한 말이긴한데 아래 원문이 Le choix en politique n'est pas entre le bien et le mal, mais entre le préférable et le détestable 입니다. 저말은 실제로 했습니다. 그런데 저걸 영어로 번역한 부분은 

'The choice in politics is not between good and evil, but between the preferable and the despicable.' 이고 한글로하면 정치에서의 선택은 선악이 아니라 선호와 불호이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전혀 다른 내용이 되는데 걍 망상으로 짜깁기한걸 생각없이 인용해온거죠. 레이몽 아롱이라는 사상가에 약력 거하게 써놓고 떡하니 좌파 비판하는 글을 뭔가 있어보이게 쓴다음 프랑스어 떡하니 써놓으니까 뭔가 있어보이긴하네요. 근데 저런말은 한적이 전혀 없습니다. 혹시 해서 raymond aron quotes를 찾아봐도 전혀 없더군요


둘째, 레이몽 아롱이 비판한 내용을 생각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레이몽 아롱이 살던 프랑스 지식인 사회는 사회주의에 강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사르트르가 대표적인 지식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주의에 반대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상황처럼 분위기가 조성되었고 레이몽 아롱은 그에 반대합니다. 지식인의 아편에서 레이몽 아롱은 마르크스주의가 '종교'처럼 지식인들 사이에 퍼져있다고 말하고, 프롤레타리아에게 막연하고 근거없는 사명을 부여하는, 유대-기독교적 기원을 마르크스주의가 가진다고 비판합니다. 대충 말하면 마르크스주의가 갖고있는 문제점, 그리고 경도된 상황을 비판하는 책입니다. 

  레이몽 아롱은 교조적,독선적 믿음과 사회주의를 비판합니다. 좌파를 비판하면서 레이몽 아롱의 말을 가져올거면 (그 말은 한적도 없지만) 2가지 문제점이 다시 발생합니다. 첫째는 좌파를 일반화한다는겁니다. 좌파는 정말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있는데 레이몽 아롱이 비판한건 마르크스 사회주의입니다. 따라서 좌파 전체에게 문제제기를 할 수 없습니다. 둘째로는 좌파를 일반화하면서 레이몽 아롱이 비판한 독선적 태도가 드러납니다. 


 인용구를 가져오는건 좋습니다. 근데 자기 생각을 정당화 하기 위해서 가져오지는 말아주세요.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명언을 가져오는건 너무나도 쉽습니다. 명언을 가져온다고 자신의 주장이 정당화 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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