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독해, 결국은 스키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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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교육론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이 schema(스키마)라는 겁니다.
스키마란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기억 속에 저장된 지식
정보를 체제화하고 해석하는 인지적 개념 또는 틀
경험을 부어 넣는 마음의 주물
등으로 번역되는데,
대게 학문적 영단어가 그렇듯 완벽하게 그 뜻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스키마는 "경험"에 의해 형성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어릴 때 사나운 개에게 물린 사람은 커서도 개를 무서워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개가 자신을 물지 않음에도요.
어릴 때 개에게 물린 경험이 "개는 언제든 나를 물 수 있다"는 스키마로 작용한 것이지요.
스키마 개념이 읽기 교육론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개인에게 형성되어 있는 스키마 개념이 독해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을 한 번 읽어볼까요?
토니는 매트에서 천천히 일어나면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다. 그는 잠시 망설이면서 생각을 해 보았다. 모든 것이 잘 풀리지 않는다. 지금 붙잡혀 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다. 그는 자기의 현재 상태를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다. 그를 잡아두고 있는 자물쇠는 너무 튼튼하지만 자기는 그것을 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시기가 적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지경이 된 것이 초기의 거칠게 행동한 것으로 받은 대가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 상황은 점차로 기진맥진되어 가는 상황인데 그는 너무 오랫동안 짓눌림을 받고 있어 녹초가 될 지경이다. 그는 무자비하게 짓눌리고 있다. 토니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금이 어떻게든 해야 할 시기라고 느꼈다. 그는 성공 또는 실패가 다음 몇 초간 자기가 하는 행동 여하에 달려 있음을 알고 있다.
앤더슨(Anderson)의 실험
위 글을 가지고 연구를 했더니 독자들은 개인의 스키마에 따라 글을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위 글을 감옥에서 탈출하려는 죄수의 글이라 해석했지만
체육학과에서 레슬링에 대해 배운 피험자들은
위 글을 다른 선수에게 압박 당하고 있는 레슬링 선수의 상황에 대한 글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스키마의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내용 스키마와 구조 스키마죠.
내용 스키마는 (역시 완벽한 번역은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배경지식입니다.
우리가 리보솜, 피브로박터 숙시노젠 등 우리가 모르는 단어가 들어간 과학 지문을 읽을 때보다
아이유, 서강준 등 우리가 아는 단어들이 들어간 연예기사를 읽을 때 더 쉽게 읽히는 이유가
바로 이 내용 스키마 때문입니다.
구조 스키마는
여러분들이 흔히 아시는 구조 독해에 관한 것입니다.
이 글은 둘 간의 차이점을 밝히는 '두 대상 간 비교'가 중심적인 내용이구나.
이 글은 첫째 둘째 등의 표지어를 사용하는 것을 보니 어떤 정보를 나열하겠구나.
이런 무의식적인 생각들이 바로 이 구조 스키마 덕분이지요.
"흔히들 물은 몸에 좋다고 생각한다."
라고 글의 첫문장이 서술되어있으면
'어? 그럼 이 글은 물이 몸에 안 좋다고 하는 글인가?'
라고 예측할 수 있는 이유 또한 (통념-비판 구조에 대한) 구조 스키마 덕분입니다.
"스키마"는 독해에 있어 아주 강력한 장치입니다.
수학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문제가 거의 비슷한데
국어의 경우는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지문이 다 다른 이유도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스키마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중요한 것은, 스키마는 연역적 학습이 아닌 귀납적 학습의 결과물이란 것입니다.
스키마를 먼저 알고 독해에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키마를 알기 위해선 아주 방대한 양의 글을 섭렵해야 한단 것이지요.
저는 항상 국어 공부의 왕도는 다음과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a. 수능에 최적화된 (최소한의) 지문 독해 / 문제 풀이 방법 습득
b. 지문 독해 / 문제 풀이 방법의 무한 적용(+지문 독해 / 문제 풀이 방법의 정교화)
여기서 b의 과정은 단순히 a에서 배운 지문 독해 / 문제 풀이 방법의 적용 능력 향상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방대한 양의 수능 지문 독해를 통해 수능에 최적화된 스키마를 길러내길 바라는 것이지요.
혹시 여러분은 지금 너무 방법론에만 집중하여 공부하는 것이 아닌지요?
방법론 없는 적용은 맹목적이지만,
적용 없는 방법론 또한 공허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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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한테 잡힌 주인공인줄...
맞아요.. 구조에 매몰되는 제 모습을 보고 뼈저리게느꼈죠 글이 좀만 어려워져도 못푸니 ㅠ
항력부력같은 되게 짧은 지문인데도 정보량이 끊임없고 추론까지 요구하는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될까요?
음 항부력 같은 지문은 비례/수식관계가 제시될 때 잠깐 멈춰서 '아 그럼 여기서 만약 질량이 올라가면 어떻게 되겠네? 밀도가 올라가면 어떻게 되겠네?' 먼!저! 생각해주는 "구체화"능력이 중요해요. 요것도 조만간 해설지로 올리겠습니다.
부탁해주신 ("연결"능력이 중요하다 했던) 가능세계 지문 해설도 내일 중으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제가 올린 bis 비율 바젤 협약 지문 해설도 도움이 될 거예요. "구체화"를 해야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어서용
아 감사합니다 나오면 정독하겠습니다ㅠ bis 읽어볼게요 ㅠ
정말 맞아요
제가 수업할때마다 강조하는 특징이랑 소름돋게 똑같습니다..ㅋㅋㅋㅋ
항상 먼저 생각하고 예측하고 이미 아는 정보를 바탕으로 나올 정보를 예상해야하는 것 같아요.
더 나아가서는 문제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서까지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당..
글을 장악하며 읽는다는 게 그런거겠지요 ㅎㅎ
대학교 전공 시간 이후로 스키마를 정확하게 얘기해주는 칼럼은 처음보네요
애들은 배경지식 그러면 진짜 걍 지식만 있다고 생각함-.-
사실 간접적으로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내용이지만 학교에선 독서 수업을 안 하니 대부분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요 ㅠㅠ
대부분 기출문제 풀때 구조적 스키마 메뉴얼을 생각하고,반응하면서 읽으면 머리속에 복잡한 내용도 정리되는 느낌이 듦
맞아요 구조 스키마는 큰 틀에서 글을 추상적으로 장악하게 해주고, 내용 스키마는 작은 틀부터 글을 구체적으로 장악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ㅎㅎ
독해를 잘하기 위해선 고등학교 수준의 보편적인(?)내용 스키마와 평가원 글에서 보이는 구조스키마 다 필요한거 같습니다.아무것도 모르는 초딩에게 독해 메뉴얼만 알려준다고 걔가 수능문제를 잘 푸는건 아니니까요ㅎㅎ
216
그 스키마랑 이건 다른거 아님?
뭐가 달라요?
이원준 스키마는 구조도에 가깝고
여기서 스키마는 글을 읽는 ...
다시보니ㅠ비슷해보이기도 하고
같은거 맞을걸요
같은거 맞아요ㅇㅇ
216T도 글처럼 가르치심
좋은 글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원준좌..?!
고로 do it
이원준!
참고할게요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216!
글의 요지는 곧, 방대한 읽기 자료를 자주 노출시킴으로서 스키마를 확대해나가라는 것이군요. 수능에 최적화된 읽기 자료란 수능에 기출된 지문들을 말하는거고, 그걸 통하여 스키마를 확대해나가라는 제 생각이 맞나요?
네 정확하게 글의 요지를 파악하셨네요 ㅎㅎ
근데 오늘 비문학 공부는 안그랬네요 흑...

멋지십니다강도가 집에 와서 주인공 묶은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