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이즈백 [935001]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4-12 22:58:06
조회수 4,450

수험 생활 수기) 꿈이 프로게이머였던 연대생 1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29330590

나는 ‘너는 커서 뭐 할거니?'라는 선생님의 말에


'저는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가 될 거에요'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중학생이었다.


경상도 촌구석 군 지역에 살았고, 지방 평준화 중학교를 나와 지방 일반고에 진학을 했다.


중학교때부터 롤 프로게이머가 꿈이었기에 특성화고로 진학하려고 했으나,


집에서 절대 안된다고 하며 원서를 써주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지역에 있는 일반고에 가게 되었다.


일반고였지만 야간자율학습이 필수였으며, 우리 집은 특히 엄격해서 집에서 통학하면 밤새 게임을 할까봐 기숙사에 넣기까지 했다.


그 순간부터 이미 프로게이머의 꿈은 실현 불가능해졌다고 보면 된다.


재능은 애매해서 마스터는 커녕 다이아1을 겨우 찍는 실력이었고, 티어를 더 높게 올리려면 많은 연습량이 필수적이었지만 그마저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면서 처음 진심으로 좋아해서 쫓았던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 프로게이머를 할 수 없다는걸


그 정도로 내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는걸


주변 친구들 중에서나 조금 하는 놈이었지, 대한민국으로 풀을 넓히면 애매한놈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정하기 싫었다. 스스로가, 몇년 동안 하나에만 몰두해온 내 자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적당한 핑계가 생겼고,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변명하며 놓아주게 되었다.


그 후 당연히 목표를 잃은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법이다.


야자 시간에 만화책을 들고 가서 몰래 읽었다.


만화책을 뺏기면 잠을 잤다. 


더 이상 나는 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고, 공부를 해야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회는 정말 우연히 다가왔다.


정확히 말하면 다가온 기회를 잘 잡았다.


평소 공부는 싫어했지만 친구들과 이야기하는걸 좋아했던 나는 국어 시간 토론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 때 상대편에는 전교 2등 정도를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와의 토론에서 이겼다고 생각했지만


승패를 가리는 방식이 불합리해서 패배했다.(이건 4년 뒤인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불합리하다.)


정규 토론 시간이 끝났지만 그 친구와 계속 토론을 했다.


그때 감정이 상했고 서로 사과를 하지 않는 상태로 의절하게 되었다.


이게 공부를 시작하게 된 기회랑 무슨 상관이 있냐는 질문이 많을 것이지만 조금만 참고 더 읽어주기를 바란다.


시간이 흘러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다. 


일반고 다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문제에 오류가 정말 많이 생긴다.


나는 화학 서술형 문제에서 내 답이 감점 당한것을 선생님께 항의하고 있었다.


스스로 오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내 답도 답이라고 했지만 자신이 생각한 답이 아니기에 감점을 했다고 한다.


계속 논쟁을 벌이자 그 뒷번호였던 나와 싸웠던 친구가 니 답은 틀렸으니 나오라고 했다.


나는 니가 뭔데 그런식으로 말하냐고 말을 했고


그 친구는 자기가 마치 다 맞는양 나보다 뛰어난양 잘난척을 하며 나를 깔봤다.


그렇지만 크게 반박할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때 걔가 공부를 더 잘한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열등감이 엄청났다.


하나도 이기지 못했다는 생각,


토론도 졌고 공부도 졌다는 열등감이 내 안에서 솟구쳤다.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6월 말부터 시작을 해서 정말 독하게 했다.


학원 다닐 여력이 안돼서 야자시간에 누구보다 독하게 했고


야자가 끝나고 기숙사에서 남들보다 많이 했다.


결과는 정말 빠르게 나타나더라


9월 20등안에 처음으로 들게 되었고


11월 전교 1등을 달성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내가 공부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들과 같은 양을 해도 남들보다 성과가 뛰어났고,


어렸을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이해력이 뛰어났다.


공부를 해보니 나름 재밌다는 생각을 하고 걔를 밟아줬다는 성취감에 쩔어 1학년을 마치게 되었다.






수험생활 수기를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시간적 한계로 미루다가 드디어 쓰게 되었네요

반응이 좋으면 다음 편도 계속 이어 쓰겠습니다.

질문을 댓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orbi.kr/00029351698/%EC%88%98%ED%97%98%20%EC%83%9D%ED%99%9C%20%EC%88%98%EA%B8%B0)%20%EA%BF%88%EC%9D%B4%20%ED%94%84%EB%A1%9C%EA%B2%8C%EC%9D%B4%EB%A8%B8%EC%98%80%EB%8D%98%20%EC%97%B0%EB%8C%80%EC%83%9D%202

2편

https://orbi.kr/00029387118#c_29387193

3편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