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배나무 [820423] · MS 2018 · 쪽지

2020-03-20 20:2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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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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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을 꾼 적이 있다. 누군가가 내 동의 없이 내 신체를 몰래 촬영한 사진들을 나에게 전송하고 협박하는 꿈이었다. 사진은 분명 나였다. 어디서 어떻게 찍혔는지는 모르지만 내 신체와 얼굴이 나와 나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상대는 사진을 XX대 XX학번 XXX 아니면 XX고등학교 졸업생 XXX이라는 신상과 함께 가족들과 친구들, 나를 알 법한 모든 사람들, 그리고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했다. 고등학교 동창들, 알바생 단톡방, 부모님, 동생, 친척 다. 폰으로 나라는 것을 확인하고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다리가 풀리는 순간 식은땀에 휩싸여 꿈에서 깼다. 한동안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게 아닐지 불안해하고 다녔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뛰어내려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고 어차피 죽는다면 이왕 죽을 거 기사화라도 되도록 충격적으로 죽어야 하나, 라는 생각도 했다. 찍은 사람이 잘못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불법촬영물 속의 내 신체는 유포되겠지만 범죄자는 아무 것도 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정신승리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나인 것 같다고 나에게 얘기하면 아니라고 잡아떼야 하나? 결국 결론은 없었다. 불법촬영물은 확실히 모르는 게 약일 것 같아서. 나중에는 내가 예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예쁘지 않아서, 19금 웹사이트의 인기 게시물의 피사체가 될 리가 없어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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