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3-11 23: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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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왜 많이 읽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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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어릴 때부터 흔하게 어른들로부터 듣는 조언이 "책을 많이 읽어라"입니다. 필자 또한 이런 말을 많이 듣고 살아왔었으나,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최근에서야 깨달아서 좀 정리해봅니다.




 제가 아는 선생님 2분이 서로 전혀 교류가 없음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대학생때 도서관에 가서 가나다 순서대로 책을 전부 다 읽어보았다고 하셨습니다.




 좀 뜬끔없지만 시를 한편 가져와보겠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코스모스


우리, 이 그릇에

꽃잎 같은 붉은 혈액이

가득 채워진다


잘린 탯줄을 끌어안고

이 세상에 태어났노라

알리는

신생아의 울음소리


저 암흑너머 광활한

우주의 기운이

유전자에 새겨진다


세상의 가장 큰 것을

우리의 가장 작은 것에 담는다


코스모스

저 광대한 우주에 대한 인간의 동경


우리의 몸에

붉은 코스모스 꽃이 핀다







 참 멋진 시 아닙니까? 여러분도 보고 재밌다고 평가해줘야 합니다 제가 쓴 시니까요.




 cosmos라는 말은 영어에서 우주를 지칭하는 3가지 단어 중 하나입니다. space, universe, cosmos 이렇게 3개인데 단순히 번역하면 '우주'지만 살짝 서로 뉘앙스가 다릅니다.




 space는 단순히 거대한 공간, 혹은 빈 공간을 의미합니다. 우주를 지칭할때는 단순히 우주 공간을 의미하죠.




 universe는 여기서 더 나아가 거기 안에 있는 행성이나 은하계를 포함합니다. space보다 좀 더 넓은 개념이죠.




 cosmos는 여러분이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라는 책을 한번 쯤은 들어봤을 법 합니다. cosmos는 universe를 넘어서 우주에 대한 철학적 의미까지 포함합니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우주라는 곳에 존재하니까,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에 대해 탐구한 의미가 포함됩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Cosmos:_A_Spacetime_Odyssey 






 재밌게도 생물학자들 중에서도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인간에게 사용합니다. 인간의 DNA를 보면 놀라울만큼 좁은 크기에 무수한 유전 정보가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을 곧 우주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생물학자말고 명리학을 공부하는 역학자들은, 인간을 우주의 기운을 받고 탄생했다고 표현합니다(여기서 전직 대통령을 떠올리면 안됩니다. 그 수준의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안되요)




 그래서 저도 사람도 몇번 만나고 경험을 쌓다 보니까, 인간을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이 서로 만나서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는 것은, 서로 다른 작은 우주가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곧 그 책을 지은 저자와 만난다는 의미입니다. 책 한권을 읽으면 그런 작은 우주에 비유되는 인간 한 사람을 만나 교류하게 된거죠.









 사회적으로 전문직종이나 존경받는 직업이 있습니다. 뭐 대통령, 장차관, 교수, 의사, 국회의원, 어느 단체의 장 등등. 이 사람들은 높은 대우와 보수를 받습니다.




 오르비에서 다들 의대를 선호하니까 의사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단순히 위에서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전문의가 되려면 넉넉잡아 10년동안 공부를 해야하고, 그동안 수없이 많은 지식을 쌓아왔죠. 이 사람들은 또 의학의 전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에 집중을 하며 한 분야를 열심히 파고듭니다.




 어디 큰 병원에는 병원장 밑에 여러명의 의사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통의 조직을 상상하면, 상명하복식 위계질서로 병원장의 구체적인 지침을 밑의 의사들이 열심히 따르고 수행하리라는 상상을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상을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의사 한명 한명은 각자 분야에서 오랫동안 공부해온 사람으로서, 단순히 병원장이 병원에서 더 윗사람이라고 의사를 마음대로 부리거나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병원장 입장에서는 각각의 의사들이 자신의 환자들을 최선을 다해 돌봐주길 바라죠.




 사회적인 인식으로 보나 경제적인 소득으로 보나 또는 경력으로 보나, 의사 한명 한명은 걸어다니는 작은 중소기업같은 존재들입니다. 그 사람들은 오래 공부했고, 또 뛰어난 두뇌를 인정받아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진단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인정받았습니다.




 당장 여러분을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은 대형 학원에 속해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선생님 한분 한분은 자신의 개성과 능력, 노력에 따라 자유롭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수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이런 수업을 단순히 학원장이 세세하게 지적하고 마음대로 시킬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들의 고유하고 주체적인 행동이니까요.








 이처럼 어떤 분야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하고 경험한 사람들은 우리는 전문직종으로 존경하고 대우합니다. 그 사람들은 해당 분야에서 남들보다 훨씬 더 깊은 고민과 경험을 쌓아왔기에, 그 권위를 인정받아서 자신의 행동반경 내에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습니다.




 왜 갑자기 책 이야기를 하다가 전문직종 이야기를 꺼내냐면, 우리 또한 마찬가지로 저런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우리도 경험을 쌓고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책을 써볼려고 하니까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를 느낍니다. 책을 읽는 입장에서 충분한 만족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깊이를 충족해야 하더군요. 저도 나름 평소에 생각 많이하고 꽤 공부를 많이 했다고 오만했었는데, 이 일을 하니까 여전히 저도 아직 학문을 시작하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제가 보장합니다. 책을 많이 읽었다면 훗날 그 경험과 지식, 사고력은 절대로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을 껍니다.

rare-세종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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