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수시에 대한 생각 (좀 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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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주관적임 / 17-19년 일어난 일임 / 물론 사실만 씀
문제있거나 불편하시다면 글 지우겠습니다.
수시에 대한 막연한 생각 조차 전혀 없었고
그저 공부는 조금 했던, 그 마저도 교과서 달달 외우고 성적 잘 나왔던
중학생이 있었고.
아무 생각도 안 가지고 공부만 조금 잘하는 학교,
소위 지방에서 좀 알아주는 학교 가서 의미없는 중학교 내신
써먹어 보겠다고 그랬었다.
1학년때 내신 열심히 했는데 선행학습과 학원을 다니는 애들한테
밀려서 내신 평균 등급 4등급이었고,
진짜 미친듯이 공부하고 학원 열심히 가고
2학년때 문과에서 1등급 중반까지 찍어보고 그랬는데,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어떤 선생님은 학생 하나하나를 면밀히 관찰하고 써줘야 할 세특을
학생의 자율대로 맡기고 있는 것부터 이해가 안 갔었고,
나는 선생님 말대로 어필하고자 하는것을 쓰라고 해서
나름대로 내가 한 것을 쓰려했지만 생기부에 그대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남들 10줄 쓸때, 나는 4줄도 안써주더라.
어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내가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는지는 전혀
신경쓰지도 않았다.
국어 문학시간에 선생님은 수업대신 독서나 하라면서 책을 읽게 했고,
그것이 수행평가라는 소리를 하길래 난 열심히 했다.
매 수업시간마다 독서록 평가지에 스무줄, 서른줄 이상을 녹여넣고,
줄거리대신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쓰고자 했던 내 열정은
선생님이 좋아하는 애들의 생기부보다도 못한 한줄로 치환되었다.
그 선생님은 내 수행평가 점수 1점을 깎은 뒤, 논술 수행평가의 오탈자 하나가 그 이유라고 그러셨고, 수행평가 평가기준에는 그러한 관련된 감점기준이 없었다. 공정성을 위한 다른 답안지의 익명비교를 주장했을때, 끊임없이 네가 그냥 부족한거고, 네가 그냥 잘못한 거라고, 고집부리지 말라고 했었다.
영상자율동아리 회장으로서, 나름대로 영상을 만들 줄 알았던 나는 시영상을 만들어오라는 수행평가에 오기가 생겨 혼신을 다해
무임승차 조원들을 이끌었지만, 영상미가 부족하고 내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1점을 깎았다.
무비메이커로 만든 사진 몇장 이어붙인 영상에
애프터이펙트같은 주제에 맞지도 않는 프로그램써가면서 만든 영상이
진 순간이었다.
2학년 국어 성적은 2등급, 중간 기말 전체 1등을 하고났는데도 그 모양이었다.
선생님하고 많이도 싸웠고, 어쩌면 선생님들이 바라는 무언가를 하지 않아서 인지는 모르겠다.
근데, 아직도 국어선생님께서 했던, 너는 버릇이 없어서 안된다. 예의가 없다. 얘네들을 보면 얼마나 예의가 바르냐. 보고 배워야한다.
라는 말은 아직도 기억난다.
왜 내가 예의가 없는지를 물어보자, 1학년때 처음 봤을때 내가 인사를 대충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처음 예의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하더라. 과연 그 선생님을 1학년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하다고 생각은 들었다.
그때부터, 선생님들이 좋아하시는, 예의가 바른 친구들이 그저 선생님이 보시기에보기 좋은 학생이면, 그 때부터 내가 뭔 짓을 하려해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에도, 너는 대학 못간다. 사회성이 부족하다... 등의 여러 말을 들어가고, 시험 답안지의 의도적인 감점을 경험하고, 더는 참을 수 없었던 내가 상급자에게 알렸던 사건까지.
2학년 한 해의 국어등급은 2등급이었고, 항상 등수는 1등급에 한 단계 모자란 곳이었다.
2학년이 끝날 때,
나는 생기부에 적힌 “사회성이 부족하고 사람에 대한 말이 거칠음” 이라는 말을 봤을 때,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 때부터, 정시준비에 올인했다.
그리고 지금,
선생님의 말 대로, 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사실 안 갔었다.
괜한 오기가 생겨서, 안주하기 싫었다.
수시로 내가 원했던 대학 잘 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는 하다.
하지만,
내신 열심히 해서 잘 간 애들을 폄하하지는 않는다.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도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갔으니까.
어쩌면, 내가 만난 선생님들보다도 더욱 더러운 선생님들 만났는데도,
그 친구들처럼 비위를 맞춰준 거겠지.
아님 어떤 내가 아는 친구처럼,
독보적인 실력을 쌓고, 선생님이 지적할 곳 하나 없는 생활을 했었다는 증거니까.
존중, 그리고 존경한다.
근데 되돌아보고, 술마시는 친구들이 문자할 때,
‘공부하니까 내년에 마시면 안 될까’ 라는 문자를 보낼 수밖에 없는
난, 좀 억울하기는 했다.
이제 내게 수시의 길은
6논술과 같은 검투사기질 가득한 전형밖에 남지 않았다.
어떤 잘 사는 분들이 대학수시전형의 구멍을 잘 뚫어서
좋은 대학에 간 것에 대해서 뭐라 하고 싶지는 않고,
비리에 가까운 대학 입시에 대해서는 더러워서 말하기도 싫지만,
근본적으로, 이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 인식은 되었으면 좋겠다.
수업을 하지 않고 애들이 열심히 만들어온 여러가지 잡다한 것들을 감상하며 그 평가조차도 학생에게 맡기는 무책임함과,
공정함이 잘 드러나지 않는 선생님들의 평가기준,
내신과 수능문제의 괴리와 지필고사의 객관적 기준의 공백과 같은 것을좀 알았으면 좋겠다.
오랫동안의 빡침과 국어모의고사와 두께를 견줄만한 내 생기부를 보며
한탄했던 것, 이제는 그만해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올렸다.
누가 읽던지, 나보고 니가 노오오력을 덜 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던지, 아님 무시하던지... 상관은 없고,
난 그냥 좀 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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ㅆㅇㅈ 저도 3년간 수시 준비하면서도 부당한 일들을 많이 겪고 참은 적도 많았지만 이건 도저히 못 참겠다 싶은 일들엔 대응한 적도 꽤 있었는데 그게 입시엔 마이너스만 되더라고요
수시로 학생들을 평가하기엔 그만한 인성과 능력을 갖추지 못한 교사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선생 자격이 없는 선생님이 있는 학교에 배정되고 반에 배정되는 케이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애초에 다른 학교와 다른 선생들에게서 다른 생기부가 나오는데 이걸 입사관들이 정성평가랍시고 그걸 다 꿰뚫어볼 수 있나요?
저도 수시교과로 대학에 합격했고 수시로 간 친구들의 노력은 존중받을 필요가 있지만(정당한 경우에 한해)
'내가 수시로 갔으니까, 이 제도의 수혜자니까 입 닫고 있어야지'가 아니라 수시로 합격한 분들도 문제점은 인지하고 있어야 하루라도 빨리 이 제도가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학교 국어쌤이랑 완전 비슷한데여 ...? 시간 오지게 잡아먹는 수행 시키고 지 맘대로 점수깎음 ㅋㅋ
솔직히 그러면 좀 짜증나기는 하죠
ㅠㅠ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