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dor W. Adorno [650144]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0-02-20 14: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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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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덮어놓고 입국 금지 하자는 건 분명 1차원적인 생각인 건 맞지만 그래도 중국이 보복할까 두려워 입국 금지 하지 말자는 건 1.5차원적인 생각 같습니다.

중국이 보복해도 우리 경제에 피해가 가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해도 똑같이 우리 경제에 피해가 갑니다.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사드 분쟁으로 인해 우리 경제가 입은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될까요? 8조 5천억원이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70502160700002 )

반면 메르스로 인해 우리가 입은 경제적 피해가 얼마나 될까요? 6조 5천억원이었습니다. (http://www.inss.re.kr/inss/attach/getFile.do?fileId=9012)

전염병 확산도 경제 보복만큼 중대한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물론 산술적 비용은 사드 분쟁 쪽이 더 크지만요.

그러면 다음의 사항을 저울질 해야지요.

A. 중국인 입국 금지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발생할 경제적 피해
B. 중국인 입국 금지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
C. 중국인 입국 금지로 인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저지에서 얻을 경제적 비용 감소
D. 중국인 입국 금지로 인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저지에서 얻을 사회적 비용 감소

여기서 A+B가 C+D보다 크면 입국 금지를 하면 안되고, 아니라면 입국 금지를 하는 게 맞죠.

근데 A를 따지는 데에 있어 중요한 건, 경제 보복이 그냥 버튼 하나 누른다고 발동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경제 보복은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피해를 발생시킵니다.

사드 분쟁으로 인해 중국은 1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70502160700002)

중국은 이 1조원의 '비용'을 내부적으로 '미-중 신냉전 구도' 프레임을 이용해 정당화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러한 프레임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을까요? 못할겁니다.

그러면 A는 적어도 사드 분쟁 때의 비용보단 작을거라고 추정할 수 있죠.

C는 중국인 입국 금지X 경제적 비용 - 중국인 입국 금지O 경제적 비용 정도로 추산할 수 있겠죠. 


그러면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한 나라와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나라를 비교해야 할텐데, 동일하게 중국과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와 비슷한 인문환경을 가진 두 나라, 즉 대만과 홍콩 or 일본을 비교해볼까요.

대만은 현재 중국인의 완전한 입국 금지를 천명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현재 대만 내 우한 폐렴 감염자는 24명입니다.

홍콩 및 일본은 현재 후베이성 출신 중국인/2주 이내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만을 대상으로한 한정적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감염자는 각각 홍콩 65명, 일본 85명(크루즈 제외)입니다.

이를 비교하면 알겠지만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한 나라와 하지 않은나라는 감염자 수에서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그것도 2배 이상의 차이가 있죠. C는 결과적으로 음수보다는 양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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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승혜, 김승옥 등 공저 《불안한 사냥꾼의 사회》에서. 불확실성의 증가는 혐오와 갈등이 넘치는 고위험 사회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역사를 되돌이켜보면 역병의 전파는 언제 어느때나 사회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왔습니다. 이번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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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대망의 B와 D를 비교해볼까요. 사실 언론에서의 중국인 입국 금지 반대 논리의 대부분은 모두 이 B만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B는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인해 발생할 사회적 비용입니다. 풀어서 말하자면,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면 그 다음은 내부에 있는 중국인들을 내쫓으라는 목소리로 이어지지 않을까, 중국인 혐오 정서에 기름을 붓는 꼴이 아닐까 여부입니다.

D는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아 발생할 사회적 비용입니다. 전염병이 확산되어 우리 사회 곳곳에 사회적 마이너리티를 대상으로 한 혐오 정서가 들끓지 않을까 여부입니다.

사실 이 '사회적 비용'이라는 건 비용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과는 달리 정량화하긴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D가 B보다 결코 작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차라리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면 언론도 그렇고 정치권도 그렇고, 심지어 시민사회계까지 그 역량을 혐오 정서가 우리 사회 내부의 중국인을 노리는 걸 막는데 모든 역량을 기울일 수 있지만, 이대로라면 역병의 공포가 혐오 정서를 억누르려는 그 어떤 노력도 물거품으로 만들테니까요.


한편 엘스버그 패러독스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미국의 학자가 한 실험인데, 자세한 내용은 기니까 요약하자면 인간은 계산할 수 없는 불확실성보다 계산할 수 있는 리스크를 더 선호한다는 내용입니다.


A와 B는 확연히 '계산 가능한 리스크'의 영역입니다. 우리는 그걸 계산할 수 있는 행정 관료와, 경제학자와 연구소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관료들과 계속 인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소위 '중국통'도 있죠. 


C와 D는 어떻게 보더라도 '계산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영역입니다. 신천지가 바이러스를 전국에 확산시킨다는 걸 예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 혼란스러운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할지 과연 '계산'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우리가 불확실성과 리스크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면, 전 리스크를 선택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상기의 이유로 전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에 찬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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