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서열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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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여검사' 계기로 본 공직사회의 승용차 新풍속도
신세대 검사는 다르다_과거엔 임관 때 엑셀 타고
엘란트라→쏘나타→그랜저 서열별 車공식 있었지만 이젠 초임도 외제차 씽씽
경찰 '쩜팔 문화'도 옛말_서장 관용차 2000㏄급
부하는 1800㏄로 선그어 최근 형사들은 그 윗급 타
군대까지 달라져_군의관·ROTC 출신들
오래된 관행 파괴 주도 군기 세다는 해병대도 장교·부사관 고급차 굴려
검사가 벤츠를 몬다면?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검찰과 법원에서 상급자의 차량보다 배기량이 크거나 비싼 차를 몰고 다니는 건 금기로 여겨졌다. 지금은 어떨까. '벤츠 여검사' 사건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금, 공직사회에서도 위계질서가 엄격하다는 검찰과 법원, 군과 경찰 조직의 자가용 승용차 문화를 들여다봤다.
검찰에는 한때 '엑셀→엘란트라→쏘나타→그랜저'라는 차량 공식이 있었다. 임관할 때 소형차인 엑셀을 타고, 4·5년 뒤 준중형인 엘란트라(아반테)를 타며, 부장검사가 돼서야 중형 쏘나타를 몰 수 있고, 검사장 승진 무렵에는 그랜저를 타게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7년 조그만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지하주차장으로 독일 수입차 BMW 한대가 매일 드나들었던 것이다. 검사 혹은 '거물급 피의자'가 차를 대 놓는 지하주차장에 외제차가 자주 드나들다 보니 일부 기자들이 이 차량 주인이 누구인지 취재에 나섰다. 그랬더니 젊은 여검사의 차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의 간부는 "그 여검사, 일 잘하고 능력 있지. 집도 잘살고"라면서 "우린 엄두도 못 낼 외제차를 타고 출퇴근하더라고. 역시 신세대는 다르다"고 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이런 신세대 검사가 더 늘었다. 특히 여검사가 외제차를 모는 사례가 더 많다고 한다. 남자 검사보다 상대적으로 상관의 눈치를 덜 보는 데다, 아직은 남자가 대부분인 간부들 역시 여검사의 사생활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 게다가 새로 임관하는 여검사가 늘어나면서 경직된 문화도 많이 유연해지고 있다. 신규 임용 여검사는 2009년 58명으로 남자 임용자보다 많았으며, 지난해엔 54명, 올해는 59명이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지난해 차장검사로 근무할 때 막내 여검사가 국산차와 어머니의 외제차를 번갈아 타고 다니는 것을 봤다"며 "뇌물로 받은 차라면 모를까 임관 전부터 타던 차인지라 나무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검사들은 수입차 타기를 주저하고 있다. 수입차를 굴릴 정도로 월급이 많지 않은 데다 집에 여유가 있어도 국산차를 타는 간부들로부터 '버릇없다'고 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에선 장관급인 검찰총장이 3000㏄ 이상급인 에쿠스를 관용차로 이용 중이고 있고 차관급인 검사장들은 1998~2500㏄의 체어맨이나 그랜저를 탄다. 그래서 비싼 차를 타고 싶어하는 일부 부유층 검사들은 SUV 차량으로 의심의 눈길을 따돌린다. 베라쿠르즈나 렉스턴 등 차 값만 따지면 검사장 관용차보다 비싼 경우가 많지만 '윗분'들이 외제차와 달리 SUV에 대해선 '안전성'을 내세워 관대하게 바라본다고 한다.
오히려 검찰청에서 최고급 차를 굴리는 사람들은 공익근무요원들이다. 서초동 법조타운 청사 주차장에서 외국 스포츠카나 비싼 수입차가 보인다면 차 주인은 '피의자' 아니면 공익근무요원이라는 것이다.
법원의 자가용 문화도 검찰과 비슷하다. 외제차 모는 판사들이 과거엔 찾아볼 수 없었으나 요즘은 가끔 눈에 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간부들의 눈총을 살까 봐 외제차 살 생각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일부 판사들이 렉서스 등 중소형급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
군과 경찰의 자가용 서열 문화는 더 급속한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육군은 말할 것도 없고 군기 세다는 해병대도 마찬가지. 해병대 김모 소령은 "사령관 관용차보다 배기량이 크고 비싼 차를 타는 부사관과 장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면서 "일부 영관급 장교들이 눈치 주는 경우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차량 서열 관행은 더 이상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중장(中將)인 해병대 사령관의 관용차는 체어맨이지만, BMW나 폴크스바겐 등 수입차는 물론 사령관 차량과 동급의 에쿠스·그랜저를 굴리는 장교나 부사관이 많다는 것이다.
차량 서열 문화는 의대 출신 군의관과 ROTC 출신들에 의해 깨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ROTC 장교와 군의관들은 대부분 일정기간 복무 후 전역하기 때문에 눈치 볼 일이 적기 때문이다.
전방사단 의무장교로 복무하고 있는 박모 대위는 "의대 선·후배들을 보면 고가의 수입차를 자랑하듯 부대로 끌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집에서 사준 차를 그냥 방치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지난해 중위로 전역한 ROTC 출신 김모(29)씨는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1억원이 넘는 M3(BMW 스포츠카)를 몰았다"며 "튜닝까지 한 수입차를 끄는 다른 군대 동기도 있었다"고 했다.
일선 경찰서에선 한때 '쩜팔 문화'가 있었다. '쩜팔'은 배기량 1800㏄를 의미한다. 서장 관용차가 배기량 2000㏄급이어서 서장 이하 직원의 자가용 배기량 상한선을 1800㏄로 그어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쩜팔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서장의 차량보다 비싼 차량을 모는 일선 형사들이 부지기수다. 경력 20년의 이모 경위는 "서장 눈치를 보는 직원도 있지만, 대부분 개의치 않는다"며 "우리 서장이 K5를 타고 다니지만, 그 윗급인 오피러스·에쿠스·BMW를 몰고 다니는 직원도 있다"고 했다. 검찰이나 법원 조직처럼 상관 시선을 약간 의식하는 경찰관의 경우 세단 대신 비싼 SUV 차량을 구입한다.
이렇다 보니 과거의 자가용 서열 관행이 시대착오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간부는 "부 회식이 있어도 요즘 검사들은 개인 약속을 이유로 불참하겠다고 말한다. 예전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들에게 외제차는 안 되고 배기량 작은 국산차 타라고 하는 요구 자체가 구태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대검의 한 간부도 "예전엔 자가용 타고 다녀야 '판검사 폼'이 났다고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판·검사도 늘어나고 있다. 마찬가지로 외제차도 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국방부의 정모 소령도 "차종이 늘어난 데다 중소형 외제차가 많아 기호와 능력에 따라 차량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게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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