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국어 [571544] · MS 2015 · 쪽지

2020-02-03 20:58:49
조회수 1,885

유성)이 지문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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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문학 독해 도구 5가지 중 4번째, 질문/추측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독해 도구를 하나씩 설명하다 보니 벌써 여기까지 왔네요!


독해 도구 칼럼을 작성하고는 무슨 칼럼을 쓸까 고민 중입니다


비문학/문학 지문 읽는 법&문제 푸는 법을 총정리하고, 기출문제를 하나씩 해설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요즘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과외말고는 집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과외 수업준비와 노가리만 반복하는 일상이네요 ㅜㅜ


 아무튼 오늘도 잘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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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글은 목적성을 갖는다.


흔히들 글을 쓸 때는 어떠한 목적성을 갖는다. 사랑을 고백하는 편지, 전자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매뉴얼, 국어 비문학 독해법을 전달하는 이 칼럼까지. 모두 목적을 가지고 있다.


목적을 가진다는 것은, 글에 핵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능의 비문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문학 지문은 수많은 정보가 질서없이 헝클어져있는 것 같지만 그 안을 관통하는 하나의 핵심적인 정보가 있다.


그런데 만약 필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정보, 목적이 있다면, 필자는 그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기려할까, 아니면 강조하려 할까? 당연히 후자다. 필자는 (독자에게 핵심 정보를 전달하고자 하는 )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게 내 글의 핵심이야!!!"라고 계속해서 소리칠 것이다. 여러가지 시그널을 통해.





2. 핵심의 시그널


가장 대표적이고, 보편적인 핵심의 시그널은 바로 "호기심 유발"이다. 다음 대화를 보자.


철수 : 야, 나 어제 거기 갔다왔다?

영희 : 


위의 대화에서 영희가 할 수 있는 말로는 무엇이 있을까? 보편적인 경우에, 영희는

"어디?"라고 되물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에서 철수가 영희에게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당연히 자신이 어디 갔다왔는지, 어땠는지 등등에 대해 말하고 싶을 것이다.


철수는 영희가 이러한 핵심 정보에 집중할 수 있게끔,  일부러 핵심을 바로 보여주지 않고, 질문을 유도했다.

"야, 나 어제 거기 갔다왔다?"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어디?"라고 되물을 테니까.



이렇게 청자(독자)의 질문을 유도하는 방식은 기출에서 수없이 보여주는 패턴이다.


다음 글을 보자. 2015 수능 기출, 그 유명한 신채호 지문이다.



역사가 신채호는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 과정이 라고 정의한 바 있다. 그가 무장 투쟁의 필요성을 역설한 독립 운동가이기도 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이러한 생각은 그를 투쟁만을 강조한 강경론자처럼 비춰지게 하곤 한다. 하지만 그 는 식민지 민중과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주의를 반대하는 민중 간의 연대를 지향하기도 했다. 그의 사상에서 투쟁과 연대는 모순되지 않는 요소였던 것이다. 이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 해서는 그의 사상의 핵심 개념인 ‘아’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 가 있다.




글을 읽고 위의 밑줄 친 두 문장을 보자.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오르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투쟁과 연대가 왜 모순되지 않는단 걸까?"

"'아'가 뭐길래 그러는 거지?"


아니나 다를까, 글의 뒷부분에서는 이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필자가 글을 쓴 목적/핵심이 나온다.

 



그 는 조선 민중을 아의 중심에 놓으면서, 아에도 일본에 동화된 ‘아 속의 비아’가 있고, 일본이라는 비아에도 아와 연대할 수 있는 ‘비아 속의 아’가 있음을 밝혔다. 민중은 비아에 동화된 자들을 제외한 조선 민족을 의미한 것이었다. 그는 조선 민중 을, 민족 내부의 압제와 위선을 제거함으로써 참된 민족 생존 과 번영을 달성할 수 있는 주체이자 제국주의 국가에서 제국 주의를 반대하는 민중과의 연대를 통하여 부당한 폭력과 억압 을 강제하는 제국주의에 함께 저항할 수 있는 주체로 보았다.




신채호는 일본인 중에서도 제국주의 반대자(비아 속의 아)와는 "연대"하고, 조선인 중에서도 제국주의에 동화된 자(아 속의 비아)들과는 "투쟁"하자는 주장을 했던 것이다. 

"투쟁과 연대가 왜 모순되지 않는단 걸까?"라는 질문이 해결된 순간이다.


이러한 질문의 해결은 글의 핵심이 될 수 밖에 없다. 필자가 의도적으로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했으니까.

글의 핵심이 됐다는 것은 문제의 (대게는 정답)선지와도 연결된다. 평가원은 지문의 세부 내용을 얼마나 잘 기억하니를 묻고 싶기도 하지만, 핵심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니를 더 중점적으로 묻고 싶어 하니까.




③ 신채호가 신국민이라는 개념을 설정한 것은, 대아인 조선 민족 이 시대적 환경에 대응하여 비아와의 연대를 통해 아의 생존을 꾀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겠군




이 선지는 이 지문에서 가장 오답률이 높았던 문제의 정답 선지이다. 파악한 핵심 내용을 보면, 신채호는 비아와의 연대가 아닌 비아 속의 아와 연대를 주장했다. 따라서 이 선지는 틀렸다.


핵심의 시그널을 캐치하고,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이렇게나 문제와 직결된다.



또 다른 예를 보자. 2017 수능 기출 지문이다.




탄수화물은 사람을 비롯한 동물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에너지원이다. 탄수화물은 섬유소와 비섬유소로 구분된다. 사람은 체내에서 합성한 효소를 이용하여 곡류의 녹말과 같은 비섬유소 를 포도당으로 분해하고 이를 소장에서 흡수하여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반면, 사람은 풀이나 채소의 주성분인 셀룰로스와 같은 섬유소를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효소를 합성하지 못하므로, 섬유소를 소장에서 이용하지 못한다. 소, 양, 사슴과 같은 반추 동물도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를 합성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비섬유소와 섬유소를 모두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며 살아간다 




위의 밑줄 친 문장을 보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왜 사람은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어서 섬유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지 못하는데, 반추 동물은 똑같이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으면서 섬유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역시 필자는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피브로박터 숙시노젠(F)은 섬유소를 분해하는 대표적인 미생물이다. 식물체에서 셀룰로스는 그것을 둘러싼 다른 물질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F가 가진 효소 복합체는 이 구조를 끊어 셀룰로스를 노출시킨 후 이를 포도당으로 분해한다. F는 이 포도당을 자신의 세포 내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에너지원으로 이용하여 생존을 유지하고 개체 수를 늘림으로써 생장한다. 이런 대사 과정에서 아세트산, 숙신산 등이 대사산물로 발생하고 이를 자신의 세포 외부로 배출한다. 반추위에서 미생물들이 생성한 아세트산은 반추 동물의 세포로 직접 흡수되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데 주로 이용되고 체지방을 합성하는 데에도 쓰인다. 한편 반추위에서 숙신산 은 프로피온산을 대사산물로 생성하는 다른 미생물의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소진된다. 이 과정에서 생성된 프로피온산은 반추 동물이 간(肝)에서 포도당을 합성하는 대사 과정에서 주요 재료로 이용된다 




위의 내용을 요약하면 는 것이다. 이는 "반추 동물은 똑같이 섬유소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으면서 섬유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지?"라는 질문의 답이 된다. 프로피온산, 셀룰로스 등 이러한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질문의 답이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글의 핵심은 역시 문제와 직결되니까.


비섬유소에 대한 이야기는 모른다고 치고, 섬유소에 대해서만 '가'부터 따져보자.


핵심 내용을 통해 보면, 반추위 미생물이 섬유소에서 포도당을 '분해'한다고 했다. 합성했다는 이야기는 1도 없다.


즉, 정답은 1,2 중 하나이다.



'나'를 따져보면, 반추 동물의 에너지원이 되는 것은 뭐였는가?


아까 핵심 내용을 짚어보자. 반추 동물의 에너지원은 섬유소 그 자체가 아니라, 섬유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한 미생물의 대사산물이었다. 정답은 1번.





3. 정리


지난 시간에 "대비"에 대해 말하며 대비점은 언제나 핵심 내용이 되고,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을 보았다.


오늘은 "질문"에 대해 말하며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언제나 핵심 내용이 되고,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을 보았다.



비슷한 두 개념이 대조되면 "대비점은 힘을 주어 기억/이해해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필자가 질문을 유도하거나 질문을 명시적으로 던지면 "이 질문의 답은 힘을 주어 기억/이해해야겠다"라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항상 말하는 거지만, 언제나 핵심 내용은 문제와 직결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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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osl · 836703 · 20/02/04 07:54 · MS 2018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유성님이 읽으시는거랑 되게 비슷하게 읽고 있었는데 더 구체화되는 느낌이에요!
  • 유성국어 · 571544 · 20/02/04 17:10 · MS 2015

    감사합니당 ㅎㅎ

  • 연세대를향해 · 812539 · 21/08/10 12:26 · MS 2018

    유성국어님!! 신채호 지문에서 궁금한게 생겨서 질문드리는데요 5문단에서 1문단에서 제시한 궁금증(투쟁과 연대 모순x 이유)을 해결해준 것은 이해하는데요 왜 4문단에서 먼저 첫문정에 신채호의 투쟁과 연대에 관한 사상을 알 수 있다고 써놓고 5문단에서 알려준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4문단에서도 솔직히 첫째문장과 그 나머지 문장들(신국민,제국주의 반대)의 연관성을 모르겠어요 유성님 생각궁금해서 남겨봅니다!

  • 유 성 · 571544 · 21/08/10 12:38 · MS 2015

    이러한 아의 개념을 통해 우리는 투쟁과 연대에 관한 신채호의 인식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 신채호한테 '투쟁'과 '연대'는 어떤 의미였을까?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에 직면하여 그는 신국민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조선 민족이 신국민이 될 때 민족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 신국민이 뭔데? 이게 투쟁과 연대랑 무슨 상관일까?


    신국민은 상속성과 보편성을 지닌 대아로서, 역사적 주체 의식이라는 항성과 제국주의 국가에 대응하여 생긴 국가 정신이라는 변성을 갖춘 조선 민족의 근대적 대아에 해당한다.
    -> 아하, <신국민 = 제국주의와 '투쟁'하는 조선 민족>이구나.


    또한 그는 일본을 중심으로 서구 열강에 대항하자는 동양주의에 반대했다. 동양주의는 비아인 일본이 아가 되어 동양을 통합하는 길이기에, 조선 민족인 아의 생존이 위협받는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 신채호는 제국주의(서구 열강 및 일본) 국가와 '투쟁'하여야만 조선 민족이 신국민이 되어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구나.
    -> 그럼 '연대'는? '연대'는 어떤 의미지? -> 이에 대한 답 5문단에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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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 옛날 글에 답을 달아주셨네요 ㅎㅎ 마침 교재 작업하고 있어서 문장을 읽고 할 수 있는 생각을 적어봤습니다. 궁금한 거 더 생기시면 질문 주세요! 결국 '투쟁'과 '연대'라는 정보로 다른 정보를 엮어주며 읽어야 해요. 표면적으로 '투쟁'이란 글자가 나와있지 않아도요. 제 글 중에 '독해&풀이 도구 모음' 글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