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BOY [316244] · MS 2009 · 쪽지

2010-12-13 14:34:44
조회수 389

여행 좋아하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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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제가 여행을 떠나기 앞서서 이 번 여행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글을 한 번 적어봤는데요.
그냥 혼자서 볼 글이라도 막 적지 않을려고 노력합니다만 체계적인 글쓰기 교육도 받지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썼는지도 잘모르겠네요. 이제껏 오르비언님들의 보아온 나름대로의 결론은
'글에 관해서 수준 높은 식견을 가지고 있다' 입니다. 수준 높은 식견으로 제 글쓰기가 한결 
발전될 수 있도록 한수 부탁드립니다~그리고 문장이나 문단이나 구조 뿐만 아니라 글에 담긴 생각에
대해서도 자신의 소견을 한 마디씩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난 항상 여행을 꿈꿔왔으며 기회가 될 때 마다 짧게나마 여행을 떠나곤했다. 여행은 내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고
전환점으로써의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새로운 여행을 꿈꾸고 있다. 이 번 여행에 내 몸과 혼을 흠뻑 적
실 곳은 유럽이다. 사람들은 종 종 묻는다. 왜 여행을 떠나는지 그리고 왜 하필 유럽인지, 본 여행의 목적은 무엇인지?
어디를 둘러볼것인지? 그들로 하여금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본질적인 질문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고 깨우칠 기회가
생긴 것 같아 먼저 그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을 전한다.

왜 여행을 떠나려하나...?
여행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나도 아무도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에 내 육신과 혼을 흠뻑 담구는 것이고 그 동안 나를 얽
매고 있던 각종 의무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되는 시간이다. 그럼으로써 내 자신의 자유 의지가 구현될 수 있고
생각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따라서 여행은 창조적 발상의 가시적 표현이며 무엇보다도 나 자신
에게 충실해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간적 가치를 지니게 된다. 의무에 대한 해방감은 재충전의 구실도 마련해준다.
아무도 나를 모른다. 남들의 선입견과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가 있다. 스스로에게 충실해질 수 있으며 그 것은
곧 자신과의 대면을 의미한다. 이 것이 순간과도 같은 짧은 인간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는 과거를
한 번쯤 돌아보면 모두가 잘 알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의 한 구절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행은 그 마을과 도시의 문화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말처럼 여행은 그 지방
거주자들의 사고 방식과 생활 방식의 응집체인 문화를 알아가고 그 것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문화는 사람들의 생각,
건축, 예술, 스포츠, 사고방식, 생활패턴, 의식주, 정치체계, 법률 등 그 사회 전반을 이루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며
각 문화는 고유의 가치를 간직하고 있다. 나와 우리와는 다른 것을 알아가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그로써 지금까지의
편협하고 경직된 사고를 스스로 자각하고 시야를 넓히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각종 의무와 속박,
주어진 일정으로 바쁜 일상속에서는 도무지 쉽게 이루어낼 수가 없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왜 하필 유럽인가?
가끔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도 있다. 아직 좁디 좁은 대한민국 국토조차 제대로 돌아보지 못했으면서 무슨 해외로 여행
을 떠나는가! 그럼 그대는 평생 대한민국을 샅샅히 돌아다녀라 난 이미 위에서 모든 대답을 끝마쳤다.아니 그렇담 인도
도 있고 남미도 있고, 아프리카도 있고, 동남아도 있고, 중앙아시아도 있고, 오세아니아도 있고 세계에는 여행할 지역이
넘치고 넘치는데 왜 하필 유럽이냐?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들에겐 한동안 대답을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딱히 내가 명
확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럽' 여행에 대한 계획을 더듬어 올라가면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
간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이였다. 그 당시 외국어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친구가 있었는데 어느 날 뜬금없이 '나 올
겨울에 유럽으로 배낭 여행가' 라고 선언했다. 수능 공부에 한창 매진하고 있었던 난 여간 충격을 먹은게 아니였다. 아니
이렇게 1분1초가 아쉬운 시간에 유럽 배낭 여행이라니-_-....그 친구는 이미 '수능'이라는 순간의 가치보다 더 높은 차원
인 인생의 뜻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극박한 일상을 순순히 벗어던져 버리고 초탈히 자기 갈 길을 갈 수 있는
용기도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럽'이라는 곳이 한층 더 실재적인 느낌으로 나한테 다가왔다. 머나먼 다른
세계일줄만 알았는데 같은 동네 친구가 유럽으로 여행을 간다.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였던 곳이 확실히 피부로 와닿는 순
간이였다.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유럽이 오랜시간동안 나에게 동경의 땅이였기 때문이다. 물론 실상은 
생각과 다를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 번 정착한 생각은 꼭 내가 경험 해보지않고선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무슨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는가?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 자체가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지 않겠나 싶지만 여행에도 명확한 목적은 있어야
한다.별다른 목적없이 여행 자체가 목적일 수도 있겠고, 어디에도 구속 받지않고 유랑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
을 것이다.하지만 그런 여행의 경우 체력만 소비하는 무의미하고 비효율적인 여행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싶
다. 내 짧은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목적이 없는 여행을 위한 여행은 죽은 여행에 가까웠다. 목적을 가지고 떠났던 여행은
가슴속에 남아 있지만 그렇지 못했던 여행은 머릿속에 기억조차 희미하다. 어떤일이든 목적이 명료하지 못하면 배가 산
으로 올라가는 수가 있다. 특히 장기간 여행의 경우 목적없는 여행은 여행자를 지치게 할 뿐이다. 난 젊기 때문에 발전과
변화의 가능성은 아직 있다고 믿고 있다. 여행은 아무도 나를 모르는 세계에 뛰어드는 것이므로 나에 대한 선입견이 개
입될 여지가 적어지고 그만큼 내 스스로가 변화를 도모하기에 부담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소에는 이러지 못했지
만 여행에서만큼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행동해보자! 이런 생각이 가능하다. 나는 어느정도 컸다고 할 때 부터 개방
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창 젊은 나이지만 변화보단 기존의 것이 좋았고 남들에게 나를 개방하고 스스럼없이 대하는 것
도 만남이 오랜시간 지속되어야만 가능한 일이였다. 이렇게 폐쇄성이 짙은 성격이다보니 모르는 사람에겐 차가울 수 밖
에 없었고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데도 방해가 되었다. 그래서 이 번 여행에서만큼은 '좀 더 따뜻하고 내가 먼저 다가
갈 수 있는'사람이 되어보고자 하는게 내 작은 소망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다보면 언젠간 길이 되지않을까...


손꼽을 정도의 몇 몇 여행중에서 일본 여행은 여행 후에 여운이 많이 남는 발걸음이였다. 이 번 여행과 관련하여 아쉬웠
던 점을 토대로 새로운 여행 계획을 짜보고자 한다.


일본 여행의 가장! 아쉬웠던 점은 수박 겉햟기 관광코스 여행이였다. 또 다른 세계를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벅차고 눈이
새로 뜨이는 느낌이였지만 남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루트를 답습했다는건 아무래도 씁쓸하다. 물론 일본 여행 전체가
그렇다는건 아니다. 다만 사전지식이 풍부하지 못해서 그 깊이를 알 수가 없었고 남들이 담아내는 사진에 나도 장단맞춰
앵글을 맞추었던 곳이 특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표적인 방문지가 아사쿠사였다. 그냥 사진만 박고 휙휙 보고 지나쳤던
아사쿠사......하지만 내 취향이 맞았던 온천, 롯본기, 시오도메, 에비스는 꽤 기억에 남는다. 예상치 못한 방문을 했던 롯
본기 다운타운, 에노시마 해변가, 어느 잡화점 거리(유명한 곳이지만 기억이 안남)는 더욱더 강하게 각인되서 잊혀지지
가 않는다. 확실히 피상적인 방문은 후회를 수반할 수 밖에 없는거 같다. 이런 무늬만 여행을 지양하기위해선 어떻게 해
야하고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 것인지 일본여행을 통해 많이 느꼈다. 일단 그 지역에 대한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
하다. 내가 말하고자하는 여행 준비는 실용적 준비가 아닌 지식적 준비다. 똑같은 책이라도 가이드북과 역사책, 예술책들
은 그 깊이가 다르다. 깊이 있는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어느 관광명소는 어느 치하철 노선을 타고 어느 역에 내려서
어느 출구로 빠져나가야한다' 이런 준비가 철저하면 할 수록 여행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재미는 반감되지만 지식적 준비는
철저하면 할 수록 그 지역을 더 깊게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단 하나의 예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포로 로마노
를 방문한다 치자. 그냥 무심코 여행을 떠난 자와 로마사를 읽고 여행을 떠난 자. 포로 로마노 앞에서 전자는 돌덩이 밖에
없다고 후회를 할 것이고 감흥이 없었다고 여행기에 기록할 것이다. 후자는 깊게는 감개무량에 빠질 수도 있다. 나도 처음
엔 포로 로마노엔 관심과 흥미조차 없었고 그래서 직접 보고싶은 욕구도 없었다. 하지만 로마사를 읽으면 읽을 수록 포로
로마노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비례하여 커져갔다.
또 하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머물러야 한다. 관광명소만 찍고 돌아다니다보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가 떠나기 때문에
그 지역을 제대로 알기 힘들다. 특기할만한 장소를 방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도를 들고 이 거리 저 거리 도시를 헤집고
다니다보면 진정 여행의 재미와 그 지역만의 맛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본 여행의 또 다른 아쉬움은 목적에 관한 것이다.여행 후 찍었던 사진을 바라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여행에 있어서 사
진은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사진은 기록의 결과물이다. 기록을 남김으로써 그 순간은 영원히 기억된다. 그러므로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시간속에 파묻혀서 잊혀지기 쉽상이다.여행에서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관념으로서의 기억이 사진을 통해 가시
화되고 영속성을 지니게 된다. 이처럼 기록이란 중요한 것이라 여행에서의 사진도 공들여 찍어야함은 당연한 것이다. 율리우
스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는 라틴 문장의 정수를 보여주며 불멸의 역사성을 지닌 고전이 되었다. 비록 내가 찍은 사진이
역사 속의 고전은 되지 못할지언정 한 평생 곁에 두고픈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기록에 공을 들여야한다. 사진을 찍기 위한 여
행이 되고 싶지 않지만 소중한 순간순간을 담아내기 위해선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아무튼 여행에서 사진은 이토록 중요하다. 일본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공통된 특징을 발
견할 수 있다. 건물 건물 건물이다. 건물이야말로 문화와 역사의 집약체라고는 하지만 삭막한 여행이였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
었다. 그 지역을 가장 쉽고 깊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거주자와 접촉해보는 것이다. 근데 일본 여행은 그런 순간이 딱 두번이였다.
거리를 돌아다니고 구경하는데 급급해서 사람들을 너무 경외시했다. 그래서 이 번 여행의 목적을 사람과의 관계에 두었다.
 목적이 달라졌으니 담아내는 기록도 달라질 것이다.


신기하게도 여행의 기억들을 시간에 거스르고 거슬러 머리속에 되뇌이면 계획하지 않았던 곳들이 가장 많이 떠오른다.
그러니깐 남들이 좋다고 나에게 좋은것은 아니다. 그리고 계획했던것을 꼭 해야겠다는 생각도 썩 바람직하지 못하다. 여행의
묘미는 다이나믹이니깐 계획에 집착하지도 말고 계획에 없는 곳을 꺼려할 필요도 없다. 든든하게 머리를 채우고 마음은 비우
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여유롭게, 때론 사람들과 함께, 도시의 깊숙한 모습을 보는 것이 이 번 여행의 지향점이다.

0 XDK (+50)

  1. 50

  • 복숭아잉간 · 337681 · 10/12/13 15:30 · MS 2010

    우와 글 잘쓰셨어요 ㅎ

    지금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대충읽긴 했는데

    그냥 궁금한점이 있어서요 ㅎ
    이 글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일기 인가.

    아 그리고 개인적인 소견으로 이모티콘 사용을 안하시는게 조금 더 낫지 않을까 싶구요(진지함이 약간 떨어지는 효과가 있는듯 합니다.)

    제가 문해력이 떨어져서인지 몇몇 문장들이 잘 이해가 가질 않아요. 글 전체를 놓고 보면 잘 모르겠는데요. 한두문장 정도가 그렇구요.

    경외시 라는 단어가 공경하고 두려워한다 이런뜻인걸로 알고있습니다. 이것 수정해주시구요
    비슷한 단어 혹은 중복된 표현들을 수정하신다면 더 읽기 쉬운 글이 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