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갈꺼임 [396887] · MS 2011 · 쪽지

2012-01-29 02:27:57
조회수 6,356

의대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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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부터는 의학공부의 본격적인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본과 생활로.......;;




답.답.하.다. 본과 생활은 그냥 답답~~~하다. 대부분 본과 건물은 부속 병원의 귀퉁이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기 떄문에 강의실이 그다지 풍성하지 않다.

운동장도 변변찮고 기껏해야 농구코트나 테니스코트정도 있는게 보통이다. 건물이 좁다보니 굳이 친분이 없더라도

몇 번 왔다갔다  하다보면 마주치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낯익고, 급기야 말 한 마디 안 나눠봤다 하더라도 이름이 뭔지,

대충 본과 몇 학년인지 줄줄 꿰게된다. 한 다리만 건너면 서로의 정보를 다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저 사람은 성격이 어떻더라, 누구랑 사귀었고 언제 깨졌더라... 뭐 이런 시시콜콜한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수업-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같은 강의실에서 100명이 넘게 앉아 수업을 듣는다.

정원이 많은 경우에는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부스럭 부스럭 무언가를 꺼낸다. 망원경!! 거짓말이 아니다

망원경을 눈에 딱 붙이고 칠판을 뚫어지게 보면서 수업을 들어야 그나마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수업 정원이 많은 학교도 있다.

수업은 보통 50분, 휴식 시간은 10분 점심시간은 1시간.. 게다가 오자마자 수업을 시작하고 쉬는 시간에 출석을 부르는 교수님들이 많기 때문에 채 10분을 못 쉰다.

출석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고 담당 교수님의 과레지던트들이 출석을 부르는 경우가 많다.

요새는 슬라이드 수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수업이 시작되면 바로 불이 꺼지고 슬라이드가 착착 넘어가는데,

대략 50분 수업에 100장이 훌떡 넘어간다. 토요일도 어김없이 수업이 있고 토요일에 시험도 많이 본다.

과목도 99% 필수전공이다. 선택과목이라는 말은 본과에서는 아예 잊는게 낫다.






-시험-


혹시 시험공부하는 의대생을 본 적 있는가? 여기서 시험이라 하면 본과 시험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예과 때는 교양을 배우기 때문에 시험기간의 풍경은 다른과와 비슷하다. 그러나 본과로 올라가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그 시기의 의과대학생들은 정말 '살아 있는 시체들'이다. 화장실에 갈때도 시간이 아까워 족보를 들고 가고 하루가 멀다 하고 밤을 꼬박 새우니 눈은 시뻘겋고,

시험시간이 다가오니 긴장된 탓도 있지만 혹시나 깜빡 눈을 감았다가 바로 잠들까봐 걸어다니면서 중얼중얼, 찬물에 세수하고 토끼뜀까지 뛰는 모습등..




본과의 도서관은 또 어떠한가..


들어가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손가락 한뼘쯤 되는 두꺼운 책들을 층층이 쌓아놓고 온갖 종류의 프린트 , 족보에

각양각색의 형광펜으로 색칠하는 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줄을 그어 대는 학생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비슷하다.

책이 너무 무거워서 개인 라커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도서관에 늘어놓고 가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도서관은 거의 지정석화 되어간다. 그저 두꺼운 책들만이 주인을 기다리면서 덩그러니 책상에 얹혀 있을 뿐이다.

그러니 도서관 청소도 쉽게 하지 못한다. 혹시라도 청소를 한답시고 사방팔방에 깔려 있는 너덜너덜한 노트나 깨알 같은 메모지를 버린다면 주인이 득달같이 나타나 보물 같은 노트 없어졌다고 난리를 부린다.

특히나 시험기간에는 노트 혹은 족보를 잃어버리는 사고가 한 번씩 터지는데 그러면 주인인 듯한 사람이 휴지통이란 휴지통은 죄다 뒤지고 다니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사실 본과에서 배우는 지식량은 너무도 방대하기 때문에 그것을 다 외울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요령이다.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추려내는 능력이 관건이다.

게다가 그 능력 또한 학년에 비례해 늘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량은 늘어나지만 오히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는 적게 받는 현상이 나타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나날이 발전하는 의대생들의 적응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식의 홍수속에서 살아남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 순리를 거스르고 혼자 정공법으로 가겠다며 다 암기하려고 하다가는 유급행 99.9%이다.

간혹 완벽주의를 추하는 학생이 유급을 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 이런 이유 떄문이다.

단 외워야 할 분량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아무리 평소에 공부를 잘해놓았다 해도 그 전날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지 않으면 시험 볼 때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그래서 평소에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의대생들도 시험 전날에는 밤을 꼴딱 새우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보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몇몇 학생들은 픽픽 쓰러지기도 한다. 이렇게 체력의 한계로 시험기간에 병이라도 나면 유급될 가능성이 몹시 높아지기 때문에 본과 떄는 건강관리가 꽤 중요한 항목이 된다.
뭐 워낙 긴장한 탓인지 시험기간보다는 시험이 끝난 후에 몸살 나는 학생들이 더 많기는 하지만 말이다..






의대 진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번이라도 시험기간에 의대에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 저렇게 공부하는 곳도 있구나 싶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의대를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의대는시험에 한해서는 정말 축복 받은 땅이다. 그렇게 풍족할 수가 없다. 각 과목 교수님마다 수시로 시험을 공지하고,

중간고사,기말고사,쿼터시험,땡시험,구두시험,재시,삼시,기초종합시험,졸업종합시험...종류가 어찌나 많은지 그야말로 눈이 핑핑 돌 지경이다.

만약 과목이 쿼터별로 끝났다면 정규시험기간에 상관없이 시험도 쿼터별로 본다.

시험기간은 1~2주 정도로 다른대학과 다를바 없지만 공부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험기간에는 시간이 관건이다. 그래서 집이 먼 학생들은 학교 옆 여관에 방을 잡는다.

3~4명씩 한 방을 잡고 생활하는데, 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5~6개 정도 되는 알람시계다.

잠이 부족한 생활이 계속되다보니 혹시나 깜빡 졸다가 시험시간에 못 일어날까봐 모두들 집에 있는 알람시계란 시계는 모조리 긁어와 여관방에 비치해놓기 때문이다.
 
또 어떤 학생은 빨리 학교에 가서 외워야 한다고 학교 100m앞에서 택시를 잡아탔더니 기사분이 "참 요새 것들은 팔자 좋다"며 핀잔을 주셨다 한다.

시간에 대한 압박은 시험장에까지 이어진다. 교수님들이 들어오셔서 책 넣으라고 할 때까지 족보를 꽉 쥐고 마지막 하나라도 더 외우려는 모습은 흔하다.

시험은 보통 주관식인데 대부분 그냥 8절지 같은 큰 시험지를 10장 정도 던져주고 '1시간 안에 다 적어라' 하는 식이다.

그런데 시험문제가 1시간 내내 답을 적어도 못 채울 정도로 엄청나다. 그러니 커닝할 시간도 없다.

뭐 한두개 봤다고 해결될 문제들도 아니어서 보통 커닝에 대해서는 아예 마음을 접는다.






본과 1학년은 눈 딱 감고 넘겨라..


본과에 올라가면 선배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일 수가 없다. 어떻게 이 시험들을 통과했을까?

갑자기 한 학년 위의 선배들이 신처럼 보인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공부해야 할 양은 배로 늘어나고 그럴 때마다

'내 머리는 돌머리'라며 우울해 했지만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면 또 그 많은 양을 소화해내고 있었다.
 
이런 과정이 전문의를 딸 때까지 계속된다. 한 해 한 해가 힘들지만 사람의 능력이 무궁무진한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고통을 잊을 줄 아는 망각의 동물이라서 그런지, 단순하게 시험 노하우가 점점 쌓여서 그런 것인지 본과 1학년만 눈 딱 감고 넘기면 졸업까지는 무리가 없다.

본과 1학년 때는 아무 생각하지말고 그냥 바보처럼 공부만 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어느정도 요령이 있기는 하나 그것도 한계가 있다.

그냥 들입다 공부에 파고드는게 정답이다. 상념에 잠긴다거나 회의에 빠진다거나 하면 그때부터 골치가 아파진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1년을 보내라. 의대에 대한 회의가 들어도 일단은 본과 1년 이후로 밀어놓는게 좋다.

그때 밀려드는 회의는 십중팔구 공부하는 게 힘들어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이 많기 때문이다. 너무 힘든 시기라 올바른 판단을 하기 불가능하니 일단 넘기고 보자.

쉬운 공부가 없는 것처럼 이 세상에 쉬운 시험은 없다. 평가를 위한게 바로 시험 아닌가? 아마 전문의 자격증을 딸 때까지 쉬운 시험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 매번 치르지만 매번 생소할 것이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서 며칠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의사생활 중 마지막 시험이라 할 수 있는 전문의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수없이 많은 시험을 통과했을 텐데, 그래서 시험에 이골이 날 만도 한데 또 긴장하더란 말이다.

시험은 그런 것이다. 

앞으로 수많은 시험을 앞두고 있는 미래의 의사들에게 마음을 담아 파이팅을 날린다.


출처를 안적어놨네요 죄송죄송..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이종훈 저)

의대생활의 전체적인 흐름과 본과의 시험을 주로 간략히 써봤어요 올해 의대 입학하시거나 의대가 꿈인 고등학생분들은 한번쯤은 읽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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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님은어디에 · 367904 · 12/01/29 07:57

    감사합니다

  • 현역의대생 · 377491 · 12/01/29 10:07 · MS 2011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아스하리트♡ · 160979 · 12/01/29 10:29 · MS 2006

    좋아요

  • 별의목소리 · 1528 · 12/01/29 11:11 · MS 2002

    주관식 시험 ^^; 저희학굔 생화학 빼곤 거의 객관식이었는데, 주관식이면 참 너무 어렵죠. 아미노산 structure 20개정돈가를 외우도 들어갔지만 시험에 안나온 기억이 나는군요;;;

  • 독하게 · 308578 · 12/01/29 12:09 · MS 2009

    감사합니다. 많이 도움되네요.. 무섭기도 하네요.

  • 개느 · 378891 · 12/01/29 12:41 · MS 2011

    이거 '의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천재들(이종훈 저)'이란 책에 있는 내용 아닌가요??
    출처좀 써주시지..

  • 올비요 · 394062 · 12/01/29 13:08 · MS 2011

    우와...감사합니당... 근데 예과본과때 배운내용들을 다 기억하나요...?

  • 키쿄 · 300524 · 12/01/29 13:42 · MS 2018

    좋은 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 냐르샤 · 314937 · 12/01/29 16:44 · MS 2009

    ㅎㅎ지금 본과 재학생인데 솔직히 저정도는 아닙니다.저렇게 하면 과탑하죠. 일단 토요일은 수업이 없구요. 물론시험기간2주정도는 굉장히 빡시지만 그 외 기간에는 고딩때보다낫더라구요.그리고 더중요한건 저렇게 학기보내는 시간이 1년중 총 7.5개월 나머지 4.5개월은 방학이라서 그냥 거의 다놉니다 의대생이 스펙을쌓을필요는없잖아요 또한 본3,4 시기에는 PK라고 직접병원에나가서 임상실습을 하게 되는데 이 시기는 또 본1,2보다 편합니다 정말 최상위권다툼을 하지않는 이상은 의과대학생활 그리 힘들지않다고 봅니다. 물론 이는 학교마다 다를수는있지만요.

  • x-japan · 263511 · 12/01/29 19:49 · MS 2008

    혹시 학교가 어디신가요ㅎㅎ

  • 냐르샤 · 314937 · 12/01/29 20:56 · MS 2009

    순천향요

  • min9873 · 325098 · 12/01/29 20:42 · MS 2010

    여자 의대생들 유급률이 높은편인가요?

  • 13연대간호 · 396887 · 12/02/04 01:46 · MS 2011

    남녀의 유급률을 따로 볼 수가 있을까요..하하..^^

    의대생들은그래도 대한민국에서 1% 이내의 인재들입니다. 지방의대라고해도 어마어마하죠..

    성실하게만 하신다면 유급안당하세요~

  • 슈곰 · 217452 · 12/01/30 02:31 · MS 2007

    전 이글 책으로 봤었는데
    망원경은 좀 오바스러운 감이..ㅋㅋ

  • 잘되겠지 · 361698 · 12/01/30 10:18 · MS 2010

    이 글이 과장이 섞였을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대생 공부량은 엄청나겠죠...ㅎ

  • 개념유형 · 190417 · 15/06/30 21:04 · MS 200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개념유형 · 190417 · 15/06/30 21:04 · MS 2007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개념유형 · 190417 · 15/06/30 21:04 · MS 2007

    ㅋㅋㅋ 의대 합격하고 이 글 봤다가 스크랩 해놨었는데
    지금 본2 1학기 끝났는데 전혀 이렇지 않네요ㅋㅋㅋㅋㅋ
    그래서 성적이 이모양인가.........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