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0-01-07 00: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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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는 책 많이 읽었었는지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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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제가 다소 제목을 참 찝찝한게 지어두긴 했으나 거의 정확한 사실이라고 봅니다. 수능 국어는 "과연 니가 여태 책을 잘 읽어왔고(혹은 많이 읽어왔고) 앞으로도 잘 읽을 수 있을까?"를 물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책 많이 읽어본 학생들이 수능 국어 풀고선 하는 말이




 "그냥 거기 써져 있던데요. 읽어보니까 이런말 인거 같아서 그렇게 풀었어요"



 등등의 소리를 합니다.










(여러분 나중에 대학 가시거든 교수님들한테 공손하게 이메일 많이 보내서 직접 이야기도 나눠보고 상담도 받으십시오. 다른 평범한 일상에서 뵙기 힘든 브레인들입니다)








 제가 얼마전에 제가 다니는 대학교의 산업공학과 교수님을 만나서 상담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수능 국어'에 관한 책을 쓴다는걸 말씀드렸어요. 대단히 관심을 가지시더군요 자녀분이 7살인데 앞으로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하나 고민된답니다.




 그 교수님 건너 건너 아시는 분이 수능 국어 출제위원이라서 한번 물어봤답니다, 대체 수능 국어는 어떻게 잘 푸는 거냐고. 그 출제위원 답변이 "그거 옛날부터 책 많이 읽어본 애들이 쉽게 풀라고 낸 문제에요"라고 대답했답니다. 참 허탈하셨다고.





 그런데 이런식으로 찝찝하고 불편한 사실을 까놓고 절망감이나 맛보라는 식으로 기만할 제가 아니죠. 또한 제가 이런 글을 썻다고 해서 당장 수능 국어를 위해 책을 읽기 시작해야한다고 독려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3이상은 절~대로 수능 국어를 준비한답시고 책이나 읽으면 안되요, 기출문제 봐야해요.











 여러분 친구들 중에서 유독 공부는 둘째치고 게임을 많이 하는,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 있을 껍니다. 제가 아는 친구들 중에서도 프로게이머급으로, 혹은 그 이하로 잘하는 친구들이 꽤 있습니다.




 그 친구들을 포함하여 제가 하는 게임의 고수들, 상위랭커들은 하나같이 플레이 시간도 상위권이고, 온갖 상황을 경험해보았으며, 어떤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여러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최적의 해법을 항상 준비해두고 다닙니다. 반사신경도 빨라서 기본적인 교전도 잘 하고요.




 저도 여태 게임을 많이 해봤지만 특정 게임을 정말 오래 파본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밀덕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요새 열심히 하며 허송세월하는데, 이거한지가 대충 4년정도는 넘었네요. 그러니까 이제서야 좀 이 게임을 완벽히 이해하고 나름 오더같은 것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군함을 정말 좋아해서 이런 밀덕들이 좋아하는 게임을 많이 합니다.

http://egloos.zum.com/engjjang/v/10198120 )








 누가 그러겠냐만은, 저도 처음에는 이 게임을 하면서 갖은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플레이를 남발하고 남들한테 욕도 먹고 초보라고 참 고생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경력이나 경험이 좀 쌓이고 나니 확실히 킬각이나 딜각 같은것도 잘 보이고 남들한테 조언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프로게이머 수준의 친구를 좀 알게되고 같이 이야길 나누면서 참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저도 태어날때부터 책을 좋아했거나, 글을 잘 쓰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많은 텍스트를 읽으며 글을 쓰는 방식을 여러가지를 준비할 수 있었고, 그 중에서 제 성격과 주제에 부합하는 형식을 가져와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요. 술술술 쓰는 것도 쉽고 읽는 사람들도 꽤 몰입이 되더군요.










 분명 프로게이머 수준의 플레이어들이 잘하는 것을 딱 한가지로만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센스가 있다? 센스가 있으나 손가락 속도가 안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손가락 속도가 되면 끝일까요? 팀원과 의사소통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협동전이 안됩니다.




 프로게이머가 게임을 '잘한다'라는 말에는 해당 게이머가 매우 오랜 경험을 통해 여러가지 스킬들을 익혔고, 그 복합적인 스킬들의 숙련도가 조합되면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글을 잘 읽는다, 수능 국어를 잘 푼다, 글을 잘 쓴다라는 말은 단순히 한가지 요소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일단 글을 많이 읽어왔고, 각 글에 해당하는 주제를 더 빠르게 찾는 연습이 되어있으며, 어디에 집중해야할지를 잘 알고있고, 대충 글의 유형이 몇가지인지를 인지하고 있고 각 유형에 대한 대처방안도 미리 마련되어 있다 등등




 아마 세세하게 파보면 몇십쪽짜리 책으로 나올 수도 있을 껍니다(문제지 때려치우고 그런거나 써볼까?) 근데 이 말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못하니까 그냥 '책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고 퉁치는 거죠. 책 많이 읽었다는 이 단순한 말에는 그 사람이 글에 대한 여러가지 연습이 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 프로게이머 좋아보이죠? 그 사람들 연습량이 엄청납니다 단지 잘 안보일 뿐. 경기시간 말고는 개인 시간 전부다 연습량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세계적인 기량이 나오는 겁니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은 엄청난 연습시간을 버틴다는 인내심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FVOA-YblXk )








 그러니까, 단순히 수능 국어는 책을 많이 읽은 학생들을 위한 시험이라는 말 때문에 당장 책을 읽으려들거나, 아니면 반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저 말에는 글에 대한 복합적인 이해를 전제로 한 말입니다. 단순히 저 말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수능 국어를 잘 한다는게 아니라, 책을 잘 읽은 학생들의 여러가지 복합적인 특징이 결국 고득점으로 이어진다는 말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수능 국어 지문을 풀때 '유형'을 나눠서 공부해 본 적이 있나요? 아마 대부분 없을껍니다. 있어도 제 방식만큼 엄밀하고 또 정답에 기여하지 못하는 방식일 것입니다.




 수능 모든 글에는 '유형'이 존재하며 각 유형에 대한 준비와 사고방식을 미리 정해놓는 약속을 해야합니다. 아! 이번에 뭔가 경제상황에 대한 것이 나왔으니까, 원인과 결과를 집중적으로 파악하고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해두자! 라는 말이 나와야 그 학생은 첫 단추를 잘 끼운 것입니다.










 공부를 좀 그냥 머리쓰기 싫다고 양치기로, 그냥 오래 앉아서 많이 풀 생각으로 하지 마십시오. 특히 수능 국어는 그런 식의 공부법으로는 한없이 투자한 시간은 많으나 성적은 전혀 오르지 않는 블랙홀이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대부분 비과학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접근하거든요.




 단순히 기출문제를 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일일이 모든 내용을 찾아내고 정답이랑 오답을 체크하고 흐뭇하게 넘어가는 그런 방법에만 만족하면 안됩니다. 상식적으로 그런거 하면 한 지문에 1시간씩 걸릴텐데 시험장에서도 그렇게 할레요?




 그래서 저는 여태 여러 칼럼을 통해 '글'이라는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이야길 했습니다. 특히 수능 국어에서 나오는 글은 아주 이상적으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으로 우리가 분석하는데 필요한 요소를 두루두루 갖춰놓았습니다. 정해진 유형들에서 계속 변형되며 어렵게 나오고있죠.





 게임도 잘하는 애들 보면 부럽죠? 그럼 그 친구가 왜 잘하는지를 따져보고, 그 과정을 한번 연습해보면 됩니다. 반대로 공부 잘하는 애들도 여러분과 큰 차이점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 차이점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존재하고 그럼 결국 그 간극을 좁히면 그 친구와 성적이 조금 더 비슷해질 것입니다.








 제가 오늘 한 이야기를 되도록 상기하며, 제가 쓴 글이나 아니면 앞으로 쓰게 되는 글을 읽어보세요. 그러면 제가 어떤 의도에서 무엇을 달성하고자 아주 길게 설명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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