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보라니 [937073]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0-01-05 16: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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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도 '재수'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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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문이지만 .... 수험생이라면 한 번 읽어보세요. ... 저처럼 힘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씁니다. 고1이 읽는다면 베스트.



 지금 이 시기면 본인이 재수를 할 것인지 반수를 할 것인지 고민이 어느 정도 끝나고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기까지 어떻게 어떤 내용을 어느 정도까지 끝내놓을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기인 것을 알기에 이러한 글을 씁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


 일단,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쌩재수 쌩삼수 후 무휴학 사반수 수시로 의예과에 합격해 수능만 4번을 본 사람입니다. 저도 한 때 대부분의 높은 대학 좋은 학과를 지망하는 정시 파이터였습니다. '당신들'과 똑같이요. 수능을 준비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그냥 자존심이 상했어요. 고2 끼리 치르는 전국 6모에서 76점이었던 것 같네요. 언제까지나 이러한 점수를 맞고 친구들로부터 뒤쳐지는 제 모습을 보니 너무 화가 나던 찰나에 단위수 5인 영어에서 내신 2등급 1등을 하면서 너무 ㅈ같은 마음에 내신을 던지기로 작정했습니다. 내신을 던지며 '난 정시 파이터니까' 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들'과 똑같이요. 어찌보면 그 짧은 시험준비기간 동안 놀기 위한 하나의 변명거리에 불과했죠.


 결론을 말하면 저는 고2 1년동안 조금이라도 챙긴 내신으로 의예과에 수시로 붙었습니다. 논술 아닙니다. 내신이 그대로 들어가는 전형이었어요.


 




 현역에 망했습니다. 뭣도 모르고 생2 했거든요.... ㅋㅋㅋ 생2를 하고 국어 영어 공부 소홀히 한 게 수학만 1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전 재수를 마음먹고 재수하는 동안에 제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국어를 좀 못했지만 수학으로 의대를 정시로도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컸습니다. 재수는 강남대성 본관에서 했었습니다. 강대가 프리하게 애들을 내버려 두는 점을 이용해 맨날 강대 수업 때 자습하고 저녁시간에 나가서 불백먹으러 가고 역삼도서관에서 자습하면서 정말 통제란 통제는 이리저리 다 피해갔습니다. 재수를 하는데 왜 실패하지? 라는 마인드로 공부했습니다. 잘보던 과목은 항상 잘볼 것이고, 못하던 과목만 올리면 무조건 의대다 라는 마인드로 공부했습니다. '당신들'과 똑같이 '통제'를 이리저리 피해다니면서요..


재수결과 6월 96. 9월 96. 수능 81 (백분위 70)



 재수가 끝난 날 수능 채점해보니 수학이 4등급.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강제로 쌩삼수를 하게 되었고, 삼수 때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학원에서 통제하는 부분 80%는 따랐던 것 같아요. (삼수는 집 근처 청솔에서 했었고, 청솔은 통제가 심한 편)


 삼수가 끝났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제 멘탈을 박살낸 개인사정이 있었고 거기에 더해 국어가 어려워서 수학이 96이어도 갈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점수를 매우 많이 남기고 지방한의대로 갔고, 한의대를 다니면서 1학기는 완전히 놀고 2학기에 혼자서 도서관 다니며 공부하고 주말마다 집까지 와서 집근처 러셀에 가서 공부하며 수능 준비를 대략 80일 정도 했습니다. 무휴학으로요. 이 준비 기간동안 6.9. 모의고사 하나도 치르지 않았고 제가 치른 모의고사라고는 러셀에서 본 메가대성 프리미엄 모의고사 뿐이었구요.


 4번째 수능 결과는 치대급은 갈 성적을 받았습니다. 정시로도 나름 성공이었죠. 그런데 그 80일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무휴학으로 하면서 학교를 다니며 동기부여를 꾸준히 받았음에도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전 지칠대로 지쳐있던 사람이었습니다. 4년간의 수험생활 + 인간관계로 체력이 바닥나 있었죠. 4번째 수능 보기 이틀전부터는 공부하다가 그냥 눈물이 흘렀습니다. 힘들어서요. 지쳐서요.





 결과론적으로 보면 전 그래도 제 목표를 이뤘습니다. 수능? 다시는 안해요. 너무 힘듭니다. 인서울 의대? 집어치우세요. 힘들어 죽을 것만 같습니다. 수험생활을 오래하면 저처럼 이렇게 정신적으로 피폐해 집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재수가 삼수가 되는 건 정말 순식간이에요. 그렇게 N수를 하는 것은 순식간이라구요.

내신을 안 했으니 수능에 올인합니다. 그런데 올인한 수능에서 망하는 거요? 그거 진짜 순식간이에요. 그리고 수능이 좀 아쉽게 되어서 최저만 충족했다고 칩시다. 당신, 어짜피 내신에서 밀려요. 이러한 비극이 여러분한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입니다. 재수를 마음먹은 마당에 정시로 성공하면 진짜 최고죠. 그런데 제가 장담하는데 재수해서 성공하는 비율이 전국 재수생의 반의반도 안될 겁니다. 그만큼 어려운 싸움이에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0. 내신 챙겨라 (0순위 입니다. 그냥 일단 내신 먼저 챙기시고, 수능 최저 충족해서 교과 전형으로 가세요)

1. 여러분은 재수가 처음인 것을 명심해라. 그러니 학원 통제에 따라라.

2. 재수가 삼수가 되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다.

3. N수는 중독이다.

4. 수험생활에 있어서 불안감보다 당신을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것은 '인간관계'다.

5. 파워 정시 ? 정시 파이터 ? 진짜 개소리하지 말아라.

6. 여러분은 저처럼 힘들게 대학가지 마세요.

7. N수생들 진짜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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