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19-12-30 20: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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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를 잠깐 멈춰서 생각하는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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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에 활동이 뜸했었습니다. 제가 개인적인 문제랑 여러 고민으로 좀 바빴습니다.




 그동안 게으르게 활동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고,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떤 훈련을 하면 좀 더 침착하게 정답에 접근할 수 있을까를 설명해보겠습니다.









 이건 제가 인터넷에 떠도는 고사 이야기가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정확한 출처는 저도 모르겠고 이야기가 허구일 수도 있으나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옛날에 중국에 왕비가 있었는데, 밑에 여러 시종을 두고 있었습니다 뭐 평소 동행하는 사람, 심부름 하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 등등.




 그 중에서 목욕탕의 청결과 청소를 담당하는 관리도 있었다고 합니다. 어느날 왕비가 목욕을 하러 갔는데 목욕탕에 청소가 전혀 안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 우리가 왕비였다면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노발대발 책임자를 불러서 문책했겠죠.





(과거 양귀비의 목욕탕이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는 '해당탕'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3924 )






 그런데 이 왕비는 순간적으로 이런 분노에 휩쓸리지 않고 아주 잠깐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시종한테 말했습니다. "지금 목욕탕 청소를 담당하는 관리가 짤리면, 그 후임은 누가 들어오냐?" 왕비는 그 후임이 범인이라고 생각했고 정말 조사를 해보니 사실이었습니다.




 분명 왕비는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을 것입니다. 감히 내 목욕탕의 청소를 안해두다니! 의 분노도 있었을 것이며, 당황도 했었을 것이고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에 관한 의문도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왕비가 순간적으로 이런 상황에 휩쓸려서 당장 눈앞에 보이는 더러운 목욕탕에만 초점이 맞춰졌으면, 지금 목욕탕 청소를 책임진 관리를 곧장 날려버렸겠죠. 그러나 현명하게도 왕비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아주 잠깐 고민해보니 이 상황으로 득을 볼 사람이 의심되었고 그 결과 범인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순간적으로 자제력이나 집중력을 쉽게 잃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또한 순간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느끼면 쉽게 컨트롤을 잃습니다. 이를 전문용어로 '터널비젼'이라고 하는데,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순간 시야가 좁아지고 초점이 모입니다.





(스트레스를 받고 순간적으로 큰 변화나 충격을 느끼면 사람은 시야가 엄청나게 좁아지고 넓은 관점에서 관찰하는 침착함을 잃어버립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628167 )







 이런 현상을 극한의 상황에 자주 놓이는 군인이 겪는다고 합니다. 총알이 스쳐지나가고 폭음이 계속되는 전장에 놓여있으면 누구나 자제력을 쉽게 잃고 경거망동하기 쉬울 껍니다.




 마치 수능 국어 지문에서 전문용어나 길고 긴 수식이 등장하면 순간 혹하고 당황해서 그 부분에만 모든 신경이 쏠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터널비젼 현상은 시험에서 압박감을 느끼는 수험생이 아주 흔하게 겪는 일입니다.










 이런 문제는 저도 자주 겪어보았고, 게임을 하면서도 이 덕분에 실수를 많이 했습니다. 갑자기 적이 우루루 몰려온다던가 아군이 도주한걸 보지 못하고 있다가 뒤늦게 눈치챈다던지, 상대방이 날 잡으러 양쪽에서 조이면서 다가온다던지 등등.




 그럴때마다 저는 자제력을 쉽게 잃고 적절하지 못한 판단을 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순간 패닉해서 허겁지겁 뒤늦게라도 도망치려고 등을 보이고 튀다가 그대로 얻어맞고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몇번 겪어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굳이 그렇게 허둥지둥 튈 필요까지는 없었고 끝까지 각잡고 대기타면 최소 한두명 정도 적군은 같이 저승길 동무로 만들 수도 있었고, 혹은 제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침착하게 판단했다면 굳이 죽을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도 쓸데없이 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순간적인 상황 변화에 사람은 쉽게 대처하지 못하고 패닉하여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http://www.solvencyiinews.com/europe/dont-panic-embrace-positives-of-solvency-ii )





 그래서 요즘에는 이런 문제를 고쳤습니다. 순간 압박감을 느끼고 멘탈이 흔들리는 경우에는, 자제력을 발휘해서 '잠깐이라도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 행동을 결정하자'라고 10초정도 생각에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일단 나는 벽 뒤에 숨어서 안맞고있고, 상대방이 많이 오고 있지만은 내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혼자 버티고 있으니, 당황해서 등을 보이고 도망가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상대방을 위협해서 쫓아내거나 혹은 끝까지 살아남을 수도 있는 상황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그때 딱 10초정도 투자하여 전체적인 아군의 위치와 제 위치, 상대방이 오는 경로를 살펴보니 적절한 선택지가 뚜렷이 보이더군요. 그 덕에 순간적으로 흥분하고 당황해서 튀어나갔다가 얻어맞고 죽는 일은 없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치명적인 위기의 순간에 놓이거나, 혹은 시험을 치면서 기다란 지문에서 도저히 이해안되는 단어들을 읽을때 우리는 쉽게 자제력을 잃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흥분하고 빨리 뭔가를 한다고 해서 득을 보는 경우보다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수능 국어에서 전체를 보았을 때 각 지문을 다 읽고나서 딱 10초를 투자하는 것은 결코 큰 일이 아닐 것입니다. 80분 중에서 10초씩 30초를 3개 지문 읽을때마다 쏟는건데, 이 30초를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문제로 튀어나가는 학생이 많습니다.




 그런데 만약 제가 평소 가르친 바와 같이 지문을 읽고, 제대로 읽은 후 10초를 투자해서 스스로 지문을 잠깐 정리해본다면 주제가 한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아주 잠깐 10초를 투자하여 생각하고 주제를 상기한다음 문제를 푼다면, 10초 먼저 빨리 튀어나가서 허겁지겁 문제 풀기 시작하는 친구들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풀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10초라는 시간이 정말 긴 시간도 아니지만, 흥분한 상태에서는 쉽게 기다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걸 의식적으로 몇번 연습만 한다면 충분히 쉬운 습관이 됩니다.









 앞서 가장 첫번째 예시로 든 중국 여왕의 사례도 본다면, 만약 그 사람이 순간의 눈앞에 보인 상황에 매몰되어 아주 짧고 가볍게 생각했다면 억울한 사람을 쫓아내버렸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순간 아주 잠깐 흥분에 브레이크를 걸고 생각해보니, 의심가는 범인이 있었고 실제로 범인이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설명한 콘크리트 지문을 다 읽고 나서, 딱 10초를 투자해서 이 지문의 주제를 정리해본다고 상상해봅시다. "음, 이 지문은 콘크리트 발전사에 관한 지문이었고 여기에 인장강도가 아주 중요하게 핵심으로 작용했어" 딱 이렇게 정리했을 것입니다. 숙달된다면 한 5초만에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글을 읽고 나서 허겁지겁 문제로 튀어나가고 시야가 좁아져있는 상태에서 정답을 찾는게 아니라, 그런 흥분의 상황 속에서도 아주 잠깐 멈추고 주제를 상기해본다면 정답에 훨씬 더 가까워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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