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공부법 때문에 많은 수험생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봅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묻습니다. 객관식처럼 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채점 또한 다소 주관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띠고 있기에 학생 입장에서는 명확한 방향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교육이 언제 자기 표현을 가르쳤답니까, 다들 객관식 문제 찍기에 정신이 없지. 안 하던 일을 갑자기 입시라는 명목 하에 해내려니 혼란만 가중됩니다.
하지만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는 논술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수능 잘 찍은 수동적인 학생 말고, 진실로 유능하고 창의적인 인재는 그의 말과 글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언어란 인간과 인간을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입니다. 그러므로 언어를 잘 사용한다는 것은 사회를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다는 뜻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언어적인 능력에 더하여 세상을 보는 눈 즉 통찰력, 배경지식, 그리고 창의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수단이 곧 논술이요 구술입니다. 수험생들에겐 괴롭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선발하는 쪽에서는 논구술고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얘기는 무엇을 뜻할까요? 즉 언어를 잘 구사하고, 내용이 알차고 독창적이면 훌륭한 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논술을 준비하는 데에는 언어라는 형식과, 그 내용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1. 언어 : 글의 기본입니다.
언어는 곧 글의 기본을 뜻합니다. 특히 '논술'의 기본을 뜻하겠지요? 작게는 필체로부터, 크게는 글의 구성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언어 능력을 말하는 것이지요. 맞춤법, 문법(맞춤법과 문법은 서로 다릅니다. 혼동하지 마세요. 문법은 문장의 이치를 뜻합니다. 맞춤법은 어문규정이고요), 분량 배분, 표현력, 그리고 어휘력 등이 포함됩니다. 테크닉 적인 부분이지요.
글의 기본기를 차근차근 공부하시되 맞춤법은 별도의 해설책을 사서 조항 하나하나를 확실하게 이해하면서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맞춤법은 외운다고 능사가 아닙니다. 각 조항들이 왜 존재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하면서 읽어가다 보면 생각보다 외울 것은 많지 않습니다. 논술책 이곳저곳에서 설명되고 있는 맞춤법들, 그렇게 따로따로 읽다 보면 암기밖에 되지 않습니다. 맞춤법 그 자체에 기승전결이 있습니다. 그 흐름을 꼭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니,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 많은 조항을 언제 다 외우나요?
분량이나 필체나 이런 거야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부분은 역시 개요를 짜는 것입니다. 건물의 설계도면과도 같은 이 개요를 얼마나 탄탄하게 짜느냐에서 승부가 갈립니다. 초반에는 시간제한은 신경쓰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개요를 작성해 봅시다. 각 문단을 어떻게 구성할지, 그 중심 문장은 무엇인지 정도까지는 개요에 드러나면 좋습니다.
개요와 맞춤법을 포함한, 글의 구조 또한 지도를 받으면 비교적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기초를 쌓으세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어느 정도 글쓰기가 익숙해지면, 그때부터는 '글의 내용'에 집중해서 학습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처음부터 병행하면 더 좋겠지요. 여기까지는 학원 등에서 학습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기본이란 것은 누구에게나 공통된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2. 내용 : 내용은 타인의 도움이 절대적입니다.
문제를 이해하는 독해력, 사안을 파악하는 통찰력, 그리고 자신만의 독창성 등은 독학으로는 얻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렇다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위험한 것이, 학원은 학생 개개인의 독창성을 이끌어내는 구조는 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집단적인 지도에는 일원화된 지식만이 전달되게 마련이지요. 글의 기본이 갖춰져 있는 상태라면, 그 이후에는 철저하게 개인화된 지도를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내용 면에서 자칫 잘못하면 '정답'을 찾기 위해 돌진하는 경향을 띠기가 쉽습니다. 물론 임용고시 논술에는 비교적 정답이 존재합니다만, 대입 논술과 같은 경우에는 '정답'보다는 '나름의 답'이 더 환영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웬만큼 글을 잘 쓰는 이들이라면 논제를 보고서 '정답'을 떠올릴 수 있고 그 정답대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정답이란 '정해져 있는 답'입니다. 글 좀 쓰는 이들이 수험생 중에 얼마나 많을 텐데 그들이 모두 정답을 쓴다고 칩시다. 아무리 잘 된 글이라 해도 채점관은 똑같은 글만을 계속 읽어야 할 것입니다. '잘 된 글'이 오히려 '평범한 글'이 되어버리는 격이지요. 따라서 무언가 독창적인 글을 써내야 합니다. 다만, 탄탄한 기본기를 갖추어서 '정답'들에 비해 글솜씨가 뒤처지는 일은 막아야 합니다. 글 자체로서도 완벽하면서 그 내용은 알차고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독창적이고 내용적으로도 알찬 글을 쓰는 능력은 상당한 독서량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형성할 수 있습니다. 논제를 해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을 넓게 보고 사회 전반의 다양한 사안들의 상호유기성을 이해하여 적재적소에 이를 적용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이는 주입식 교육이나 독학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토론이 가능한 선생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으면 가장 좋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 선생님과 토론도 해보고, 선생님이 제공하는 폭넓은 시야에 차차 익숙해져 가야 합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무엇이 좋은 글인지, 어떤 개선점이 있는지도 꾸준히 평가받으며 자신의 글을 다듬어가야 합니다. 다양한 표현과 문장력 또한 이 과정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독창성 또한 선생님과의 소통을 통하여 형성해나갈 수 있습니다. 타인의 감수가 없는 독창성은 자칫 현실성을 잃어버리거나 동문서답이 되어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죠. 독창성을 올바르게 발휘하기 위해서라도 타인의 지도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돈이 들죠. 경제적인 부담이 있다면, 수준이 맞는 친구들끼리 서로의 글을 교환첨삭해 주는 것도 하나의 차선책이 될 수 있습니다. 비록 폭넓은 시야와 깊은 통찰력과는 거리가 멀지라도, 또 자신의 글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지적이 이루어지진 못할지라도, 남의 눈을 통해서 자신의 글을 판단해 보고 또한 반대로 남의 글을 읽고 개선점을 찾아 보는 경험은 본인의 글을 다듬는 데 매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 정리하자면,
처음엔 문장과 논술의 기본을 익힌다.
그러고 나서 선생님(혹은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독창성과 통찰력을 기른다.
*** 스스로도 많은 글을 써봐야 함은 당연히 기본입니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3. 마치며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가십시오. 다만 너무 일찍부터 올인할 필요는 없다는 점, 당부드립니다. 언어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 수준에 이른다면, 그때부터 논술에 신경을 쓰기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습니다. 논술의 기초는 독해력이고 사고력, 이해력 등이기 때문에 수능 언어영역 성적을 올리는 것이 곧 논술의 기초를 닦는 셈이니까요. 그러니 언어영역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은 수험생이 무리해서 논술을 시작하는 것은 고3 수험생이 수시전형을 노리고 있는 게 아니라면 저는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습 빈도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논술 준비의 핵심은 당연히 본인의 연습입니다. 대학 모의고사나 기출문제 등을 가지고 실전처럼 글을 써 봐야겠죠. 그런데 만약 본인이 고3이라면 좀 자주 써 볼 필요가 있겠지만, 그 아래 학년이라면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논술만 따로 연습할 필요성이 그리 크진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술을 미리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써 보고 첨삭받아 보는 것 정도면 족하겠습니다.
학원을 다닌다면 고2 때에나 잠깐 반 년 정도 다니고 관두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개인 과외를 구한다면 수업 방식을 물어봐서 수업 시간에 논술을 쓰게 만들어 시간을 때우는 놈팽이는 걸러내셔야 합니다. 첨삭만을 담당해주는 첨삭 교사를 구하신다면 그 사람의 과거 첨삭 샘플 자료를 요구해서 받아 보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단지 몇 군데 밑줄 그어 놓고 평가만 해 놓고 끝내버리는 사람들 꽤 많거든요. 국어 관련 전공, 즉 국어국문학과나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사람이 더 나을 것입니다. 다른 전공자들은 글은 잘 쓸지 몰라도 문법과 어법에 대해서 원리 수준에서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가 않습니다. 이들은 원리보다는 경험을 통해서 지식을 획득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학생에게도 이해보다는 암기를 요구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니, 심지어 국어 관련 전공자들 중에서도 맞춤법 잘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설명을 잘 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골라야 합니다.
저의 제안은 여기까지입니다. 뭐 그리 대단한 글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8년째 논술을 지도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열심히 써 봤기에 아무쪼록 이 글이 여러분이 논술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뭐, 무슨 과목이든지 간에 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100 명이 100 가지 소리를 하게 마련이고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무슨 이야기를 듣더라도 절대 잊어선 안 되는 철칙은 명확하게 존재합니다.
"글의 기본, 그리고 알찬 내용과 독창성."
이것이 곧 논술의 왕도이자 유일한 길임을 꼭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든 수험생 분들께 행운을 빕니다.
아, 추가로... 고등학생 분들 수능 공부하느라 안 그래도 바쁜데 논술 준비한다고 따로 책 읽고 그럴 필요 전혀 없습니다. 옛날에 이미 해놨으면 큰 도움이 됐겠지만 지금은 어차피 늦었어요. 차라리 언어영역 비문학 지문 열심히 읽는 게 백 배 더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글 읽을 땐 언제나 앞뒤 문장 간의 관계, 앞뒤 문단 간의 관계, 주장과 근거 등의 구조를 이해하며 읽어야 합니다. 이게 이해가 되면 글 전체가 머릿속에 들어오게 되는 거고 이해가 안 된 채로 읽어내려가면 읽고 나서도 뭔 말인지 모르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ㄷㄷㄷ 어차피 지문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한 가지입니다. 모든 문단과 문장이 그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면서 독해하시기 바랍니다.
좋은글이네요. 수험생여러분들 화이팅 !